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왓 - 제1회랑 * 우유바다 휘젓기(The churning of the sea of milk)
우유바다 휘젓기(The churning of the sea of milk)
1. 배경
‘우유바다 휘젓기’는 신들이 불사(不死)의 음료인 아므리따(Am?ta)를 얻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 관해서는 두 가지 다른 설명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신들이 애초에 불사의 운명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아수라(Asura, 악마)들과의 잦은 전투 때문에 죽거나 힘이 쇠약해졌으므로 불사를 갈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두르와사스(Durv?sas)라는 성자의 저주로 인해 신들의 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괴의 신 쉬와(?iva)에 헌신하는 성자였던 두르와사스는 어느날 천상의 꽃으로 만든 화환을 인드라(Indra)에게 바쳤다. 그러나 술에 취해 기쁨에 젖어 있던 인드라는 무심코 그것을 그가 타고 있던 코끼리 아이라와따(Air?vata)에 올려놓았고, 아이라와따는 그것을 떨어뜨려 짓밟고 말았다. 이에 화가 난 두르와사스는 신들이 힘을 잃어 아수라들이 신들보다 우위에 있고, 삼계(三界)의 모든 것을 황폐화시키라는 저주를 했다는 것이다. 그 후 신과 아수라 간의 싸움은 끊이질 않았고, 고통에 시달리던 신들은 불사를 열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뿌라나(Pur??a) 간의 내용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다.
2. 내용
어느 날 신들은 광채 더미처럼 보이며, 금빛으로 빛나는 메루(Meru)산에 모여 불사를 열망하며 천상의 집회를 열고 있었다. 위슈누(Vi??u)는 그들에게 악마들과 함께 우유의 바다를 휘저으면, 그곳에서 아므리따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들과 아수라들은 바다를 휘저을 막대기로 사용하기 위하여 최고의 산인 만다라(Mandara)를 찾아 간다. 그러나 그들이 커다란 그 산을 들어올려 옮기는 데 실패하자 위슈누는 뱀의 제왕인 아난따(Ananta)에게 그 일을 맡긴다. 신들은 바다에게 가서, 아므리타를 얻기 위하여 바닷물을 휘저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위슈누의 조언대로 와수끼(V?suki)라는 커다란 뱀을 만다라산을 돌리기 위한 끈으로 삼는다. 그러나 만다라 산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위슈누는 자신의 2번째 화신인 거북이 꾸르마(K?rma)로 화현하여, 만다라 산을 지탱해준다. 아수라들은 뱀의 머리를, 신들은 뱀의 꼬리를 잡고 바다를 휘젓기 시작한다. 와수끼의 입에서는 불꽃과 함께 검은 기체가 나왔는데, 이것은 아수라들을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만다라 산에 있는 나무에서 떨어지는 꽃들은 바다의 미풍과 만나 지친 신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거대한 만다라 산으로 바다를 휘저을수록 커다란 굉음과 함께 산에 살던 생물들과 바다 속의 생물들이 파괴되고, 죽어갔다. 힘이 다 빠져버린 신들은 다시 위슈누에게서 힘을 얻어 바다를 저었다.
『마하바라따(Mah?bh?rata)』에 의하면 이 과정에서 바다에서는 ‘1천 개의 광선을 지닌 태양’, ‘은은한 빛의 달’, 행운의 여신이자, 위슈누의 부인이 되는 ‘하얀 옷을 입은 락슈미(Lak?m?)’, 바다의 신 와루나(Varu?a)의 딸이며 ‘술의 여신인 와루니(V?ru??)’, ‘하얀 준마 우짜이슈라와(Ucci??rava)’, 위슈누의 가슴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보석 ‘까우스뚜바(Kaustubha)’가 떠올라서 곧바로 신들이 있는 곳으로 태양의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아름다운 신 ‘단완따리(Dhanvantari)’가 아므리따가 든 병을 안고 바다 위로 떠올랐다. 그는 신들의 의사로, 아유르 베다의 스승이라 불리운다고 한다. 그 후 코끼리 ‘아이라와따((Air?vata)’가 떠올랐고, 번개의 신 인드라(Indra)가 그것을 데리고 갔다. 마지막으로 삼계를 마비시키는 무시무시한 가스를 내뿜는 깔라꿀라(Kal?kula, 또는 할라할라Hal?hala라고도 한다)가 떠올랐다. 쉬와는 삼계의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것을 마신다. 이로 인해 쉬와는 푸른 목을 갖게 되었고, 푸른 목이라는 뜻의 닐라깐타(N?laka??ha)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이 때 우유바다로부터 창조된 것들의 목록은 뿌라나 마다 차이가 있다. 이상 언급된 것 외에도, 인드라의 공원을 장식하는 나무, 쉬와의 아내 ‘빠르와띠(P?rvat?)’, 희생제의를 돕는 소 ‘까마데누(K?madhenu)’, 천상의 요정 ‘압사라(Apsara)’ 등이 있다.
그러나 단완따리가 들고 있던 아므리따가 담긴 병은 먼저 악마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위슈누는 모히니(Mohin?)라는 매혹적인 여인으로 변신하여, 아수라들을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아므리따를 아수라들에게서 뺏은 위슈누는 그것을 먼저 신들에게 모두 나누어 준다. 그 사실을 눈치 챈 ‘라후(R?hu)’라는 아수라는 신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신들 사이에서 아므리따를 받아 마신다. 이 모습은 태양과 달의 신에게 발각되고, 위슈누는 그의 무기인 원반으로 라후의 목을 베었다. 그러나 미처 아므리따를 삼키지 못한 라후는 머리만 살아남아, 태양과 달을 끝없이 괴롭힌다. 그는 태양과 달을 먹어버리기 위해 삼키지만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서 다시 뱉어내는 것을 반복하는데, 삼켰을 때가 곧 일식과 월식이라고 전해진다.
아수라들은 아므리따를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위슈누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아수라들을 공격한다. 다시 신들과 아수라들의 대대적인 전투가 시작되고 아므리따를 마신 신들은 결국 승리한다.
3. 의의
‘우유바다 휘젓기’에는 고행(tapas)의 결과로 불사, 즉 해탈을 얻게 된다는 인도철학적인 사유가 잘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신들과 악마들이 똑같은 고행을 하였지만, 신들만이 불멸을 얻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 까닭을 신들이 브라흐마(Brahm?), 위슈누, 쉬와와 같은 신을 평소 찬양하고 믿었다는 사실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박띠 (Bhakti), 즉 믿음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신을 선(善), 아수라를 악(惡)으로 놓고 보면 선의 승리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이야기 속에서 불사를 얻기 위해서는 고행뿐만 아니라 믿음이나 선(善)이 요구된다는 해석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고행의 과정을 통해 만다라산과 바다 속의 생물들이 파괴되고, 동시에 새로운 것들이 창조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인물은 바로 위슈누이다. 자신을 위슈누의 화신으로 불렀던 수리야와르만(S?ryavarman) 2세가 앙코르왓 사원을 통해 천국을 구현하고자 했던 점을 감안하면, 신들이 불사를 얻게 되는 과정을 담은 ‘우유바다 휘젓기’를 부조로 남기게 된 이유를 추측해볼 수 있다. 그는 위슈누의 위대함을 기리며 불사를 꿈꾸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앙코르와트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앙코르와트),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