[ 차명(借名)의 세월 - 2 ]

[ 연 단(鍊鍛) ] - 1994년 9월 16일 -

高 山 芝 2010. 5. 14. 18:25

변덕스런 날씨 다. 

금방 볕이 나다가도 폭우를 쏟는 변덕을 부리는 불순한 일기가 우리를 슬프게 만들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광야길을 우리는 걷고 있다

일 하는 것에 대한 내일이 없는 사람들. 

내일을 한국에 남겨두고 무작정 일본에 온 사람들이다. 

가슴에는 맺힌 한(恨) 응어리가 자꾸 쌓여가는데 뽀쪽한 수도 없다

신앙을 갖고 있다는 나도 때로는 소외되는 불안감으로 안절 부절하는데....

10월 급여를 11월로 미뤄야곘다는 안도(安藤)사장의 언질이 몇일 전 나왔다

참으로 믿음이 가지 않는 사람이다

왜 내 주위에는 이렇게 신뢰가 가는 사람 보다 고틍을 주는 믿음없는 자들이 많은걸까

아직도 나의 시련은 끝나지 않은걸까

나를 더욱 연단시켜서 단단한 제질로 쓰시기 위한 주님의 뜻이라고 믿고 싶지만

막막한 이국땅에서도 버려질 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우산을 계속 쓰고 다니는 가네다(金田)에게 왜 남의 우산을 쓰고 다니느냐 했더니

주인이 나타나면 줄려고 그런다는 현답(?)이 나왔다.

점심 식사 중 연체된 전기요금 때문에 정전이 되어버린 숙소

2시간 후에 다시 전기는 들어왔지만 체불임금에 또 하나의 구실이 붙은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내일 귀국 다음주에 돌아오는 훈이에게 빈손으로 오면 안돼 하자 웃는다

추석이 다음주 다 아버지 산소에 벌초는 했는지 모르곘다

오늘까지 나흘째 숙소에서 쉬고 있다

여름에는 일이 없어서 쉬었고 지금은 비가 와서 쉬고 있다

쉬는 시간을 잘 선용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되지않는다

자꾸 머리가 무거워지고 누우면 자게 된다. 이래서는 안되지 다짐을 해 보지만

나른해지는 몸을 추수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