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작품 ]

연자시편 - < 정치꾼 > - 한국문학신문 4월 20일(제542)

高 山 芝 2022. 4. 28. 13:20

< 정치꾼 >

 

물이 너무 맑으면

큰 고기가 살지 못하고

지나치게 따지면

따른 사람 없다 하네

 

어울려 살려면

끼리끼리 살려면

봐줘야 한다며

저울추를 바꾸네

 

그놈의 정() 때문에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 땜에

미꾸리 흙탕물로

정치판이 혼탁하네.

 

웃물이 말아야

아랫물도 맑다는데

썩은 냄새 풍기는

붕당정치(朋黨政治) 패거리

 

개혁(改革)을 명분으로

내로남불 법석 떠네.

 

 

후한(後韓)2대 황제 명제(明帝) 제위시절 장군 반초(班超)는 서역(西域)50여 나라를 복속(服屬)시켜 후한(後漢)의 위세를 크게 떨쳤다. 그 공으로 반초(班超)4대 황제 화제(和帝) 영원(永元) 3, 현 신강성(新疆省) 위구르 자치구 고차(庫車)에 설치되었던 서역도호부(西域都護府) 도호(都護)로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졌다. 수도 낙양(洛陽)에 서역의 왕자들을 인질로 복속(服屬)을 맹세한 50여 나라를 감독하여 이반(離叛)을 방지하는 일이 도호(都護)의 주된 임무였다. 그는 한서(漢書)의 저자로 유명한 반고(班固)의 동생으로 소임을 다하고 귀국하자 후임자 임상(任尙)이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임상에게 반초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서역은 이민족의 땅일세. 그들을 복속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너무 엄하게 통치하면 민심을 잃게 될 것이네. 그대는 성격이 너무 엄격해서 탈일세. 물이 너무 맑으면 큰 물고기가 없는 법(水淸無大魚)이고, 지나치게 남의 옳고 그름을 살피게 되면 친구가 없는 법(人至察則無徒)이네.”

 

사람이 너무 까다롭고 결벽증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완급조절을 통해 점령지 사람들을 잘 교화시켜 통치하라는 조언이었다. 산청무대어(水淸無大魚). 인지찰측무도(人至察則無徒)라는 말의 이면에 함의 된 의미를 사람들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그가 서역도호부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자기관리에 철저했던 탓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待人春風 持己秋霜)는 의미한데,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의미를 남에게 적용한다.

 

한국인은 정()이 많은 민족이다. 그놈의 정 때문에, ()의 인연이 학연(學緣), 지연(地緣), 혈연(血緣)이 될 때는 자칫 잘못하면 연못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되기 쉽다. 잠시 눈감아 주면 지나갈 것이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며 우리가 남이가속삭이게 된다. 우리의 선조들이 즐겨보던 채근담(菜根譚)은 이런 처세술을 노골적으로 가르쳤다.

 

地之穢者 多生物, 水之淸者 常無魚, 故君者 當存含坵 納汚之量 不可持好 潔獨行之操

지지예자 다생물, 수지청자 상무어, 고군자,당존함구, 납오지량, 불가지호, 결독행지조

 

더러운 땅에는 초목이 무성하고, 물이 맑으면 고기가 없느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때 묻고 더러운 것이더라도 받아들이는 아량을 가져야 하고, 깨끗한 것만 즐기며, 혼자서만 행하려는 절조를 갖지 말라이 말을 가장 좋아하고 선호하는 사람들은 아마 한국의 정치인들인 것 같다.깨끗한 사람도 정치에 입문하면 오염되어 부정부패도 포용적으로 담아내야 큰 정치를 하는 것처럼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은 예수님도 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은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고 타인에게는 배려하라는 말씀을 선포했다.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지 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케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지 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5:29~30)”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5:44)"

 

모쪼록 새로운 정부는 자신에 대해서는 추상같고, 국민에게는 봄바람 같은 정부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두 손을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