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거리> 주간 한국문학신문 기사 - 2면 / 2018년 3월 21일
시집 <거리> 주간 한국문학신문 기사 -2면 2018년 3월 21일
몇년 째 한국문학신문에 칼럼 “연자시편”을 연재하고 있는 고산지 시인의 제4시집 <거리>가 계간문예에서 발간되었다. 시집 출간의 변(辯)을 고산지 시인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죽귀유절(竹貴有節)이라 했습니다. 대나무는 마디를 귀히 여긴다는 뜻이지요. 속이 텅 빈 대나무는 중간 중간에 마디를 만들지 않으면 3-40m까지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금강일보와 한국문학신문에 연재한 칼럼에 실린 시(詩)의 굳은 살, 마디를 모아 매듭을 만들어서, ‘거리’ 라는 제목으로 네 번째 시집을 상재(上宰)합니다. 멈춤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매듭으로 엮은 이 시집에는 지난 날 밤을 지새우며 고민했던 고통의 마디, 감사와 은혜가 새겨진 사랑의 마디가, 시(詩)의 마디로 바뀌어 숨 쉬고 있습니다.”
“믿음의 시루에/ 소망의 콩을 심고/ 사랑의 물을 주네/ 물은 흘러내리는데/ 떡잎으로 변한 콩/ 사랑의 힘으로/ 생명을 얻었네/ 믿음 소망 사랑이/ 기적을 일구는데/ 그 중에 제일은 / 사랑이라네/ 사랑이라네 ” <사랑>의 전문이다. "사랑을 위한 헌사와 아우라(aura)"라는 제목으로 고산지의 제4시집 <거리>론을 쓴 문학비평가 채수영 시인은 “사랑의 가치는 신의 선물이고 이 선물을 어떻게 소화하는가는 곧 인간의 삶의 길이요, 구원의 목표에 이르는 빛인 것이다. 이 빛이 보이지만 흔들리는 어둠에서 방황하고 떠돌면서 자기를 방기(放棄)하는 일이 다반사일 때, 혼란의 어둠이 자기를 덮고 또 사회의 모순에 어둠의 깊이에 침잠하게 된다. 이런 사랑의 가치에 시와 그의 삶에 모두를 걸고 호소하는 고산지 시인의 진지함이 아름답다”고 고산지 시인을 평했다.
시집 <거리>는 75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20편의 시로 구성된 1부는 생활의 편린 속에 숨겨진 사랑과 나눔, 꿈에 대한 이야기로, ‘마중물’ 등 20편으로 구성된 2부는 방행(方行)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광야의 소리가 되어 독자에게 다가온다. ‘곰솔의 탄식’ 등 20편으로 구성된 3부는 피투성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하늘의 음성을 듣고, 껍질을 깨려는 파란(破卵)의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춤사위이며, ‘느릅나무 산발목(散髮木)’ 등 15편으로 구성된 4부는 민족의 한을 각기 다른 식물을 통해 노래하고 있다. 시인의 의식이 지향하는 아름다움의 추구와 맞물리는 정서의 표정이, 향기로 환치되어 시의 화장끼를 더욱 윤나게 하는 고산지 시인의 시집 <거리>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