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수필(戀子隨筆)

[고산지의 戀子隨筆] 신(新) 맹꽁이 타령 - 금강일보 승인 2019.10.01

高 山 芝 2019. 11. 27. 20:42


< 신(新) 맹꽁이 타령 >

 

맹하고 꽁한 사람

세상에 가득하네

 

한 쪽에서 맹-맹- 하면

한 쪽에서 꽁-꽁- 하며

 

불편한 고약해(高若海)

고이헌 놈 주장하는

 

맹꽁 맹꽁 맹꽁이로

세상이 어지럽네

 

도리도리 짝짜궁

곤지곤지 쥐암쥐암

 

기둥뿌리 썪는데

서까래만 처다보네

 

세종대왕에게는 유독 불편한 신하가 한 사람 있었다. ‘같을 약(若)‘, ‘바다 해(海)’ 자로 ‘바다 같은 인물’이 되라는 뜻을 이름에 담은 형조참판 고약해(高若海)는 태조, 정종, 태종, 세종까지 총 4명의 임금을 섬긴, 도 관찰사, 사헌부, 인수부 등 중직 등을 두루 거친 명재상이다. 고약해(高若海)는 세종대왕에게 사사건건 직언을 하는 신하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그의 이름을 빗대어서 세종이 “이런 고약해 같으니”라는 말씀을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고약해 때문에 불편해하면서도 다른 신하들이 직언하지 못할까봐 고약해에게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이후 ‘고약해 같다’는 말은 비위나 도리에 맞지 않는 것을 표현할 때 쓰이는 ‘고약하다’는 의미로 그 뜻이 변질되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황금률(Golden Rule)로 불리는 예수의 이 말씀은 하나님의 자녀들이 구현해야할 삶의 숭고한 가치이자 목표이다. 3세기 로마의 황제였던 세베루스 알렉산데르가 이 문장을 금으로 새겨 거실 벽에 붙인 데에서 황금률로 불리우게 됐다.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는 산상수훈의 말씀에는 황금률의 원리가 함의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한 일은, 그것이 선한 것이거나 악한 것이거나 간에 반드시 되돌아온다. 타인에게 나누어 주는 축복이나 입으로 하는 말, 행동, 감화력 등은 똑같은 방법으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사랑이 사랑을 부르고, 용서와 자비가 용서와 자비를 부르고, 악이 악을 부르고 보복이 보복을 부른다는 사실을 안 세베루스 알렉산데르 황제는 자신을 다스리기 위하여 이 율법을 황금으로 새겨 거실 벽에 걸어두었다.

 

작자ㆍ연대 미상의 맹꽁이 타령은 경기 지방의 휘모리잡가로, 인간 세계의 갖가지 모습을 맹꽁이를 통하여 조선 말의 세태를 해학적으로 풍자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훈련원의 맹꽁이는 첫 남편을 잃고 둘째 남편을 얻었으나 도둑질하다 감옥에 가고, 광천교의 맹꽁이는 통행금지 위반으로 잡혀가며 앙탈을 한다. 또한 경모궁(景慕宮)의 맹꽁이는 너무 떠들기 때문에 강감찰(姜監察)이 함을 물려서 벙어리가 된다는 등의 노랫말에 타령의 흥을 재미있게 접목했다. 맹꽁이는 도시의 변두리 논이나 저산지대의 평지, 또는 민가 주변의 논과 길가의 논둑에서 낮에는 굴속에 숨어 있다가 첫장마가 와서 논과 길가의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 물속으로 들어간다. 수컷이 먼저 들어가 “맹꽁 맹꽁” 요란하게 울면 암컷이 이 소리를 듣고 물속으로 들어가 짝을 짓고 산란한다. 산란을 마치면 물속에서 나와 밭둑이나 산기슭으로 이동하여 뒷다리로 굴을 파서 낮에는 그 속에서 은신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나오는 야행성 동물이 맹꽁이다.

 

건강한 사회란 불편한 직언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회이다. 냉장기술이 없던 시절, 유럽에서는 북해 연안에서 잡은 청어를 먼 배송지까지 운송할 때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음으로써 싱싱한 청어를 산 채로 운반할 수 있었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였던 아널드 토인비가 주장했던 메기효과는 1993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경영혁신을 내세우며 인용했던 신경영이론이다. 자연은 불편을 감수해야만 건강이 유지되는데, 어느 때부턴가 우리 사회는 불편한 것을 틀린 것으로 매도하며 자기 주장을 관철하려는 극단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몸살이 몸살로 끝나면 괜찮은데, 몸살이 잦다보면 합병증이 생겨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지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