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시집 거 리
제 4 시집 거 리
01] - < 거 리 >
02] - < 파도타기 >
03] - < 토기장이 노래 >
04] - < 사랑의 물 들여놓고 >
05] - < 다 리 >
06] - < 알랑가 몰라 >
07] - < 등잔불 >
08] - < 사 랑 >
09] - < 경음화(硬音化)된 사랑 노래 >
10] - < 꿈(夢)
11] - < 감쪽같은 사랑 >
12] - < 지화위귤(枳化爲橘) >
13] - < 그 늘 >
14] - < 허 물 >
15] - < 사랑다운 사랑 >
16] - < 보시기에 좋은 사랑 >
17] - < 기도(祈禱) >
18] - < 연(鳶) >
19] - < 자유(自由) >
20] - < 버팀목 >
21] - < 마중물 >
22] - < 우리들의 영웅 >
23] - < 소망(所望) >
24] - < 환희(歡喜) >
25] - < 덧셈인생 >
26] - < 살아가는 법 >
27] - < 인생(人生) >
28] - <사모곡(思母曲) > * 4
29] - < 고백(告白) >
30] - < 부엉이 >
31] - < 방관자(傍觀者) >
32] - < U-turn >
33] - < 해인삼매(海印三昧) >
34] - < Blue Ocean >
35] - < 회심가(回心歌) >
36] - < 방행사회(方行社會 ) >
37] - < 불광불급(不狂不及) >
38] - < 광화문 광장 >
39] - < 사랑하기 위하여 >
40] - < 은혜(恩惠) >
41] - < 곰솔의 탄식 >
42] - < 파란(破卵)의 꿈 >
43] - < 친구 * 2 >
44] - < 거 울 >
45] - < 바 람 >
46] - < 맛 >
47] - < 하늘벌레의 꿈(夢) >
48] - < 피 리 >
49] - < 당신은 날 더러 >
50] - < 사명(使命) >
51] - < 습관(習慣) >
52] - < 바닥짐 >
53] - < 바 다 >
54] - < 네잎 클로버 >
55] - < 하늘우물(天井) >
56] - < 햇빛우물(陽井) >
57] - < 농다리(籠橋) >
58] - < 죽비소리 >
59] - < 석대도(石臺島) >
60] - < 고리산 기슭에서 >
61] - < 느릅나무 산발목(散髮木) >
- 호태왕릉(好太王陵)의 비가(悲歌)
62] - < 무궁화(無窮花) > * 1
63] - < 무궁화(無窮花) > * 2
64] - < 무궁화(無窮花) > * 3
65] - < 무궁화(無窮花) > * 4
66] - < 무궁화(無窮花) > * 5
67] - < 계관화(鷄冠花) >
68] - < 봉선화(鳳仙花) > * 1
69] - < 봉선화(鳳仙花) > * 2
70] - < 무화과(無花果) >
71] - < 상사화(相思花) >
72] - < 선암사 꽃무릇 >
73] - < 진달래 꽃 >
74] - < 매발톱 꽃 >
75] - < 들 풀 >
01] - < 거 리 >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다가서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거리가 있지요
서로에게 다가가서
모음(母音)은 모음(母音) 끼리
자음(子音)은 자음(子音) 끼리 어우러져
삶이라는 무대를 연출하지요
먹거리를 가진 자 먹거리를 나누고
일거리를 가진 자 일거리를 나누고
근심거리 가진 자 근심거리 나누면서
어우러져 부대끼며
살아가게 되지요
거리를 걷다다
낯선 사람 만나면
서로의 거리를 좁혀가며
필요한 거리를 나누게 되지요
다가가 나누면서
함께 걷는 거리에는
우리들의 꿈이 녹아 있지요
우리들의 삶이 녹아 있지요
* 기(記) : ‘사람’을 모음은 모음끼리, 자음은 자음 끼리 겹처놓으면 ‘삶’이 된다.
02] - < 파도타기 >
나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모든 것 즐기면서
살고 있다네
‘괜찮아, 괜찮아’ 다짐하면서
거센 세파(世波)에 몸을 맡기네
바람 불면
바람과 더불어 가고
파도치면
파도에 올라타네
거센 풍랑 두려워
움츠린 사람들
세상사는 재미
알 수가 없다지만
나 비록
가진 것 없으나
거센 바람 따라
파도에 몸을 실고
바다 가르는 재미
즐기며 산다네
03] - < 토기장이 노래 >
힘 빼라 하네
힘 빼고 살라 하네
힘 준 만큼 힘이 드니
힘을 빼고 살라 하네
한 줌의 점토(粘土)도
힘을 주면 힘이 드니
힘 빼고 빚으라네
힘을 빼고 빚으라네
빈 그릇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나 그 그릇 채울 순 없다며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하나니
만들기 위해선 버려야 하나니
욕심(慾心) 비우라네
욕망(慾望)을 버리라네
마음먹기 따라선
세상도 바뀐다며
힘 쓰지 말라 하네
힘을 빼고 살라 하네
04] - < 사랑의 물 들여놓고 >
하는 사랑
언제나 무성(茂盛)타 해도
사랑하다 사랑하다 멈추게 되면
푸른 잎 그대로 떨어집니다
찬 이슬 무서리를 견디어 내고
비바람 땡볕을 감내하면서
정갈한 이파리에 햇볕이 배어들면
천자만홍(千紫萬紅) 빛깔로 물이 듭니다
사랑 때문에 만나서
우리 서로 사랑을 한다지만
내 마음에 당신이 물들지 않으면
한 여름 단명(短命)한 햇볕일 뿐입니다
고통과 시련을 함께 하면서
거친 손, 잔주름에 밴 미운 정 고운 정
서른여섯 해 우러난 새하얀 뭉게구름
찰진 가을볕에 피어납니다
지나온 모진 세월 주마등 같지만
당신은 내 마음에 사랑의 물 들여놓고
천자만홍 빛깔로 사랑의 물 들여놓고
내설악 단풍으로 타오릅니다
05] - < 다 리 >
다리(橋)가 되라며 다리(脚)를 주었건만
다리는 놓지 않고 벽을 쌓는 사람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양다리 걸쳐가며
편견과 독선으로 담과 벽 쌓고 있네
웅켜쥔 사람들, 거머쥔 사람들
다리는 놓지 않고 탐욕을 쌓고 있네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두려워
쌓아도 쌓아도 만족할 수가 없네
허기진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벽과 담 쌓아가며 앞만 보며 달렸네
피곤하고 지친 몸 가눌 수가 없어
달리다 지쳐서 쓸어지고 말았네
외로움과 두려움, 떨고 있는 나에게
당신이 찾아와 먼저 손 내미네
두려워 말라며 나의 손 붙잡고
막힌 담 부수라네, 다리가 되라 하네
사다리 타고서 오르려 하지 말고
험한 세상 다리 되어 나누면서 살라네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도 있다면서
다리 되어 소통하며 참된 자유 누리라네
06] - < 알랑가 몰라 >
항상 목이 말라
물을 좋아하는
너는, 너는 나를 닮은 줄
알랑가 몰라
타는 목마름
절제못한 연한 이파리
비에 젖어 무른 줄
너는 알랑가 몰라
새벽이슬 머금은
상춧잎 따서 풋고추에 된장 찍어
쌈 싸먹는 즐거움을
너는 너는 알랑가 몰라
상추 잎 뜯어낸 생채기
젖 피 흐른 후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는 사랑을
너는 너는, 혹시 알랑가 몰라
07] - < 등잔불 >
나, 주 안에서 빛이라
세상을 밝히는
빛의 자녀 되었지만
나 혼자선
선(善)을 행할 수가 없네
등잔없인 등불을
켤 수 없드시
심지없인 등잔불을
켤 수가 없네.
도움없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
‘모든 것이 협력(協力)하여
선(善)을 이루라‘
세미한 음성 듣고
깨닫기까지는
세상을 밝히는
빛의 자녀 되었지만
나 혼자선 빛을
밝힐 수가 없네
08] - < 사 랑 >
믿음의 시루에
소망의 콩을 심고
사랑의 물을 주네
물은 흘러내리는데
떡잎으로 변한 콩
생명을 얻었네
사랑의 힘으로
생명을 얻었네
믿음, 소망, 사랑이
기적을 일구는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네
사랑이라네
09] - < 경음화(硬音化)된 사랑 노래 >
꿈 꾸라네
꿈꾸면서 살라네
가진 끼 끌어내어
최선(最善)을 다 하면서
끼 꺼내 앞 세우며
깡으로 살라네
깡만으론 부족하니
바라보며 살라네
꾀 있는 사람에겐
방향이 먼저라며
깡으로 살기 전에
먼저 바라보라네
사람다운 사람으로
좋은 꼴로 거듭나서
폼 나게 살라네
신명나게 살라네
어떤 환란 속에서도
믿음의 끈 놓지 말고
꾼답게 살라네
사랑하며 살라네
10] - < 꿈(夢) >
가난 때문에 체념하지 말라네
환경 때문에 좌절하지 말라네
체념하지 말고 꿈꾸면서 살라네
좌절하지 않고 꿈을 꾸며 살라네
꾸는 꿈의 크기만큼 빌려줄 테니
누리며 살라네, 믿음으로 살라네
믿음의 옷을 입고, 미래를 차용(借用)하여
누리면서 살라네, 바라보며 살라네
생활 속에 배인 체념, 믿음으로 거둬내고
삶 속에 찌든 좌절, 꿈으로 바꾸면서
사랑하며 살라네, 나누면서 살라네
11] - < 감쪽같은 사랑 >
때 따라 비 내려
무성한 고욤나무
앙증맞은 실과들이
지천에 열렸네
땡볕에 길들여진 맛
어찌 할 수 없더니만
잎 떠난 후 내린 서리
홍시가 되었네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며
거북등 같은 나의 몸에
접칼을 들이대
연한 순 심어놓고
사랑으로 칭칭 감네
삼복(三伏) 염천(炎天) 비바람을
은혜인 양 견딘 가지
주렁주렁 맺힌 열매
단감이 열렸네
감쪽같은 사랑으로
다디 단감 열렸네
12] - < 지화위귤(枳化爲橘) >
나는 가시 많은 탱자나무
두꺼운 껍질 쌉쓸한 신맛
까칠한 가시로
상처받은 사람들
나를 멀리하더니
내게서 떠나가네
수액(樹液)이 오르고
탱자순(荀) 터지던 날
바탕나무 되라는
하늘 소리 들었네
혁신하지 않으면
거듭날 수 없다며
뿌리, 등걸 남기고선
모든 걸 바꾸라네
당귤나무 접순(椄筍)을
초봄에 채취하여
신문지에 싸서
냉장하기 한달 여
내 몸에 칼집내어
접순을 집어넣고
중생의 삶 살라네
좋은 열매 맺으라네
당귤나무 가지에
흐르던 진액(津液)
탱자나무 수액을
사랑으로 바꾸니
새콤달콤 과즙에
좋은 맛 우러나
세상의 모든 염려
저만치 달아나네
13] - < 그 늘 >
피곤하고 지친 사람 그늘 찾지만
편히 쉴 그늘이 세상에 없네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은 사람들
위로받을 그늘 세상에 없네
삼복염천(三伏炎天) 무더위에 그늘 찾지만
엄동설한(嚴冬雪寒) 막아 줄 그늘 찾지만
무더위 가려줄 그늘이 없네,
설한풍(雪寒風) 막아 줄 그늘이 없네
사랑이 메마르자 인정(人情)도 메말라저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늘되기 싫어하네
그늘없는 사람에겐 사랑 또한 없어설까
외면(外面)하고 무시(無視)하고 서로를 경멸하네
병든 자(者) 목마른 자(者), 가난하고 약한 자(者)
그늘 되기 위하여 하늘보좌 버린 당신
피곤하고 지친 자(者), 안식을 주리니
세상이 줄 수 없는 평강을 주리니
무거운 짐 내려놓고 내게로 오라 하네
당신의 품 안에서 평강을 누리라네
서로에게 그늘되면 평강의 순(筍)이 돋고
서로를 의지하면 사랑의 숲이 되니
십자가(十子架) 그늘 아래 안식 누리라네
십자가(十子架) 숲에서 평강 누리라네
14] - < 허 물 >
허물때문에 괴로워 말게나
허물은 벗는 것
벗겨지는 것
벗고나면 그 자리에 새 살이 돋는데
허물도 벗지않고 자책하지 말게나
아직도 할 일 많은 세상이라네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이라네
허물을 벗지않고 자책함이 허물이니
허물때문에
허물때문에 괴로워 말게나
15] - < 사랑다운 사랑 >
물은 물 이로되 물다운 물이 없네
예나 지금이나 똑 같은 비 내리는데
넘쳐나는 홍수에 마실 물 없어서
타는 목 마름 어찌 할 바 몰라 하네
사랑은 사랑이로되 사랑다운 사랑 없네
유행가 가락 속엔 사랑이 넘치는데
지천에 깔린 것이 사랑이라 하는데
외롭고 허전한 맘 가눌 길이 없네
마실수록 목 마름 더해지는 이치를
움켜쥐면 멀어지는 사랑의 원리를
소음속에 뭍혀버린 세미한 음성을
사람들이 듣지못해 세상은 모르네
하늘 보좌버리고 성육신 하신 당신
당신은 날 더러 사랑을 나누라네
나눌수록 넘쳐나는 생수가 있으니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이 있으니
먼저 손 내밀고 먼저 나누라네
네가 먼저 사랑하고 네가 먼저 나누라네
16] - < 보시기에 좋은 사랑 >
보는 기쁨 누리라며 좋은 것 주었는데
하는 삶에 길들여져 누릴 수가 없었네
좋아하는 삶을 찾아 오늘도 빨리빨리
마음 만 분주하고 생각이 앞서가니
직성은 풀리잖고 나만 홀로 허둥대네
이제 그만 쉬엄 쉬엄, 보는 기쁨 누리는 삶
보시기에 좋은 것, 좋은 것을 바라보네
천지만물 모든 현상 좋은 것만 바라보네
인정하고 배려하고 바라보는 시선 속에
기쁨이 충만하고 감사가 충만하자
좋은 것만 드러나네, 좋은 것이 드러나네
17] - < 기도(祈禱) >
먼동에 태어난
언어(言語)의 날갯짓
작은 파동이
종탑에 걸린
십자가를 떠나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산 넘고
물 건너
광야(廣野)를 지나
절망의
거친 바다를 가르더니
끝내는
파도가 되어
파도가 되어 돌아왔다
너울에 부서져
모래가 된
내 영혼의 사장(沙場)을
흠뻑 적셔 버렸다
18] - < 연(鳶) >
나 혼자서는 날을 수가 없네
바람에 곤두박질 뒹굴고 말았네
내 힘으로는
내 힘으로는 일어설 수 없네
지쳐서 쓰러진 나에게 들리는
당신께 매달리란 세미한 음성
연줄에 매달려서
솟구치라 권면하네
누림은 누리는 사람의 몫이라며
하늘 나는 자유, 누리라 권면하네
탱탱한 연줄에 매달린 나
바람을 가르며 창공을 날았네
모든 염려 맡기고 누리는 자유
팽팽한 연줄에 나를 맡기네
구속(救贖)의 연줄에 평강이 흐르자
사랑의 희열이 나를 감싸안았네
19] - < 자유(自由) >
기분 좋다 하면서 나눌 줄 몰랐네
받는 것 좋아할 뿐 나눌 줄 몰랐네
조금만 불편해도 나눌 기분 아니라며
조금만 손해 봐도 기분 나빠했었네
당신은 생명을 값없이 주셨는데
당신은 사랑을 값없이 주셨는데
값없이 주신 사랑 당연하다 생각했네
값없이 주신 은혜 잊고 살았네
세상이 날 더러 움켜쥐고 살라기에
나눌 기분 아니니 짜증내며 살라기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파 외면하고
남 잘 되는 꼴 보기 싫어 기분 나빠했었네
욕망의 밧줄이 나를 동이고
짜증과 원망으로 나를 묶었네
지치고 허기진 나를 찾아와
“세상사는 재미를 모르구나” 하신 당신
“빚 갚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신 당신
은혜의 빚 사랑의 빚 갚으면서 살라하네
거저 받은 사랑이니 기분 좋게 나눠주고
거저 받은 은혜이니 감사하며 나누라네
“돈 벌어서 남 주나” 세상은 말하지만
“남 주기 위해 돈을 벌라” 하신 당신
“돈 벌어서 남 주라”는 당신의 뜻을 따라
기분 좋게 나누네, 감사하며 나누네
욕망의 동아줄이 터지기 시작하네
짜증과 원망이 끊기면서 누린 자유
나눔으로 나눔으로 자유 얻었네
빚 갚는 재미 누리며 자유 얻었네
20] - < 버팀목 >
나 비록 가난하지만
남의 것 탐하고 싶지 않네
넉넉치 못한 내 삶 떼어
이웃과 나누면서 살고 싶네
함께 먹고 함께 마시면서
함께 웃고 함께 울면서
내 고통 그대의 위로가 되고
나의 꿈 그대 희망이 되고 싶네
나 비록 가난하지만
그대 버팀목 되어
설레이는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대 부족함 체워주고 싶네
21] - < 마중물 >
당신은 내 마음에 관정(管井)을 심어놓고
작두펌프 설치하여 펌프질을 하라 하네
펌프질을 할 때마다 심층수가 올라오고
펌프질을 할 때마다 생명수가 솟아나네
퍼내어도 줄지 않는 상선약수(上善藥水) 아니던가
나눌수록 넘쳐 나는 화수분이 여기 있네
당신은 날 더러
나누라네, 전하라네
목마른 사람에게 육각수를 나눠주고
메마른 이웃에게 복된 소식 전하라네
당신이 떠나가자 나른함이 찾아 왔고
나른한 맘 나태해져 편리함만 추구했네
편하고 싶어 하니 펌프질은 하기 싫고
이윤을 생각하니 나눠주긴 더욱 싫네
잊혀져간 작두펌프
녹이 슬어 멈춰섰네
햇볕을 너무 받은 마음밭은 갈라지고
갈기갈기 찢겨져 살이 트고 피 흐른 날
당신은 찾아 와서 나의 손 붙들고서
펌프 자루 잡으라네, 펌프질을 하라 하네
겉도는 펌프질에 맥이 빠진 나를 위해
마중물로 오신 당신, 마중물이 되어 주네
펌프질을 시작하니 생명수 넘쳐흘러
찢긴 맘 치유되고 나의 영혼 살아나네
당신은 날 더러
나누라네, 전하라네
목마른 사람에게 육각수를 나눠주고
메마른 이웃에게 복된 소식 전하라
22] - < 우리들의 영웅 >
합력하여 선(善)을 이루는 행위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의로운 행위지요
부정(不淨)타고 주검을 방치한다면
부패된 시신으로 불편하기에
부정(不淨)탐을 감수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합력하여 장례를 치루는 것이지요
장례에 참가한 부정탄 사람들
정(淨)하게 보관한 붉은 암소 태운 재
흐르는 물에 풀어 우술초로 뿌리면
정결하게 되지요
거룩하게 되지요
부정탄다, 더럽다고 외면하는 사람들
자신은 의롭다고 주장들 하지만
부정탐을 감수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동체 선(善)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
협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는
우리들의 진짜 진짜 영웅이지요.
23] - < 소망(所望) >
필요(必要)한 것, 내 알고 있으니
원(願)하는 것, 이미 알고 있으니
그냥 바라 보라하네
바라 만 보라네
원(願)하는 것 구(求)하면서
바라보지않는 나에게
바라보지 않는 것은 교만(驕漫)이라네
처다보지 못한 것, 죄악(罪惡)이라네
원(願)하는 것 있거들랑
먼저 움켜쥐라고
세상은 언제나 유혹하지만
당신은 소리 되어, 소리가 되어
나에게 말씀하네
말씀을 하네
바라만 보아도 체워 줄테니
바라만 보라네
바라보라네
원(願)하는 것, 이미 알고 있으니
그냥 바라 보라네
바라보라네
24] - < 환희(歡喜) >
기다림이였네
설레임이였네
뜨거운 기운(氣運)의 분출(噴出)이였네
세상사(世上事)
마음먹기 나름이라기에
마음먹고
당신을 품어보았네
전율(戰慄)이었네
경이로움이였네
세상과 바꿀 수 없는
평안(平安)이였네
당신이 내게 준 선물이였네
25] - < 덧셈인생 >
세상은 날 더러 움켜쥐라네
손해보지 않으려면 움켜쥐라네
움켜 쥐며는 줄어드는데
움켜만 쥐며는 작아지는데
받기만 좋아하고 주기는 싫어하는
주지않는 받음은 뺄셈인 줄 알면서
움켜쥐라 움켜쥐라
세상은 유혹하네
움켜쥔 세상 만족할 수 없는 세상
움켜는 쥐었는데 불안하기 짝이 없네
움켜쥔 주먹으론 상처를 내고
움켜쥔 주먹으로 파괴를 하는
때리고 부수는 싸움 밖에는
주먹쥐고 다른 일은 할 수가 없네
주먹을 펴지않곤 누릴 수 없어
주먹을 펴기 위해 버리기 시작하네
움켜쥔 것들을 버리는 날 더러
버리지 말고 나누라고 하신 당신
가진 것 모두 당신 앞에 내려놓고
범사에 감사하며 자족하며 나누라네
덧셈인생 살려거든 십자가를 지고서
십자가 대신 지고 나누면서 살라하네
나눌수록 더해지는 은혜를 주리니
나눌수록 커지는 감사를 주리니
가진 것 내려놓고 자족하며 살라하네
범사에 감사하는 덧셈인생 살라하네
26] - < 살아가는 법 >
세상은 애초부터 공평한 게 아닌 것을
공평하단 속삭임에 귀가 멀어 따라갔네
절로 흘러가는 물길, 둑이 있고 담이 있어
둑 때문에 담 때문에 흐를 수 없다면서
굽이굽이 도는 길은 생각지 않고서
짜증내며 불평하는 목소리만 키웠네
모일수록 부풀려져 가벼워진 언어로는
목마름과 허전함을 해결할 수 없었네
가질수록 갖고 싶은 허기진 욕망을
멈출 수 없었네, 채울 수가 없었네
세상은 애초부터 공평한 게 아닌 것을
사람들은 잊고 있네, 세상이 잊고 있네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과 즐거움,
나눌수록 작아지는 슬픔과 고통을
너와 나 우리 되어 누리면서 사는 법
세상은 잊고 있네 사람들이 잊고 있네
부대끼며 어우러져 견디면서 사는 법을
들어주고 배려하며 사랑하며 사는 법을
27] - < 인생(人生) >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말들 하지만
하는 것과 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네
하다보면 되어지는 세상 일 아니냐 며
바로 보지못한 사람, 달리고 달려가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큰 소리 치면서
보지않고 달려가다 넘어지는 사람들
바라보며 일을 해야 이룰 수가 있는 데
일어서도 보지않고 자포자기한다네
바라보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데
바라보며 일을 해야 이룰 수 있는 데
바라도 보지않고 달려가는 사람때문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부추기면서
세상이 끊임없이 달아오르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말만 믿고서
보지않는 사람때문 달아오르네
28] - <사모곡(思母曲)> * 4
‘이게 뭐야’ 신기한 듯 묻는 아이
엄마는 정성스레 아이에게 설명한다
‘이게 뭐야’ 몇 번이고 다시 묻지만
엄마는 웃으며 몇 번이고 대답한다
돌아서면 ‘오늘이 몇일이냐’ 묻는 어머니
늙은 아들 귀찮은 듯 ‘29일이요’ 대답한다
돌아서면 ‘오늘은 교회가냐’ 묻는데
늙은 아들 짜증내며 ‘목요일인데 무슨 교회요’
낮은 곳 향하여 흘러가는 사랑이라
사랑 또한 권리(權利)인양 주장하는 사람들
높은 곳 항해서는 흘러갈 수 없다면서
그 사랑 변질시켜 율법으로 치환(置換)한다
받은 만큼 주는 것이 세상의 거래(去來)인데
받은 사랑 되팔아서 책임, 의무 사는 사람
책임(責任)으로 바꾼 사랑, 의무(義務)로 바뀐 사랑
사랑이 아니라네. 사랑은 아니라네
책임, 의무 불 태워서 임계점(臨界點)을 통과해야
기(氣)로 변한 바람으로 천지소통 할 수 있네
성령(聖靈)으로 환원(還元)하는 예수사랑 회복해야
역류(逆流)하는 사랑타고 천상천국(天上天國) 볼수있네
29] - < 고백(告白) >
하고픈 일 하고싶어 해야 할 일 하지못한
집어등(集魚燈)에 모여든 주행성(晝行性) 인간들
탐욕(貪慾)을 채워주는 선생은 찾으면서
사명(使命)을 이끌어 줄 멘토는 외면하네
흙에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무성한 이파리도 때가 되면 떠나는데
천만년 살 것인 양 이것 저것 넘보며
‘ - 때문에’ 이유삼아 불평 불만 쏟아내네
“언제 어디서나 말씀을 전파하며
오래 참음과 가르침, 경책하며 경계하라
진리를 돌이키는 허탄한 말, 귀를 막고
고난 중에 신중하며 선한 싸움 싸우라“
말씀 살아나와 나의 영혼 흔들면서
무식한 변론에서 다툼이 생겨나고
절제하지 못하면 올무에 걸리나니
정욕을 피하고 교만떨지말라기에
비방하고 조급한 자 경건능력 부인하나
온유함을 무기로 거룩함을 지키며
정결한 마음으로 주님만을 사모하네
나를 위해 예비하신 면류관을 바라보며
나의 삶 전부를 제단 위에 올려놓고
생명의 포도주를 남김없이 바치네
30] - < 부엉이 >
부엉이 바위에서
부엉이가 떨어졌네
칠흑 어둠 속에서도
날개를 푸득이며
생각의 간극을 좁혀보고자
세상을 바꾸려던 노랑 부엉이
이 땅의 배아품을 치유하고자
어둠 속을 날아오른 바보 부엉이
세상의 잔인함에
발목이 잡히더니
몰염치에 꺾인 의지
짐이 되고 말았네
아직은 어둠이 깨지지 않았는데
아직은 먼동이 밝아오지 않았는데
꺾인 날개 푸득이며
바위에서 떨어졌네
부엉이 바위에서
부엉이가 떨어졌네
31] - < 방관자(傍觀者) >
불편해서 외면하는 당신은 방관자(傍觀者)
두려움에 숨죽이는 당신은 방조자(幇助者)
두려움 때문에 행동하지 않는 양심
그들의 양심 때문 세상이 혼탁하네
동참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방관자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방조자
불편하고 두려워 모르는 척 외면하면
당신은 방관자 죄를 범한 방조자
방관하는 양심 때문 소문이 확산되고
거짓이 사실로 변질되는 사회에서
막연한 소문이 뉴스로 포장되어
소문이 진실처럼 횡횡하고 있다네
동참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방관자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방조자
불편하고 두려워 모르는 척 외면하면
당신은 방관자, 죄를 범한 방조자
행동하지 않는 양심 죄악을 조장하고
동참하지 않으면 변화시킬 수가 없네
불편함을 감수하고 두려움을 극복하여
세상을 바꾸라는 하늘소리 무시하면
당신은 방관자,
죄를 범한 방조자
32] - < U-turn >
아직은 이른 시간
차의 흐름이 원활하다
앞차의 꽁무니를 물고
강물처럼 흐르는 자동차의 행렬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 밀어내듯
보이지 않는 벨트에 실린
사내는 달음박질친다
서두르면서 오늘도
시간 속에 숨겨진 세월을 낚아보지만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초조함이 만들어낸
골 깊은 주름살엔
조급함이 배어있다
다급함이 묻어난다
뒤돌아보면서
돌이켜야 했는데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며
자책하는 사내의 하얗게 센 머리
마주 오는 자동차의 전조등 불빛이
시야를 가리고 경적이 울린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생각과 함께
유턴 표지판이 눈앞에 들어오자
서둘러서 핸들을 꺾고 있는
사내의 눈동자에 고인 회한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33] - < 해인삼매(海印三昧) >
절로 흘러 찾아온다기에 거절하지 않았네
더렵혀진 탁류(濁流)를 외면하지 않았네
솟구치고 싶은 본능 자제할 길 없어서
울부짓는 파도도 그대로 두었네
염천(炎天)의 뙤약볕에 모락모락 피어올라
구름이 된다 해도 붙잡지 않았네
세상 번뇌(煩腦) 어우러저 난장(亂場)이 된다 해도
바다는 바다는 꿈쩍하지 않았네
온갖 상념(想念) 날아올라 구름장을 타고 올라
광풍(狂風)으로 몰아치네, 비 구름이 몰려오네
성냄도 부끄러움도 불안함도 두려움도
한줄기 비가 되어 쏟고나니 개운하네
파란 하늘에 생각을 담구었네
바람 잔 바다, 바다가 나를 보네
맑은 바다에 마음을 비쳐보니
마음이 찍혔네, 마음을 찍었네
34] - < Blue Ocean >
나 드러내기 위해
너 이용해야 하는
격랑(激浪)의 파고(波高) 넘실대는
핏빛 바다에서
“나야 나” 소리치다
넘어지고 말았네
어찌할 바 모르는
나를 찾아와
나의 손 붙들며
“걱정 말라” 하신 당신
네가 아프면
함께 가슴 아리고
네가 슬프면
함께 눈물 흘리면서
“너야 너” 격려하며
의지하며 살자네
네가 우리 됨에
감사하며 기뻐하며
격랑(激浪)의 파도(波濤)
손을 잡고 타고넘네
너와 나 우리 되어
늘 푸른 바다 항해(航海)하네
35] - < 회심가(回心歌) >
당신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육일동안 정성들여 좋은 것만 주셨는데
우리들은 어리석어 남의 말에 솔깃하고
좋아하는 것에 집착(執着), 좋은 것을 잃었네
야바위꾼 눈에는 속임수만 보이고
정치꾼들 눈에는 이권(利權)이 보이네
장사꾼 눈에는 거래(去來)만 보이고
재주꾼 눈에는 이름 명(名)이 보이네
날고 기는 꾼들 모여 난장(難場)을 벌이는데
아는 척, 있는 척, 모두가 도사(道士)라네
내 것은 주기 싫고, 네 것으로 하자면서
옳은 일 좋은 일은, 내가 한다 법석이네
나는 열사(烈士,) 나도 천사(天使), 내가 의인(義人)이라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너도 나도 밤나무들
일 하는 척 하는 자와 나눠주는 척 하는 놈들
지옥(地獄)으로 가는 길도, 천국(天國)으로 포장하네
보지 못해 듣지 못해 환각(幻覺) 환청(幻聽) 쫒다보면
생활이 무너지고 인생까지 망가지네
돌이키세 돌이키세, 늦기 전에 돌이키세
잘못됐다 말만 말고, 지금 즉시 돌이키세
36] - < 방행사회(方行社會 ) >
세상에 십자가 그리도 많지만
내 몸처럼 사랑하란 예수는 보이잖네
처처불생 선포하는 불타의 설법에도
자비가 사라지고 보시(布施)는 보이잖네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세상
애곡(哀哭)을 하여도 슬퍼하지 않는 사회
제사장은 많은데 지식인은 많은데
너도 나도 밤나무 법(法)대로 만 판단하네
귀찮고 성가신 일 얽매이기 싫어서
바쁘다는 핑계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사람들
가난한 자 부추기며 쌍심지를 세우면서
너도나도 의인(義人)이라 자랑하고 있지만
자기의(自己義) 드러내는 위선자(僞善者)들 뿐이네
주린 자 목마른 자 음식을 대접하고
병들고 헐벗은 자 돌본 소자(小子) 어디 갔나?
다투지도 아니하고 들레지도 아니하며
상한 갈대 품어주는 착한 사람 어디 갔나?
선한 사마리아인(人) 사라진 거리에는
자기의(自己義) 드러내는 인간들만 방행(方行)하네
37] - < 불광불급(不狂不及) >
맨 정신으로 살아가긴 너무나도 험한 세상
미친 개 미친 소 길길이 날 뛰더니
유행하는 구제역(口蹄疫)에 돼지 목숨 파리 목숨
살(殺)처분 미명 아래 양돈업자 도산하고
조류독감 몸살 앓자, 생매장(生埋葬)된 오리 닭들
문 닫는 치킨 집에 양계농이 사라지네
의기소침 안절부절 너무나도 힘든 세상
원통함과 두려움으로 뒤숭숭해 험한 세상
미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미치지는 못해도 포기할 수 없는 세상
끼리끼리 어울려서 미쳐보면 미치나니
끝장을 볼 때까지 미쳐가며 사는 세상
미치지 않고서는 미치지 못하나니
하고픈 일 찾아가며 함께 미쳐 사는 세상
좋아서 미쳐보고 흥겹게 미쳐보고
즐겁게 미쳐보고 신명나게 미쳐보고
미치는 그 날까지 우리 함께 미쳐보세
신명나게 미쳐보세, 기분 좋게 미쳐보세
38] - < 광화문 광장 >
손 마른 사람, 손잡기 싫어하고
마음 마른 사람, 눈 맞추기 싫어하네
꺾이지 않으려고 흔들리는 세상보며
잡아주지 않으면서 흔들린다 하는 세상
보고싶은 것 만 바라보는 사람들은
듣고싶은 것만 듣고 세상 탓 하고있네
소통하지 않는다며 삿대질 하면서도
상대방 인정하는 배려는 하지않네
자기 만이 정의라는 독선이 난무하고
상대방을 희화(戲畫)하는 독설(毒舌)에 열심이네
사랑없는 광장에서 사랑하자 외친 소리
거리의 소음되어 허공으로 사라지네
39] - < 사랑하기 위하여 >
사랑하라 사랑하라
구속(救贖)을 했는데
사랑받을 자격있다
교만(驕慢) 떨었네
가난한자(者) 아품을
외면(外面)함도 모자라
병(病)든자(者) 약(弱)한 자(者)
무시(無視) 했었네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하라네
사랑받기 위한 사람
세상에 넘치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 부족하네
사람들은 모두들
사랑받기 원(願)할 뿐
사랑하는 일에는
인색(吝嗇)하다네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하라네
두려움 떨치고
길을 떠났네
사랑하기 위하여
길을 떠났네
상처(傷處 )준 당신을 미워할 수 없었네
고통(苦痛) 준 당신도 비난할 수 없없네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하라네
40] - < 은혜(恩惠) >
사랑 받고 사랑 하니
받음이 먼저네
은혜가 먼저네
용서 받고 용서 하니
받음이 먼저네
은혜가 먼저네
본을 받고 따라 하니
받음이 먼저네
은혜가 먼저네
받음이 먼저인데
받은 줄 모른 사람
은혜를 모르니
감사 또한 모르네
세상의 모든 인과(因果)
받음이 먼저라네
은혜가 먼저라네
감사가 먼저라네
41] - < 곰솔의 탄식 >
껍데기는 가라구요
때가 되면
자연스레 헤어질텐데
야박하게
그리 말 하지 말아요
내 연한 속살
염천(炎天)의 무더위와
엄동(嚴冬)의 설한풍에
거북등처럼 투박하게 갈라졌지요
만경평야 뒤덮던 깃발이
선홍빛 동백으로 피어나고
금남로를 가득 메운 아우성
의식 속에 아직 살아있는데
껍데기는 가라구요
살아남는 자
부끄러움에 껍질을 벗겨내면
아문 상처 덧이 나 피 흘리는데
껍데기는 가라구요
세월이 가면 껍데기 떨어지고
그대 껍데기 되어 바람막이 될텐데
나의 거친 손 그대와 다르다고
껍데기는 가라구요
껍데기는 가라구요
42] - < 파란(破卵)의 꿈 >
소리, 소리였네
어둠을 깨뜨리는 소리였네
남의 꿈에 끼어들어 잠이 들지 말라며
어둠을 깨뜨리는 소리였네
웅크리고 누워서 발버둥 처도
남이 꾸는 꿈은 내 꿈이 아니기에
깨지 않는 꿈은 꿈이 아니라기에
혼신의 힘을 모아 껍질을 쪼았네
굳어진 껍데기가 너무 딱딱해
쪼아대는 부리에 피멍 들었네
희미한 소리, 당신의 음성이
금이 간 껍질 따라 빛과 함께 들렸네
껍질을 제치고 머리를 내밀자
당신은 나를 품고 입을 맞추네
품고서 입 맞추며 속삭이는 소리, 소리
피투성이라도 살아라
피투성이라도 살아라
살아서 꿈을 꾸며 스스로 꿈을 깨는
빛이 되어 살아라
자유인(自由人)이 되어라
43] - < 친구 * 2 >
해닥사그리한 친구 그리워
청계천 뒷골목 찾아갔네
우럭우럭한 그 모습
소주잔에 띄어놓고
지난 날 함께 마신 정겨운 유희(遊戲)
간잔지런 그 얼굴 눈에 선하네
거나하게 취한 그는 얼근덜근 거리네
어깨동무하고서
골목길을 걷던 친구
해말간 그 친구
지금은 볼 수 없네
시신(屍身)을 기증한 후
장례(葬禮)조차 거절했네
그가 쓴 시(詩)만 남아
술잔 위를 넘실대네
* 기(記) - 필자와 함께 동인활동을 했던 박영웅시인이 암으로 소천한지 몇 년이 지났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함께 보안사와 정보부의 내사를 받았기에 내게는 더욱 각별한 친구다. 그런 그가 장례식도 치루지않고 시신을 대학병원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소천하기 5일전 요양병원에서 본 그의 얼굴은 그토록 평화로울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청계천을 휘젓던 그 때가, 그 때가 그립다.
44] - < 거 울 >
나, 거울이고 싶네
숱한 사물 거부하지 않고
보는대로 보여주는 거울이고 싶네
나, 거울이고 싶네
셀 수 없는 시간 가리지않고
묵묵히 수용하는 거울이고 싶네
나, 거울이고 싶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품어주는 거울이고 싶네
티 없이 맑은 명경지수이고 싶네
45] - < 바 람 >
바람 길 만들어 바람잡는 사람들
바람을 이길려고 바람잡고 있지만
바람이 잡히잖아 안간 힘 쓰고있네
거스르지 않으면 바람 탈 수 있는데도
탐욕에 눈 어두어 헛다리 짚고있네
붙잡을 수 없다면 쫒아가야 한다네
바람따라 가다보면 바람탈 수 있다기
바람안고 힘을 빼면 바람탈 수 있다기
바람을 관찰하며 바람불기 기다리네
바람을 이루고자 바람불기 기다리네
46] - < 맛 >
보글보글 끓는
우리네 된장국
거품을 거둬내야
제 맛이 나는데도
배고프단 이유로
거품 채 먹는다면
깊은 맛을 알 수 없네
된장 맛을 알 수 없네
맛을 내기 위해서
필요한 거품
맛 내고 나면
스러지는데
거품을 맛이라
착각하는 사람들
거품을 쫒다가
거품처럼 사라지네
47] - < 하늘벌레의 꿈(夢) >
- 유충(幼蟲)의 노래 -
눈을 뜨고 사방을
바라보아도
보이는 건 어두운
벽(壁) 뿐이네
살아남기 위하여
알벽을 갈아먹고
살아남기 위하여
잠이 들었네
"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아들아 "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 있었네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나를 감쌓네
혼신의 힘으로
알 벽을 밀어내자
깨진 알 벽 사이로
들어오는 환한 빛
어둠은 사라지자고
빛의 자녀되었네
뽕잎을 갈아먹고 잠이 들었네
은혜의 뽕잎 먹고 잠이 들었네
허물이 벗겨지고
연한 속살 돋아나는
누에 잠 자던 날
들리는 음성
" 꿈 없는 삶이란 주검이라며
깊은 잠 들지말고 꿈을 꾸라네 "
- 성충(成蟲)의 노래 -
얼 비친 익은 누에 고치를 치네
명주실을 뽑아서 고치를 치네
은혜의 실로 만든 아름다운 고치집
바늘 귀 보다 작은 구멍을 만들고
고치집에 누어서 잠이 들었네
잠결에 들려오는 세미한 음성
가슴을 울리는 하늘가락이었네
" 빛 속에 살면서도 은혜(恩惠)인 줄 모른 사람
만나를 먹으면서 감사(感謝)할 줄 모른 사람
널부러저 세상에 가득하지만
고치집을 떠나라
날개짓을 하여라
하늘 나는 축복(祝福)을 네게 줄테니
날개짓 펄럭이며 우화등선(羽化登仙) 하여라"
48] - < 피 리 >
늘 푸를줄 알았네
산들바람
살갗을 간지럽히고
아침 햇살
대숲 사이 사이에 끼어드는
평화 계속될 줄 알았네
비바람 몰아치던 어느 날
당신이 찾아와 나를 잘랐네
뜨거운 증기(蒸氣)로
나를 삶더니
그늘에서 건조한 내 몸에
구멍을 뚫었네
가늘게 꼰 새끼줄로
가슴 속 묻은 때 벗겨내고
모난 면(面)
사포질로 다듬기를 수천번
나는 당신의 소리를 내는
울림통이 되었네
당신의 축복을 전하는
통로가 되었네
49] - < 당신은 날 더러 >
오늘이 오늘이고
내일(來日)도 오늘이네
매일 오는 오늘을
뉘 라서 막을손가
오늘도 내 일이고
내일(來日)도 내 일이니
네 일 아닌 내 일이니
내 일 같이 일 하라네
일 하면서 즐기라네
즐기면서 일 하라네
50] - < 사명(使命) >
누구나 사람들을 위한다 하면서도
법대로 율법대로 판단하고 제단하네
법대로 율법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법이 곧 정의이고 선이라 주장하네
누구나 사람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누구도 사람들을 위하지 않는다네
법대로 율법대로 세상을 살다보면
율법에 구속되어 죄인으로 화(化)하나니
법으로 구별하고 율법으로 차별하는
두려움과 공포가 세상을 지배하네
율법에 길들여져 살아가는 삶이란
보이는 것에 대한 남의 눈이 두려워서
보여주기 위한 익숙함에 길들어진
위장된 선이라네, 회칠한 선이라네
남을 위해 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구별하고 차별하며 자기의自己義) 드러내며
자기만을 위하여 우상을 만들었네
위선과 탐욕이 땅 위에 가득하자
소외되고 약한 자, 천대받은 가난한 자
피보다 진한 눈물, 하늘 보좌 움직였네
하늘의 한 의(義)가 세상에 내려왔네
낮은 곳에 임하사 속죄양이 되신 예수
나를 위해 십자가 산 제물이 되었다네
나의 죄 구속코저 대속제물 되신 당신
누리고 누리라네, 구원함을 누리라네
받은 은혜 누리며 세상 속에 뛰어들어
복된 소식 전하라네, 땅 끝까지 전하라네
51] - < 습관(習慣) >
나에게는 죽는 날까지 동행해야 하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그림자처럼
한 시도 떨어질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디딤돌이지만
때로는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입니다
결단과 의지력에 힘입어
성공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파멸로 이끌기도 합니다
나의 통제 아래 있는
근육과 총명은 갖추었으되
분별력이 없는 나의 친구는 로봇이 아닙니다
분별력이 없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친구를 길들여야 하는 사명이
내게 주어졌습니다
단호하게 통제하며
길들여진 친구와 함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지금 가고 있습니다
52] - < 바닥짐 >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인생 길
짐 때문에 곤고(困苦)하다 탓하지는 말게나
바람 불고 풍랑 일면 흔들리는 인생 길
바닥짐이 아니라면 뒤집히고 만다네
십자가 지기 싫어 곁눈 팔지 말게나
사명(使命)의 짐 지기 싫어 외면하지 말게나
말씀을 부여잡고 십자가 등에 지면
폭풍우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다네
믿음으로 설계하고 소망(所望)으로 용접하여
사랑으로 건조한 삶 창파(滄波)에 배 띄우면
말씀의 바닥짐이 평형수(平衡水)가 되나니
우리 모두 어우러져 십자가(十字家) 함께 지세
53] - < 바 다 >
바람에 흔들리면
나는 바람이다
기척없이 날아와
메아리만 남기고 사라지는
갈매기 다
찰랑대는 물결
결 마다
가푼 숨
몰아쉬며
토해내는 격랑이다
때리고 때리다
마침내 부서저
사라진 포말이다
뜨거운 태양을
감당 할 수 없어
빙 빙 돌다가
몰아치는 격정이다
그러다가 지처서
쓸어진 나는
나는
어둠 속에 잠이 든 고요다
54] - < 네잎 클로버 >
행운을 잡기 위해 풀밭을 걸었네
지천에 깔린 것이 행복인데도
네잎 클로버에 눈이 멀어서
세잎 클로버를 보지 못했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데도
좋은 것 널브러진 세상인데도
하는 즐거움에 길들여져서
보는 즐거움을 잃어버렸네
행운을 찾아서 헤매는 나에게
불안이 찾아와 손을 흔드네
조급한 마음에 뛰어 보지만
잡힐 듯한 행운은 잡히지 않고
세잎 클로버만 짓밟고 있네
지천에 깔린 것이 행복인데도
행복을 누리는 게 행운인데도
네잎 클로버에 눈이 먼 나는
오늘도 풀밭을 누비고 있네
55] - < 하늘우물(天井) >
구름으로 옷 만들고 흑암으로 강보지어
궁창에 가두어 논 빛과 물의 샘이여
빛의 샘 터지면 별빛이 쏟아지고
물의 강보 찢기면 눈과 비 내리네
하늘 땅 소통하는 사람을 만들어
세상을 다스리는 사명(使命)주시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라 하였는데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어기고 말았네
문 앞에 엎드린 죄(罪) 다스리지 못한
에덴에서 쫓겨난 천정부지(天井不知) 철부지들
천장(天障)을 만들었네
바벨탑을 쌓았네
하늘을 우러러 빛을 찾는 상인(商人)들
지붕에 구멍 뚫어 하늘과 소통하네
천정(天井)에 고인 빛, 마당에 쏟아지네
유려한 빛의 비늘 빗줄기에 묻어서
정원에 떨어지네
연못에 고였네.
* 기(記) : 문자로 역사를 기록한 나라는 상(商)나라가 중국 역사상 처음이다. 탕왕(湯王)은 명조(鳴條)에서 하(夏)나라의 주력군을 격파한 후 우왕(禹王) 때 만들었다는 천자의 상징 구정(九鼎)을 박(亳)으로 옮겨 상나라를 세웠다. 제19대 왕인 반경(盤庚)은 수도를 박에서 은(殷)으로 옮겼는데 이곳이 바로 중국 최초의 역사 문헌인 갑골문(상형문자)이 발견된 은허(殷墟)다. 은허(殷墟)에서 발굴된 갑골문은 상나라 역사를 기록한 최초의 한자다. 상형문자인 한자의 자원을 풀이한, 중국 후한 때 문자학자 허신이 저술한 설문해자(說文解字)를 그동안 우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설문해자는 한자의 기원을 밝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자학 책이다. 성경의 창세기를 읽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던 설문해자의 비밀이 갑골문자 발견과 함께 세상에 알려졌다. 셈족인 욕단의 후손이 동쪽으로 이주해 상나라를 건국했고, 이들은 문자를 만들어 하나님의 비밀을 한자 속에 숨겨놓았다. 지금의 하남성 안양현 소둔촌에 위치한 은허는 상나라의 마지막 도읍지다. 일반적으로 상나라를 은(殷)나라 혹은 은상(殷商)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래 ‘상인(商人)’은 ‘장사하는 사람’이란 뜻이 아니었다. 상은 지명이고 상인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을 의미했다. 상은 허난성 정저우(鄭州) 동쪽 200㎞에 있는 상추시(商丘市) 남부지역으로, 하나라 우왕을 도와 치수에 공을 세운 설(契)이 봉읍으로 받은 땅이다. 설의 10대손 왕해(王亥)는 목축과 함께 장사를 했다. 하나라를 멸하고 은나라를 건국한 탕왕은 왕해의 4대손이다. 은나라를 멸하고 주나라를 세운 주공이 은나라 사람들의 장사를 계속하도록 허용한 후로 장사하는 사람을 통칭해 상인이라고 부르게 된다. 상(商)나라 후손인 휘상(徽商)들이 건축한 서체촌(西遞村)의 ㅁ자형 주택은, 하늘에 구멍을 뚫어서(천정·天井), 집 안에 마당을 만들어 논 것과 같은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낮에는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바라보며, 밤에는 달과 별을 볼 수 있다. 내리는 눈·비 모두 마당으로 떨어진다. 이들에게 비는 금(金), 눈은 은(銀)을 의미, 지붕에 뚫린 구멍을 통해 비와 눈이 마당에 떨어지면 부(富)가 집에 쌓인다고 여겼다.
56] - < 햇빛우물(陽井) >
양산(陽山) 아래 쑥우물(나정·蘿井)
백필(白疋) 백마(白馬) 무릎 꿇자
붉은 알 깨고 나온 아이
바로 볼 수 없었네
새, 짐승 춤을 추고
해와 달 청명(晴明)한 날
세상을 밝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탄강(誕降)하니
기와지붕 난간(欄干)삼아
빛의 제단 설치하고
하늘의 뜻 헤아리는
기양제(祈禳祭)를 드리네
해와 달과 별의 빛
고여있는 하늘샘
두레박 드리우고
빛을 건져 올리네
* 기(記) : ㅁ자형 집은 경북 안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옥 형태로, 대체로 안채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외부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부분은 사랑채이며 안채의 공간을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만든 구조다. ㅁ자형 집이 발달한 배경에는 내외를 철저히 가리는 유교적 생활원리가 자리잡고 있다. 남성의 개방적 공간과 여성의 폐쇄적 공간을 하나의 가옥으로 구성함으로써 유교이념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했다. 자연채광을 위해 집 중앙에 '햇빛우물’을 만든 양동마을의 가옥 구조는, 상(商)나라 후손인 휘상(徽商)들이 건설한 서체촌(西遞村)의 가옥구조와 비슷하다. 휘상들이 하늘우물(천정·天井)이라 부르는 안마당을, 우리는 폐쇄적인 공간에 빛을 끌어들이는 햇빛우물로 봤지만 그들은 천정에 고이는 비를 금(金)으로, 눈을 은(銀)으로 생각하고, 비와 눈이 안마당에 떨어지면 부(富)가 집에 쌓인다고 믿었다.
57] - < 농다리(籠橋) >
검붉은 지네 한마리
세금천(洗錦川)을 가로 질러
잠들어 있네
밟으면 꿈뜰거리는데
천년(千年)의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르네
세금천(洗錦川) 맑은물에
씻겨서일까
세월(世月)의 흔적 찾아볼 수 없는데
검붉은 비늘 위 눈이 쌓이는
농암모설(籠巖暮雪)
천년(千年) 지켜온 절경(絶景)
상산(常山)의 으뜸이네
* 농다리 - 천년을 이어온 농다리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의 굴티마을 앞에 있다. 다리를 구성한 돌들은 모양이 제각각이다. 모두 사력암질의 붉은색 돌을 사용했는데 깎거나 다듬지 않았다. 얼기설기 얹어 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강한 물살에도 떠내려가지 않는 과학적 원리와 함께 철학적 뜻까지 담고 있다. ‘조선환여승람(朝鮮環與勝覽)’의 기록에 따르면 자석배음양, 즉 음양의 기운을 고루 갖춘 돌을 이용해 고려 때 축조했다고 한다. 28개의 교각은 하늘의 기본 별자리인 28숙(宿)을 응용했고 장마 때면 물을 거스르지 않고 다리 위로 넘쳐흐르게 만든 수월교(水越橋)형태로 만들어 오랜 세월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지네가 기어가는 듯 구불거리는 모양으로 생긴 다리는 빠른 물살에 견디기 위한 구조다
58] - < 죽비소리 >
산(山)은 산(山)이고
물은 물이라기에
있는 그대로 바라 보려 했었네
마음을 비우고 바라봤지만
비운 마음 그자리에
욕심(慾心)이 터를 잡고
무성(茂盛)해진 욕망(慾望)때문에
바로 볼 수 없었네
산(山)은 산(山)이고
물은 물이라는데
산(山)이 산(山)으로 보이질 않았네
물을 물로만 볼 수가 없었네
적막을 깨뜨리고 죽비소리 들리네
세상만사 공수래 공수거(世上萬事空手來空手去)
점(点)이 변(變)하면 우주가 되고
우주(宇宙) 또한 마침내 공(空)으로 화(化)하나니
산(山)은 산(山)이고
물은 물이라
세상의 모든 진리 이 말 속에 있나니
산(山)을 산(山)으로만 바라 보라네
물은 물로만 바라 보라네
59] - < 석대도(石臺島) >
남지나 해(海)의 거친 파도가
서해바다을 때리며
거친 숨을 토해내는
무창포 해변(武昌浦海邊)
갑오징어의 하얀 뼈들이
모래톱에 정박해 있다
쪽달을 향해
재잘대던 갈매기
바닷물에 내려 앉고
들물에 밀려
황새 울음소리
사라저간 석대도(石臺島)
좌대(座臺)만 남아
너울이 된 전설(傳說)을
기다리고 있다
* 석대도 - 충남 보령시 웅천읍에 위치한 무창포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작은섬인 석대도는 진도와 더불어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도 불리는 신비의 바닷길로 잘 알려진 곳이다. 옛날 구전에 따르면 아기장군이 죽었을 때 황새가 떼지어 나타나서 슬프게 울었다는 섬으로 돌로 좌대가 놓인 것과 같이 생겼다하여 석대도라 불린다.
60] - < 고리산 기슭에서 >
고리산 기슭
어둠이 깃들자
개구리 우는 소리
뻐꾸기 화답하네
어제 내린 장마비
쓸어진 국화송이
넘어지면서도
꽃망울 터뜨리네
별들 사라진
물 먹은 하늘 향해
이웃집 누렁이
목청을 뽑고 있네
* 고리산 - 『조선지지자료』에는 "환평산(環坪山)[언문:골이산]은 군북일소면 감로리에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골이산 혹은 고리산의 뜻을 한자로 표기하면 '환산(環山)'이 된다. 『한국지명총람』에는 환산의 다른 명칭 '고니산(古尼山)'이 기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환산 중턱 바위에 '고리' 자국이 있는데 옛날에 이곳이 바다가 되어서 배를 매었다는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환산 남동사면에는 군북면 환평리 고무실이란 마을 지명도 이와 관련이 있다.
61] - < 느릅나무 산발목(散髮木) >
- 호태왕릉(好太王陵)의 비가(悲歌)
평나(平那)를 침범해 우거(右渠)를 멸하고
한사군(漢四郡) 설치하련 한무제(漢武帝) 유철(劉徹)의 꿈
고두막한(高豆莫汗) 가로막혀 이룰 수가 없었네
전투에서 패한 장수 목을 베어 징벌하고
우거 살해 협력한 번조선(番朝鮮)의 배신자를
제후(諸侯)로 봉(奉)하고 귀국한 한왕(漢王) 유철
이 사실 지켜본 사기(史記)의 사마천(司馬遷)
한사군(漢四郡) 지명(地名)을 기록할 수 없었네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목청을 높이면서
사코 가게노부(酒勾景信) 밀파한 일본의 전쟁광들
광개토대왕비 훼손해 역사를 날조했네
역사를 왜곡한 일본의 군국주의(軍國主義)
예전에 다스리던 땅 회복한단 이유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設) 근거해 조선을 병탄(竝呑)했네
조선을 침탈(侵奪)했네.
우이(嵎夷) 땅에 나라 세운 고주몽(朱蒙)의 붉은 꿈.
해를 향해 날아오른 삼족오(三足烏)의 붉은 꿈.
동북아 호령하던 고구려의 붉은 꿈.
13세에 태자 책봉, 17세에 왕이 돼
영락(永樂) 연호(年號) 사용한 호태왕(好太王) 광개토,
거란을 공략한 후 동부여를 정벌하고
후연(後燕)을 공격하여
광활한 고조선(古朝鮮) 옛 영토 회복했네
신라를 침범한 왜구를 격퇴하고,
관미성(關彌城)을 함락시킨 광개토(廣開土)
39세 젊은 나이 세상을 하직했네
고조선 고토에 설치하려던 한사군(漢四郡)
한무제(漢武帝) 못 이룬 꿈 이루려는 중국인들
동북공정(東北工程) 책략으로
역사 왜곡하는 동안
임나일본부설 믿고 싶은 일본인들
군비 증강 획책하고 발톱을 세우네
자국이익 보호 위한 주변의 열강들
호시탐탐 한반도를 노리는데
남과 북은 분단돼 대치하고 있는데
남마저 분열되어 하나 되지 못하네
잡초 잡석 널부러져 황폐한 호태왕릉(好太王陵)
차마 볼 수 없어, 눈 뜨고는 볼 수 없어
머리 풀어헤친 산발목(散髮木)이 되었네
호태왕릉 지키는 시위(侍衛)가 되었네
만주벌판 호령하던 우리의 개토대왕(開土大王)
호태왕 그리워 환생하는 고구려민
대왕 앞 시립하는 느릅나무 되었네
대왕릉 지키는 수호목(守護木)이 되었네
62] - < 무궁화(無窮花) > * 1
한여름 뙤약볕에
얼굴을 드러내며
백일(百日)동안 피고지는
겨레의 꽃, 무궁화(無窮花)
뜨는 해 기원(祈願)하며
꼭두새벽 피어나서
하루 뿐인 영화(榮華)를
스스로 누리네
햇덧에 잠이 드는
짧디 짧은 삶 속에
천년(千年)이 하루 같은
무궁(無窮)함이 배어 있네
날마다 죽는 몸
서러울 법(法) 하건만
날마다 새로워지는 꿈
반만년(半萬年)을 이어왔네
해돋는 근역(槿域)땅에
아름다운 목근화(木槿花)
붉고 하얀 꽃술 속에
민족(民族) 얼이 살아있네
63] - < 무궁화(無窮花) > * 2
새벽이슬로 낯을 씻고
햇귀의 붉은 기운 들이키니
빛나는 청정(淸淨)함은
고운 아침(朝鮮) 빛이 되네
뜨는 해 바라보며 활짝 핀 얼굴
내일(來日)은 내 것이 아니라며
오늘을 불 사르네, 진력(盡力)을 다하네
내일(來日)은
새로 피는 꽃에게 맡기니
날마다 새로워지는 변화(變化) 속
영생(永生)이 있네, 진리(眞理)가 있네.
‘아침에 득도(得道)하면
저녁에 죽어 여한(餘恨)없다‘는
군자(君子)의 깨달음
꽃이 되어 피어났네
삼동(三冬)에 꽃피우란
황제(皇帝)의 명(命) 거역한
훈화초(薰華草) 굳은 기개(氣槪)
목근화(木槿花)가 되었네
군자국(君子國)에 만발하는
무궁화(無窮花) 되었네
64] - < 무궁화(無窮花) > * 3
속취(俗臭)와 요사(妖邪).
망집(妄執)과 오만(傲慢)에 사로잡혀
흐드러진 자태(姿態) 자랑하던
화사한 벚꽃과 요염한 장미(薔薇)
화려한 꽃잎 흩날리자
미련만 남아 난분분(亂粉粉)하는데
삼동(三冬)을 견뎌낸 순화(舜華)
봄바람 살랑거려도
흔들리지 않더니
한여름 뙤약볕에 기개(氣槪)를 드러내며
자미수(紫薇樹) 벗 삼아
환한 얼굴 드러내네
그믐과 초승을 볼 수는 없지만
잠들기 전(前) 단정하게 오무린 꽃송이들
세상의 모든 업(業)
가슴에 묻어두고
꽃받침 남겨둔 체
미련없이 떨어지네
천년(千年)을 산다는 소나무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는데
스스로 영화(榮華)를 이룬다는
하루뿐인 목근화(木槿花)
날마다 새로워지니
그 끝이 무궁(無窮)하네
65] - < 무궁화(無窮花) > * 4
1만6천 해를 일년(一年)으로 살아가며
삼천리(三千里) 금수강산(錦繡江山) 울타리 되고 싶어
봄비슴 차려입은 화사함 버리고서
하루 해 바라보는 일편단심(一片丹心) 택하였네
사백칠십팔번의 크고 작은 전쟁(戰爭)속에
찬란한 백의민족(白衣民族) 오천년을 이어왔네
100여년 전 한반도(韓半島)에
열강(列强)들의 힘 겨루기
청일전쟁(淸日戰爭), 노일전쟁(露日戰爭),
한일강제병합(韓日强制倂合) 이유였네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도
국익(國益)앞에 소용없고
미국(美國)의 묵인(黙認) 아래
한일강제병합(韓日强制倂合) 이뤄젔네
개화라는 미명 아래 창씨개명 강요(强要)받고
말과 글을 빼앗긴 인고(忍苦)의 36년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되자
스탈린의 붉은군대 북한 땅에 진주했네
일본군의 무장해제, 3.8선을 그어놓고
미국과 소련이 분할점령 하였다네
소련과 중국이 우호동맹 체결하자
북한의 김일성 적화통일 꿈을 꾸네
한반도를 배제한 에치슨라인 공표되고
대한군사원조법안 미하원에서 부결되자
스탈린의 허락받은 북한군이 남침하여
동족상잔 한국전쟁 3년 동안 계속됐네
중공군의 참전으로 통일은 무산되고
스탈린의 사망으로 일본증시 폭락했네
식민지 수탈했던 패전국 일본경제
전쟁물자 조달하여 폐허에서 일어섰네
“미국만 믿지말고 소련에 속지말라
중국은 의뭉하고 일본은 일어선다‘
외치던 선구자, 말달리던 선구자
훈화초(薰華草)로 피었네, 번리초(藩籬草)가 되었네
1만6천 해를 일년(一年)으로 살아가며
삼천리 금수강산 울타리 되고 싶어
봄비슴 차려입은 화사함 버리고서
뙤약볕에 피어나는 무궁화(無窮花)가 되었네
* 기(記) : 중국 진(晋)나라의 사마표(司馬彪)는 "무궁화는 1만6천 해를 일 년으로 삼는다. 일명 순춘(蕣椿)이라고도 한다(木槿也 以萬六千歲一年 一名蕣椿)"고 하였다. 여기에서 춘(椿, 참죽나무)은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나무다. 《장자(莊子)》에 "춘(椿)나무는 8천 년을 봄으로 하고 8천 년을 가을로 한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이를 인용하여 무궁화의 화기가 길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66] - < 무궁화(無窮花) > * 5
피고 지네 피고 지네
영원토록 피고 지네
피고 지는 것만 바라보면
인생의 덧없음 노래할 법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궁한 파동소리
영원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네
햇귀 따라 태어나서 햇덧에 지지마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삶으로 실천하네
다섯 갈래 갈라진 늘 푸른 잎사귀와
아름답게 어우러진 다섯 장의 꽃잎파리
수(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천지조화 상징하는 오행(五行)이 담겨있네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무궁한 순환 속에
어둠을 모르는 순결한 마음과
잠들 수 없는 경이롬, 꽃으로 피어나네
피고 지네 피고 지네
영원토록 피고 지네
피고 지는 것만 바라보면
인생의 덧없음 노래할 법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궁한 파동소리
영원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네
67] - < 계관화(鷄冠花) >
깨어서 망을 보던
새벽 닭 홰를 치네
나라를 넘보던 지네와의 싸움
찢긴 벼슬 선혈이 낭자하네
피 물든 땅 해방의 함성
한송이 꽃이 되어 장독대에 피었네
나라을 지키는 마음들이 모여
꽃술과 꽃술이 주름으로 연합
자주색 벼슬을
곧추세웠네
아직도 넘보는 지네 있다며
경종(警鐘)을 울리는 추상같은 기개
삼복 더위와 초겨울 무서리도
계관화 붉은 열정 꺾을 수가 없네
68] - < 봉선화(鳳仙花) > * 1
해말간 꽃대에 봉황(鳳凰)이 날아들어
수줍음에 베인 교태 봉선화(鳳仙花)가 되었네
봉실봉실 봉선화 장독대에 피는 날
누이의 예쁜 손톱 고운 빛 물이 드네
붉은 꽃잎 속잎 찧어 명반가루 섞어서
섬섬옥수(纖纖玉手) 손톱눈을 헝겊으로 동여놓고
3.4일 지나자 붉은 손톱 되었네
성성혈(猩猩血) 우러나와 봉선화 물 들었네
첫서리 기다리는 누이의 가슴에
사랑이 물 들었네, 봉실화가 피었네
69] - < 봉선화(鳳仙花) > * 2
삼복(三伏)더위 이기지 못해
겨드랑이에 꽃자루 숨기고
우아한 매발톱
우뚝 세운 봉황새
보송보송 솜털 무성한 씨방
관(管)다발. 그물맥(脈) 따라
복음(福音)이 들어왔네
사랑하기 시작하네
연초록 씨주머니
갈색으로 변하자
충만한 씨방속에
역동(逆動)하는 복음에 씨
씨방껍질 두드리네
구원(救援)의 문 두드리네
툭 하고 건들면,
복음(福音)이 쏟아지고
툭하고 건들면
사랑을 쏟아내는
성질 급한 급성자(急性子).
시간이 없다하네, 시간이 급하다네
70] - < 무화과(無花果) >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한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선악과(善惡果) 따먹자 눈이 밝아저
발가벗은 모습을 알게 되었네
무화과 이파리 치마 만들어
벌거벗음 가렸네 부끄러움 가렸네
꽃 피고 열매 맺는 하늘의 조화(造化)
벌거벗음 그대로 아름다움 인 것을
설레임 가리자 사라진 아름다움
무성한 이파리 꽃잎이 보이잖네
나뭇잎 겨드랑이 움솟는 꽃자루
아름다움 보이잖네, 꽃술이 보이잖네
꽃자루에 숨겨진 은화(隱花)꽃차례
암꽃의 화피열편(花被裂片) 씨방이 자리잡고
암술 수술 이어주는 중신아비 누구일까?
탈바꿈도 하지않는 좀벌레 있었네
벌거벗음 그대로 아름다움인 것을
깨닫고 의식하자 부끄러움 되었네
성스러운 생식기 아름다운 모습을
꽃자루에 숨기고 열매맺는 무화과(無花果)
선악과(善惡果) 따 먹고 옷을 입었네
벌거벗음 그대로 아름다움인 것을
설레임 가리자 아름다움 사라지고
꽃자루 속에서 열매만 익어가네
71] - < 상사화(相思花) >
난마(亂麻) 처럼 얽힌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
등잔 위에 올렸다
심지가 타오른다
어둠이 녹아
방 안을 밝히는
삼경(三更)
봉창에 아른대던 바람
달빛 받아
그림자 만 남기고 사라진다
등잔불에 흔들리는 고요
밤 하늘에 뿌려논
반듸의 불빛이
사금파리 처럼 반짝인다
반짝일 때 마다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상사화(相思花)
어디선가
산새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72] - < 선암사 꽃무릇 >
비에 젖은 여인 잊지못해
저승길 떠나가며
각혈한 스님
석달열흘 가슴앓이
이승을 떠돌다
선홍빛 정염(情炎) 꽃이 되었네
꽃무릇 활짝 핀 도솔천 기슭
단풍나무 무안한지
얼굴붉히네
무릇. 처염한 자태
꽃무릇 아니면 낼 수 없는 걸
그대 얼굴 붉힌다 해 뉘라서 책망할까?
73] - < 진달래 꽃 >
당아
오지않는 그대
그리움 되어
시방
벌판을 달구는
꽃으로 피어나네
가슴 저민 사연
감당할 수 없어
밤새워
울부짖는
처연한 슬픔
피
멍든
꽃이 되어
피 멍든
꽃이 되어
산등성이 사루네
74] - < 매발톱 꽃 >
꽃뿔 안의
연한 꽃잎
수줍어
고개숙였네
꿀샘 찾는 나비
하늘거리자
꽃뿔을 제치고
고개 드는
매발톱 꽃
꽃잎 지고
열매 맺자
하늘 높이
꽃대궁 치켜드네
75] - < 들 풀 >
부대끼며
쓰러지는 들풀을 보라
흔들리며
뿌리내린 끈기 있나니
바람 자면
일어나는 생명을 보라
흔들리며 성장하는
믿음 있나니
역경을 극복하는
소망 붙들고
환란 속에 꽃피우는
사랑 있나니
바람 자면
부활하는 풀꽃을 보라
부대끼며
쓰러지는 들풀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