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수필(戀子隨筆)

[고산지의 戀子隨筆] 밀물과 썰물 - 금강일보 승인 2020.11.03. 16:25

高 山 芝 2020. 12. 1. 14:42

밀물은 밀어주고 썰물은 끌어주네

 

밀어주지 않고

밀어내는 세상인데

 

끌어주지 않고

끌어내는 세상인데

 

밀물은 밀어주고 썰물은 끌어주네

 

가쁜 숨 몰아쉬며

하얀 거품 품어내며

 

끌어내지 아니 하네

끌어안고 함께 가네

 

밀어주며 함께 가네

밀어내지 아니 하네

 

밀물은 밀어주고 썰물은 끌어주네

 

처얼썩 처얼썩

바위를 때리면서

 

밀어내기보다는

앞장서서 끌어주고

 

끌어내 보다는

앞장 세워 밀어주네

 

밀물을 밀어주고 썰물은 끌어주네

 

 

달은 모습을 바꿔 가면서 지구 주위를 공전(公轉)하고, 지구는 계절을 바꿔 가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달은 모습이 바뀌고, 계절도 바뀌는 등 변화가 있지만,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환이 계속된다. 해수면이 높아져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들어오는 밀물과, 해수면이 낮아져 바닷물이 바다 쪽으로 빠지는 썰물은 태양과 달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의 자전과 공전으로 생기는 원심력이 지구의 바닷물을 한쪽으로 끌어당기면서 해수면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이는 지구와 가까운 달의 영향력 때문에 발생한다. 달을 마주보는 쪽이 달의 인력으로 밀물을 만들면 지구의 반대쪽은 지구의 원심력이 작용하여 썰물이 된다.

 

해수면이 가장 높은 밀물을 만조(滿潮), 해수면이 가장 낮은 썰물을 간조(干潮)라고 하며, 만조와 간조의 차이가 조차(潮差).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보름과 거의 보이지 않는 삭일(朔日)에는 태양과 달, 지구의 위치가 일직선상에 놓이는데, 인력과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해 조차가 커진다. ‘사리때는 해안에서 바닷물이 가장 높이 차올랐다가 가장 멀리까지 빠져나간다. 반대로 달이 반쪽만 보이는 상현(上弦)과 하현(下弦)에는 태양과 지구, 달이 직각을 이뤄 인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차가 작아진다.

 

조금때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지는 폭이 작아지며 갯벌이 드러나는 시간도 짧다. 이런 현상은 약 24시간 50분마다 지표면 상공을 한 바퀴씩 도는 달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며, 밀물에서 다음 밀물까지 또는 썰물에서 다음 썰물까지는 약 12시간 25분의 간격이 생긴다. 이것이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물때가 전날보다 약 50분씩 계속 늦어지는 이유다.

 

자연은 이렇듯 서로 연합해 때로는 썰물이 되도 밀물이 되기도 한다. 섭리(攝理)에 따라 주어진 배역에 충실한 자연에 비하면, 필요 이상의 것을 탐하면서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는 존재 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를 착각하면서 사람들은 살고 있다. 의식주 모두 자존자(自存者)의 은혜임을 망각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성취할 수 있다는 만심(慢心)에 사로잡혀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재단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은 정의가 아니다. 육체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에 따라 달라지는 내로남불은 희극을 넘어 비극을 잉태한다. 진정한 선과 아름다움은 연합에서 나온다. 세미한 지존자의 음성을 외면하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를 덧내는 분열이 우리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 구현을 위해 함께 손을 잡고 연합하는 그날을 소망하면서, ‘형제가 연합해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라는 노래가 우리 모두의 노래가 될 그날을 위해 이 새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본다.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