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시 련(試鍊) ] - 1995년 5월 4일 -

高 山 芝 2013. 7. 1. 17:36

일본인 나가이(長井)와 도지마(戶島)가 월급을 타자 술값도 정산하지 않고

말없이 숙소를 떠났다.  화가 난 무사시는 월급을 몽땅 술값과 파칭코로 날렸다.

어제밤도 스나쿠 "히로미'에서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는 새벽에야 숙소에 돌아 왔다.

요즘 들어 부쩍 술에 취해서 개들과 대화를 자주하는 무사시.

사람들에게 속고 배신당한 속내를 개들에게 라도 하소연을 해야 답답함이 풀린다는 걸까?

돈  떨어지고 풀도 죽은 무사시를 깨워서 일만엔을 빌려주고 함께 파칭코장 모닝을  받으러 갔다.

스모기계에 앉은 나에게 두번 스모가 아다리가 되었다.

5천엔 투자에 환전을 하고 보니 만팔천오백엔이다.

일당도 했으니 숙소로 가자고 권했다지만 2만엔 이나 환전한 무사시는 오늘은 무언가 된다면서

혼자서 오리에트 파칭코장으로 향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종일 넌픽션 원고에 메달렸다.

초고의 문장이 이렇게 형편없음에도 자만하던 내가 부끄럽다

돈을 다 잃었는지 숙소에 돌아온 무사시가 아무말도 않고서 이불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명근이를 데리고 나간 무사시가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맥주와 라면을 사왔다

횡설수설하는 무사시와는 달리 명근이는 술이 오르자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토로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을 진학할려고 했다는 명근이는 특히 문학에 심취한 젊은이 였다.

나의 넌픽션이 형편없다고 술기운에 논평을 하더니 시는 좋다며 시나 쓰시죠 하는 명근이.

완성도 안한 원고를 보여준 나의 어리석음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추고한 원고를 다시 한번 보라고 강변하면서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명근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꼭 젊은 날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