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명(借名)의 세월 - 2 ]
[ 시 련(試鍊) ] - 1994년 12월 8일 -
高 山 芝
2010. 11. 17. 17:03
기씨, 어제 숙소를 떠나면서 눈물을 흘린 기씨의 신분이 드러났다
택시운전을 했다는 것은 거짓이었다
부산에서 유복한 생활을 하던 중 증권에 빠져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는 그는
식구들을 삭월세방으로 옮겨놓고서 혼자 일본행을 감행했다
내가 기독교신자냐고 묻자 멋적은 표정을 짓던 마음이 약한 친구
악덕소개업자에게 맡긴 가방을 찾기 위하여 3일동안 동경을 헤맸다는 그를 보면서
작년 9월 가방을 끌면서 우에노(上野)에서 전화를 하던 내가 생각났다
사막 한가운데에 홀로 떨어진 기분은 당해보지 않으면 결코 모른다
어려움에 처할수록 하나님께 의지하고 메달려야 하는데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쥐꼬리 만한 자존심 때문에 하나님과는 멀어지고 타락의 늪으로 빠져가는 사람들
미래를 바라보는 소망의 에너지는 소진되고 고단한 현실을 잊기위해서 술과 도박
여자를 탐닉하고 있는 무사시(武藏)나 데라(卓씨)의 길을 기씨도 가는 것 아닐까....
하시모또(橋本)는 생각이 긍정적인 친구 다
안도구미(安藤組)에 온 후 힘이 든지 얼굴은 야윈 것 같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오늘도 도지마(豊島)상이 윤보(포크레인)를 운전하다 바케츠를 잘못 놀려서
큰 일 날 뻔 했다며 웃었다
송금이 아직 안됐다는 집사람의 전화가 왔다
숙소에 돌아와서 확인하자 낮에는 사람이 없어서 저녁에 만나러 간다는 사모의 말에
잘못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기분이 언짢다
내가 송금하러 갈까요 했더니 내일은 받을 수 있도록 할테니 걱정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