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시 련(試鍊) ] - 1995년 5월 2일 -

高 山 芝 2013. 7. 1. 14:31

작년 이맘 때도 금방 나온다던  월급이 안나와서 숙소에서 보냈다.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슴을 짓누른다.

넌픽선을 탈고한 후, 긴장이 해이된 탓일까?  몸이 무겁다.

요시다와 함께 모포를 널어놓고 돌밭에 나갔다.

돌밭을 방황했던 작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처갔다.

낙시를 즐기는 일본인들로 붐비는 강가에서 푸득이며 깃을치고 날아오르는 야생오리를

바라보다가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상념에 빠졌다.

확신이 서지않는 내일에 대한 불안감이 나를 위축시키고 있다.

임목사님이 고베쪽의 상황을 알아보았지만 그쪽도 별반 나은 상황은 아니였다.

돌밭을 서성이다 돌아와 보니 안도사장의 큰딸부부가 사무실에 와 급여계산 중이다.

밀린 급여 중  10만엔과 지난달 급여를 받아 집으로 20만엔을 송금했디.

월급을 타도 외상 술값을 갚고나면 빈털털이라며 투덜거리면서도 옷을 사는 무사시.

절제와 규묘부터 배워야 할 것 같다.

내일은 시라카와(白川)와 요시다 형제를 데리고 후지산을 오른다.

숙소를 떠난다면서 몇일 전부터 월급을 지급해달라고 했다는 야마다로 불리운 여씨,

문제는 갈곳을 정하지도 않고 섯불리 말을 꺼낸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곳은 일이 많으니 잘가라"는 안도사장의 비양거리는 소리에는 비정함이 묻어났다.

조금 모자란듯 보이는 여씨가 걱정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