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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삼매(海印三昧)

연자수필(戀子隨筆)

해인삼매(海印三昧)

高 山 芝 2015. 6. 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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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의 戀子隨筆] -  해인삼매(海印三昧)
데스크승인 [ 2면 ] 2015.05.15   금강일보 | admin@ggilbo.com  
   
 

절로 흘러 찾아온 이, 거절하지 않았네
더렵혀진 탁류(濁流)를 외면하지 않았네

솟구치고 싶은 본능, 자제할 길 없어서
울부짓는 파도를 그대로 두었네

뙤약볕 견딜 수 없어, 모락모락 피어올라
구름이 된다 해도 붙잡지 않았네

세상 번뇌(煩腦) 어우러저, 난장(亂場)이 된다 해도
바다는, 바다는, 꿈쩍하지 않았네

온갖 상념(想念) 날아올라, 검정 구름 만들었네
광풍(狂風)이 몰아치네, 비 구름이 몰려오네

성냄도 부끄러움도, 불안함도 두려움도,
한줄기 비가 되어 쏟고 나니 개운하네

파란 하늘에 생각을 담구었네
바람 잔 바다, 바다가 나를 보네

맑은 바다에 마음을 비쳐보니
마음이 찍혔네, 마음을 찍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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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을 앞두고도 세상은 참으로 어지럽다. 그동안 나타난 수많은 성인(聖人)들의 계도(啓導)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탐(貪)·진(瞋)·치(癡)를 버리지 못한 중생들의 난장판이다. 탐·진·치의 3독(三毒)을 극복하는 해탈(解脫)의 경지를 불교는 열반(涅槃), 기독교는 중생(重生·거듭남)으로 정의한다.

삼매(三昧)는 하나의 대상에 집중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로 득도를 한 후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화엄경(華嚴經)을 설법하는 석가모니의 몰입 경지를 뜻한다. 풍랑이 잔잔해진 세상, 만상(萬象)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상태인 해인(海印)은 해탈하지 않고는, 거듭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고귀한 지혜(智慧)다. 대승불교(大乘佛敎) 초기의 주요 경전 중 하나인 화엄경(華嚴經)에서 비롯된 화엄(華嚴)은 온갖 꽃으로 세상을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뜻의 잡화엄식(雜華嚴飾)의 줄임말이다.

깨달음의 원인이 되는 수행 열매인 잡화(雜華)를 가지고 부처의 세계를 장엄하게 장식한다는 화엄사상은 우주의 모든 사물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대립을 초월해 하나로 융합함으로 분별과 대립이 극복되는 불이(不二)와 중도(中道)의 세계,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를 지향한다.

‘하나가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여서 우주 만물이 서로 원융(圓融)하여 무한하고 끝없는 조화를 이룬다는 화엄사상을 묵상하다가 불교와 기독교의 진리에 대한 접근법이 전혀 다름을 깨달았다. 깨달음의 원인이 수행에 있다는 의지적 종교인 불교와 은총에 있다는 의존적 종교인 기독교, 일체를 추구하는 불교와 연합을 추구하는 기독교. 방법은 다르지만 두 종교 모두, 카오스(Chaos)가 아닌 조화로운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 하나가 되는 잡화엄식의 연화장세계도 좋지만 복잡다양한 세계가 연합을 통하여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 되는 꿈을 이 아침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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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5일 금강일보 2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