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의 戀子隨筆] 명분(名分) - 금강일보 승인 2019.08.06 17:32
[고산지의 戀子隨筆] 명분(名分) - 금강일보 승인 2019.08.06 17:32
신(神)의 이름이 명분이었네
세속의 군주들 교회를 앞세우고
제국의 확장 위해 침략을 자행했네
침략과 약탈이 정의가 되자
신의 이름으로 열광하기 시작했네
이념(理念)이 명분이었네
대중의 이름으로 우상을 만들고
검증되지않는 논리로 군중을 선동하네
책임은 지지않고 말만 하는 지식인들
이념 파는 그들로 세상이 어지럽네
불편과 위험, 불안정이 싫어서
규제를 선택한 정착민이 잘못됐다
불편과 위험 불안정을 즐기면서
자유를 선택한 유목민이 틀리다
서로를 탓하네, 서로를 비방하네
이름[名]과 직책에 걸맞는 일 하지않고
구실을 만들어 세상을 현혹하네
책임없는 권리는 명분이 될 수 없네
무책임한 말 또한 명분이 아니라네
책임지는 자율(自律)이 명분을 앞세우면
책임지는 자유(自由)로 인해 가치가 창출되네
명(名)은 얼굴이 식별되지 않는 야간에, 군대의 수하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부르는 것이며, 분(分)은 그 사람의 직책이나 직분을 나타냈다. 그러므로 명분(名分)이란 이름과 직분을 말하며 신분의 뜻이 함의되어있기 때문에 각각의 이름과 신분에 걸맞는 마땅히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의미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말많은 선비들에 의해 명분이란 단어는 일을 도모하기 위해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로 그 뜻이 변질되었다.
이념(idea)과 논리(logie)의 합성어로 관념 체계, 의식 체계, 사상 체계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사회와 정치적 현실을 왜곡 또는 위장시킨 관념과 신념에 의해 성립된 허위의식으로,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정당화 시키기 위해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념(理念)의 한자어 중 금(今)자와 심(心)자가 결합한 생각 념(念)자에 담긴 뜻이다. 입 모양을 거꾸로 그린 회의문자 금(今)자의 본래 의미는, ‘입안에 머금다’였다. 옛 사람들은 생각을 머리가 아닌 심장의 활동으로 믿었다. 입 모양을 거꾸로 그린 이제 금(今)자에 마음 심(心)자를 결합한 생각 염(念)자는 생각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심장으로 들어가 각인됨을 의미했다. 그래서 일까? 이념에 물든 사람이 생각을 바꾸기가 여간 힘든 것 같다. 명의 화타는 그의 어록에서 “육신의 병은 고칠 수 있어도 이념의 병은 고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겠다.
사냥을 하던 유목민들은 농경생활을 위해 정착하면서 규범화 된 체제 속에 동화됐다. 스스로 자유를 버리고 집단화 되는, 개인의 이익보단 집단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신분제 사회를 형성했다. 이런 사회를 우리는 봉건사회라고 한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개인의 자유를 포기했던 근대인들은 시민혁명을 통해 신분적 억압에서 벗어났으나, 개인의 자유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평등이라는 명분의 규제를 펼치는 이념 장사꾼들의 포퓰리즘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원화된 사회일수록 다양한 가치가 존재한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다양한 비판은 민주사회를 역동적으로 이끌지만,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고 매도하는 사회의 종착역은, 전체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며, 소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위선자들이 다스리는 전체주의 국가가 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영국의 속담처럼 명분이란 선의의 겉옷을 벗기고 보면 지옥으로 가는 길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 사회, 벌거벗고도 벌거벗은 줄 모르는 벌거벗은 임금님들에게 이 아침 두려움을 무릎쓰고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소리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