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등장 인물 중 지휘자들은 보다 크게 묘사되거나 코끼리나 전차를 타고 용감하게 공격한다. 카우바라스의 지휘자중 한사람인 비스마( 중앙 부근 위쪽)가 적장인 아르주나가 쏜 화살에 정통으로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병사들이 빙둘러서서 바라보는 장면. 아르주나(중앙 부근, 악마 라후의 머리가 새겨진 방패를 든)가 크리쉬나를 향해 활을 쏘고, 사망한 크리쉬나는 아르주나가 탄 마차를 끄는 마부(팔 4개)로 환생하여 아르주나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설교(바가바드 기타)를 통해 그에게 전의를 북돋우는 역할을 맡는다.
지도 2. 힌두설화의 대서사시 「라마야나」 중 전개 장면들(Scene from the Ramayana) 서쪽 갤러리의 남쪽 모퉁이의 별실에는 사방 둘러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내용 8가지가 새겨져 있는데 침수로 인해 유실된 부분도 있다.
<라마야나 요약>
◐랑카 왕 라바나를 총애하는 쉬바신은 신의 권능으로 그를 죽일 수 없도록하는 축복과 재능을 내린다. 교만해진 라바나가 급기야는 쉬바신과 아내 파르바티 여신이 앉아 있는 카일라사 산을 뒤흔드는 등 방자함이 극에 달했지만 한번 내린 권능을 어쩔 수 없어 고민하던 쉬바신과 브라흐만 신은 맹세의 허점을 이용하여 비쉬누 신에게 인간의 몸이 되어 라바나를 죽일 것을 부탁하여 비쉬누는 아요디야 왕국의 라마 왕자로 탄생한다. 라바나의 여동생인 슈르파나카가 라마에게 반해 접근하지만 이미 아름다운 처녀 시타와 결혼한 라마는 그녀를 거부한다. 자존심이 상한 슈르파나카는 오빠를 끌어들여 시타를 취하도록 유인한다. 라바나의 숙부 마리차는 유부녀의 약탈을 부당하다 호소하지만 라바나의 강요에 못이겨 황금사슴으로 둔갑하여 쉬타를 유인하게 되고 덕분에 라바나는 시타를 탈취하여 자신의 궁전에 감금한 채 남편을 버리고 자신에게 오기를 강요한다. 라마는 시타를 찾아 갖은 역경을 겪는 중 모함 받아 쫒겨난 원숭이 왕국의 왕자 수그리바와 그의 부하 하누만을 만나 서로의 왕좌를 되찾아주는 조건으로 동맹을 맺는다. 이리하여 인간이 된 비쉬누 신(라마)과 원숭이로 환생한 신들이 힘을 합쳐 결국 라바나도 죽이고 라마는 아내와 나라를 되찾고 수그리바 역시 원숭이 왕국의 왕으로 등극한다는 해피앤딩 스토리이다.
◐크리쉬나(Krishna): 는 비쉬누 신의 여덟 번째 화신으로 목동이라는 평범한 직업의 순수한 인간 모습을 취한다. 또 마하바라타에서 아르주나가 고뇌에 차 있을 때 다르마에 설교(바가바드 기타)로 일깨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별실의 부조를 보기 위해선 인드라 신과의 관계를 알아둔다. 목동 크리쉬나로 환생한 비쉬누은 그동안 인드신을 숭배하던 목동들에게 더 이상 그를 믿지 말고 자신을 섬기라고 설득하자 화가난 인드라는 홍수와 번개를 내리쳐서 목동들을 징벌한다. 그러자 크리쉬나는 한손으로 번쩍 고바르다나 산을 가볍게 치켜들어 내리치는 홍수와 번개를 막아낸다. 이렇게 7일동안 버티고 있자 결국 인드라는 패배를 자인한다.
◐인드라(Indra) : 홍수와 번개의 신으로 젖의 바다를 휘젖을 때 탄생한 코끼리를 타고 다니는 호탕한 성격의 신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면이 있는 반면 자만심이 지나쳐 교만함의 극치에 달한 신. |
별실 북쪽: 황금사슴으로 둔갑하여 시타(Sita)의 유괴를 도운 마리차(Marica)를 라마가 죽이는 장면 인드라의 번개 응징을 피해 크리쉬나가 7일 동안 고바르다나 산을 들어 목동들과 짐승들을 보호하는 장면 젖의 바다를 휘젖는 장면.
별실 남쪽 : 원숭이 왕국의 두 왕자 수그리바(Sugriva)와 발린(Valin)의 왕위찬탈을 위한 전투 장면. 수그리바와 동맹을 맺은 라마가 끼어들어 활로 발린을 쏴 죽이는 장면, 아래쪽에 아내 품에 안겨 있는 발린의 시신과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울고 있는 원숭이 부하들의 모습.
별실 서쪽 : 쉬바 신이 아내 파르바티 여신과 함께 카일라사 산에 앉아 있는 모습. 라바나가 그 산을 뒤흔드는 무례함을 범한다.
지도 3.수르야바르만 2세의 승전도와 충성맹세(Army of King Suryavarman II) (남서쪽 갤러리) 장장 100m가 넘는, 규모면에선 앙코르와트는 물론 앙코르 신전 군 전체의 부조 중에서도 최장의 길이를 자랑하는, 한마디로 대단히 멋지고 장엄한 부조로서 필수 관람 코스이다. 앙코르 유적에선 드물 게 문자 기록에 색상까지 더한 사실적 묘사는 크메르 제국의 역사와 민속, 신분관등에 대해 알게하는 중요한 사료이다. 수르야바르만 2세는 혼돈의 시기에 국란을 해소하고 태국, 라오스, 말레이 반도에 이르는 식민지를 정벌한 위대한 왕으로 앙코르와트는 자신의 치세를 길이 빛낼 목적으로 건립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곳 남쪽 갤러리 가득 자신의 위업을 새겨 후대에 남겼다. 다른 갤러리의 부조들은 경전이나 설화의 내용을 상상으로 그려넣은 것이지만 이곳만큼은 자신의 시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여서 동물이나 나무 등을 부조의 배경으로 삽입한 여유로움이나 테마들도 사실적이란 점이 이채롭다. 갤러리 벽에 틈틈이 보이는 직사각형 구멍은 왕실의 귀중한 보물을 보관하는 용도로 팠다고 한다.
아무튼 자신이 주체인 만큼 이곳 부조에서 수르야바르만 2세는 모두 두 번이나 등장하며 부조에 새겨진 그의 이름은 그의 사후에 새겨넣은 묘호(廟號)이다. 영웅은 이렇게 앙코르와트라는 위대한 유산과 함께 영원불멸의 삶을 신들과 함께 영위하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압도적인 전승도에는 크메르 왕국의 군대들이 주변 국가를 정벌한 뒤 위풍당당하게 귀환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그 사이사이에 다양한 테마를 포함하고 있다. 전쟁은 무기 없이 육탄전의 형태로 묘사하고 한단 높은 곳 시원한 부채 아래 앉은 왕은 각국의 칙사와 신하들로부터 충성맹세를 받는다.
부조의 윗단에는 브라흐만 신의 보호를 받는 왕(예전에는 몸에다 금박으로 장식했다)이 산위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있고 가마를 탄 궁중의 여인들이 궁녀들의 호종을 받으며 산으로 가고 있다. 군대가 결집되고 코끼리를 탄 장군(그들의 계급은 그 옆의 작은 원 속에 새겨져 있다)들은 군대를 이끌고 행진한다. 왕관을 쓰고 비쉬누 신과 함께 하는 의미로서 가루다(독수리)를 탄 비쉬누 신을 얹은(코끼리 코 위에 작은 형상으로 새겨져 있다) 코끼리 위의 수르야바르만 2세는 칼을 뽑아 어깨에 두르고 군의 최고 지휘관임을 과시하는데 15명의 시종들이 왕의 계급을 암시하는 15개의 의전양산을 들고 왕을 호종한다.
승전에 걸맞는 화려한 행진이 이어진다. 신성한 불을 담은 궤를 운반하는 시종, 악단과 광대들이 뒤를 따르고 제물을 담은 가마도 뒤따른다. 그리고 끝부분에는 샴(태국) 군인들(꽃무늬가 든 주름치마와 팬던트를 단 혁대, 땋은 머리 모양새)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샴국의 군인이라기 보다는 샴 국 영토(아마도 현재의 롭부리 지역)에서 징집된 용병들로 추정한다. 크메르 군사들 중에는 전투사의 위엄을 주기 위해 동물의 머리 또는 뿔 달린 투구를 쓰거나 괴물의 형상을 새겨넣은 방패를 들고 있기도 하다.
4.염라대왕의 심판/천국과 지옥(Judgement by Yama/Heaven and Hell) (남동쪽 갤러리). 부조의 시작점에 등장하는 말탄 사람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금박을 입혔던 흔적이 남아 있고 벽 아랫부분 일부가 훼손되어 땜질을 해 놓은 거 외에 이곳도 리얼한 부조가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힌두교인들이 꿈꾸는 천국은 어디이며 두려워하는 지옥은 어떤 모습일까? 부조는 상하 3단으로 나눠지며 상단은 염라대왕의 심판 내용을, 그리고 나머지 2단은 압사라(천녀)와 주름모양으로 경계지워진 천국과 지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데 한다. 천국은 모두 37개로 착하게 살다간 영혼은 신분에 관계없이 고대광실에서 평온하고 즐겁게 영생을 누릴 수 있으며, 반대로 지옥은 모두 32개로서 지은 죄에 따라 각각의 지옥에서 고통스런 벌을 받는 모습을 새겨두었다.
야마(Yama)는 힌두교에서 죽음의 신이며 불교에선 염라대왕으로 묘사된다. 4개의 눈과 여러개의 팔을 가진 야마는 물소를 타고다니며 두 마리의 얼룩무늬 개를 호위병으로 부리면서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을 관장하고 있다. 그가 가르키는 위쪽은 천국이며 아래쪽은 지옥이다. 중간 즈음 저승사자들이 쇠스랑을 들고 악한 짓을 한 영혼들을 무지막지하게 지옥의 문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지옥에서 벌어지는 가혹한 벌은...... 지은죄에 따라 형벌을 달리하는데 쌀을 훔친 사람은 위장 속에 시뻘겋게 달군 쇠를 집어넣어 영겁의 세월을 고통에 시달리게 한다!!! 헉!!! 그리고 온몸에 못을 박히는 영혼, 뼈를 분지르는 고통을 당하지만 또 뼈가 나고 또 분지르고..... 온몸에 톱질을 당하는 고통... 당시의 순박한 백성들은 아마 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착하게 살 것을 각오할 정도로 끔찍한 장면은 아리따운 천녀(압사라)들이 춤추는 장면을 경계로 천국으로 바뀌면서 가루다(비쉬누 신이 타고 다니는 독수리)가 떠받히는 천상의 왕궁에서 편히 쉬는 영혼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말 잘 듣고 착하게 살면서 천상의 궁전을 택하지 않겠는가?
5.힌두설화 '바가바타 푸라나' 중 볼로장생의 감로수를 만드는 유해교반(젖의 바다 휘젖기, Churning of the Ocean of Milk) (동남쪽 갤러리). 힌두 설화를 몰라도 이 장면 만큼은 어디서든 알아본다. 아침 저녁으로 오가는 앙코르 톰의 남문 앞을 장식한 거대한 난간이며 앙코르의 유적 곳곳에 새겨진 내용이다. 젖의 바다 휘젖기.... 힌두교 창조신화인 바가바타 푸라나(Bagavata Pourana)에서 유래된 이 설화는 힌두교의 신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며 필수 관람 부조이다.
<젖의 바다 휘젖기 요약> 신과 인간의 차이는 인간이 갖지 못한 영생과 불가사의한 능력에 있겠지만 태초에 힌두 신화의 신들은(악마 포함) 제한된 생명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신들은 불로장생의 능력을 필요로 했고 그것을 위해 신들과 악마는 상호 동맹을 맺고 생명의 원천인 젖의 바다를 휘젖게 된다. 그 생명의 원천을 저을 도구로 만다라 산을 대지에서 뽑아냈지만 산을 잡고 흔들 수가 없어 바수키(뱀)으로 산을 묶어 휘젖지만 바수키도 산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바다에 빠지려 하자 비쉬누 신이 거북이로 변해 바수키를 받혀준다. 이리하여 92명의 악마와 88명의 신들은 합심하여 1,000년 동안 젖의 바다를 휘젖는데 바수키가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독약을 뿜어내고 신들과 악마를 구하기 위해 쉬바 신이 독을 삼켜(쉬바 신 목의 점이 이 독이다) 과업의 장애를 막아내자 드디어 젖의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한다. 여신들, 압사라들(천녀), 수많은 생명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로장생의 약 감로주(암리타)가 탄생한다. 그러나 암리타가 만들어지자 합심의 끈은 끊어지고 악마가 암리타를 탈취하자 신들과 악마들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지고 결국 미인계로 암리타를 탈취한 신들은 소원대로 영생을 갖게 된다. 이로서 악마와 신들 사이에는 끝없는 전쟁이 이어진다. 상세한 내용을 보려면 암리타(감로주)와 유해교반 편을 참조한다. |
동쪽 회랑의 절반, 50m가 넘게 이어지는 한면의 부조 처음과 끝까지 거대한 뱀의 몸통이 가로지르는 장면에 압도된다. 부조의 중심이 되는 바수키(뱀)의 몸을 경계로 내용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전체적인 배치를 보면 3단의 부조로 이뤄졌는데 가로로 바수키를 놓고 맨 아랫단에는 짖이겨질 물고기등 바닷속 장면이, 맨 위에는 휘젖기의 결과로 탄생된 압사라들이 날고 있고 그 가운데 단에 바로 젖의 바다 휘젖기의 핵심 내용이 새겨져 있다.
바수키의 몸을 중심으로 92명의 악마들(깃장식의 투구를 쓰고 툭 불거진 눈매의)은 바수키의 머리를 잡고, 88명의 신들(원추형 모자에 둥그스럼한 눈매의)은 바수키의 꼬리를 잡고 휘젖기 동작을 하고 바수키의 몸 아래에는 거북이로 둔갑한 비쉬누 신이 만다라 산의 하중을 떠받혀주고 있다. 그리고 3인의 신이 대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머리쪽 맨위에는 번개의 신 인드라가 엎드린 포즈로 아래쪽 상태를 주시하고 있고 중간에는 비쉬누 신(팔 네 개)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바수키의 머리를 잡고 달래고 있으며 꼬리쪽에는 하누만(원숭이신)이 큰 입을 벌리고 뭔가를 외치며 작업을 조율하는 듯하고 또 부조의 끝 부분에는 병사들이 암리타가 완성된 후 운반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런 배치를 파악한 상태에서 젖의 바다 휘젖기 요약을 읽고 상황을 이해하면 된다. 이 부조에서 특기할 것은, 신들과 악마들이 온힘을 다해 양쪽에서 뱀을 끌어당기며 바다 속을 휘젖는 동작이 기묘하게 표현되고 만다라 산의 하중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바수키의 고통어린 표정이나 꿈틀거리는 근육의 움직임도 리얼하게 묘사되어 감탄한다. 결국 만다라산의 무게에 눌려 온몸을 비틀며 독을 내뿜는 바수키의 묘사도 절묘하다. 신들과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그 독을 들이켜 자신의 목에 저장한 탓에 쉬바 신의 목에는 푸른 멍자욱이 생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1,000년간의 휘젖기 작업 끝에 바다속 물고기와 해초들은 짖이겨지고 그 과정에서 온갖 귀한 생명체가 탄생하고 잃어 버린 보물들도 찾아낸다. 머리 셋달린 코끼리 아이라바타(Airavata, 번개의 신 인드라가 타고 다니는 영물), 비쉬누 신의 아내이자 부와 행운의 여신 락쉬미(Laksmi), 생명의 여신인 수라비(암소, Surabhi), 술의 여신 비루니(Viruni) 등, 그리고 무엇보다 앙코르 신전들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천녀 압사라들이 무수히 탄생되어 부조 위로 날아다니고 드디어 불로장생의 약 암리타가 창조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암리타의 창조는 신들과 악마의 영원한 전쟁의 서막이었다. 이어 펼쳐지는 악마들의 복수전이 부조를 통해 전개된다.
관광객들은 이 '젖의 바다 휘젖기' 내용을 익혀두면 곳곳에서 접하게 될 부조나 조각들의 의미를 쉬 짐작하게 된다.
지도 6) 기록문자(Inscription) (동쪽 갤러리 중앙). 젖의 바다 휘젖기 부조가 끝나고 악마들의 반격 부조가 시작 되기 전에 딴지 걸 듯, 동쪽 갤러리의 중간 탑문을 지나 기록문자가 새겨져 있다. 내용은 앙코르와트가 건립된 지 한참이 지난, 크메르가 불교 숭배시기인 18세기초반, 이 지역 주지사가 아내와 아이들의 뼈를 묻고 무덤을 지었다는 내용이다. 문자 부근에 뽀족한 윗부분을 가진 무덤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현재까지 존재한다.
지도 7) 악마와의 전투와 비쉬누 신의 승리(Victory of Vishnu over the Demons) (동북쪽 갤러리) 비쉬누 신과 악마의 대 전투를 그린 심플한 부조로서 '젖의 바다 휘젖기'에 이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암리타를 둘러싼 신들과 악마의 전쟁 재개에 관련된 내용인 듯하다. 특이하게도 이 부조는 앙코르와트 건립 당시가 아닌 300~400년 정도 지난 15세기 또는 16세기 경에 추가로 새겨넣은 것으로 추정되며 '젖의 바다 휘젖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세공 솜씨나 정성이 부족하다. 최전성기의 부조와 소멸기의 부조의 차이를 한눈에 알아본다. 부조의 중앙에 자신의 영물 독수리 가루다 위에 탄 비쉬누 신이 복수를 위해 돌진하는 악마 군대와 지휘자(짐승들이나 전차를 탄)를 맞아 단신으로 적들을 쳐 부수는 용감무쌍한 모습이 새겨져 있다.
지도 8) 크리쉬나의 승리와 악마 바나(Victory of Krishna over Bana) (북동쪽 갤러리) 부조의 시작점에 비쉬누 신의 화신인 크리쉬나(여러개의 머리에 팔이 여덟 개 달린)가 자신의 영물인 가루다(독수리)의 등에 탄 채 코뿔소를 타고 있는 불의 신 아그니(팔이 여러개 달린)와 뒤쫒거니 하고 있다. 크리쉬나가 악마 왕 바나(Bana)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여러번 되풀이 되지만 번번이 도시를 감싼 불타는 성벽에 의해 멈춰야하는 곤경에 처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묘사는 비슈누 신이 만만치 않은 투쟁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길을 잡기 위해 가루다는 성스런 강 강가(현재의 갠지즈 강)에서 물길을 퍼 나르지만 좀처럼 감당하기 어렵고 악마왕 바나는 사나운 사자가 새겨진 전차를 타고 반대편에서 돌진해 온다. 부조의 오른편에는 거처인 카일라사 산에서 아내 파르바티 여신과 아들 가네샤(코끼리 머리)와 함께 있는 쉬바 신 앞에 끓어 엎드린 크리쉬나가 바나의 목숨을 살려주겠다는 뜻을 밝히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 바나의 소행은 죽어 마땅하지만 신들도 그를 죽이지 말라는 신탁을 받은 바나를 살려주는 뜻은 신탁도 수호하고 반드시 응징만이 최선책이 아니라는, 용서와 화합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우주 질서를 유지코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지도 9) 신들과 악마의 대전투(Battle Between the Gods and the Demons) (북서쪽 갤러리) 악마들과 신들의 대결투가 묘사되어 있는데 바라문파 신전의 21명의 신들의 행렬로 꽉 찬 대단한 스케일의 부조이다. 힌두신화에서 신들의 상징적인 탈 것(짐승)과 무기, 형상을 유추하여 대부분의 신들의 이름과 역할을 구별해 낼 수 있지만 전체가 다 파악된 건 아니다. 용사들이 악마군대를 맞아 결투를 벌이는 내용을 배경으로 한 신이 역시 악마를 상대로 싸우는 장면에서 부터 연이어 신들의 전투 장면이 이어지는데 부의 신 쿠베라(Kubera)가 활과 화살을 든 채 인육을 먹는다는 악마 약사(Yaksha, 夜叉)의 어깨 위에서 나타나고 뒤이어 머리와 팔이 여러개 달린 전쟁의 신 스칸다(Skanda)가 공작을 타고 나타나고 번개의 신 인드라는 '젖의 바다 휘젖기'에서 탄생한 영물 코끼리 아이라바타 등위에 타고 등장한다. 팔이 넷 달린 비쉬누 신 역시 자신의 탈 것인 가루다(독수리)를 타고 있다. 다음엔 머리가 여러단이 달린 악마가 칼을 휘두르며 등장하고 죽음의 신 야먀(Yama, 염라대왕)가 칼과 방패를 들고 황소가 끄는 전차를 타고 등장, 쉬바 신은 활사위를 당기고 창조의 신 브라흐만은 그의 신성한 거위를 타고 태양의 신 수르야(Surya)는 늠름한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등장하고 물의 신 바루나(Varuna)는 나가(뱀)의 입에 재갈을 물려 그것을 탄 채 등장하여 악마들과 신들의 복수혈전을 펼친다.
10.힌두설화의 대서사시「라마야나」의 전반적인 장면과 비쉬누 신(Scene from the Ramayana) (북서쪽 별실) 이곳에는 라마야나(지도 2의 요약 참조)에서 비쉬누 신의 화신인 인간 라마 왕자와 훌륭한 동맹자 수그리바 왕자(원숭이) 일행과의 우정어린 관계와 역경을 헤치고 아내 시타를 되찾는 모험이 새겨져 있다. 라바나의 횡포를 보다못한 신들이 비쉬누 신을 찾아가 응징해 줄 것을 부탁하는 장면을 선두로 시작되지만 전체적으로 부조의 출현 순서가 라마야나 스토리를 따라 나오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막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련의 압사라(천녀)에게 둘러싸인채 앉아있는 비쉬누 신(팔 네 개 달린) 위쪽에는 우아한 날개짓을 하며 날고 있는 압사라들, 아래쪽에는 비쉬누 신이 아난타(뱀) 등 위에 비스듬히 누운 채 유유히 대양 위에 떠 있고, 아름다운 아내 락쉬미 여신은 그의 발 옆에 앉아있다. 우주 질서와 파괴의 고리 중에서 새로운 창조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황금 연꽃이 비쉬누 신의 배꼽에서부터 활짝 피어오르면서 연꽃 봉우리가 열리고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새로운 창조기를 관장하기 위해 등장한다.
아래쪽에는 9명의 신들의 행렬이 이어진다(이 장면은 지도 9번 설명을 참조). 마차를 탄 태양의 신 수르야(Surya), 약사(Yaksa, 야차)의 어깨 위에 내려앉은 부의 신 쿠베라(kubera), 신성한 거위를 탄 창조주 브라흐만(Brahman), 공작새를 탄 전쟁의 신 스칸다(Skanda), 말을 탄 바람의 신 바유(Vayu), 아이라바바타(머리 셋달린 코끼리)를 탄 벼락의 신 인드라(Indra), 물소를 탄 죽음의 신 야마(Yama), 황소를 탄 파괴의 신 쉬바(Shva) 신이다.
신들의 청을 받아 권선징악을 위해 비쉬누가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하자 환호하는 신들, 궁술대회에서 우승하여 시타 공주를 아내로 얻는 라마왕자, 유부녀를 약탈함으로 응징의 계기가 설정되는 장면, 아내를 찾기 위해 원숭이족과 동맹을 맺고 여러개의 머리와 여러개의 팔을 가져 천하무적인 라바나를 상대로 대적하는 장면, 사필귀정의 결과에 따라 아내도 되찾고 부의 신 쿠베라가 라바나에게 빼았겼던 하늘을 나르는 전차를 타고 의기양양하게 귀환하는 장면, 그러나 라바나에게 감금되어 있는 동안 정절을 의심받는 시타가 무죄입증을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지도 11)힌두설화의 대서사시 「라마야나」 장면 중 랑카의 전투(Batle of Lanka) (서북쪽 갤러리) 지도 2의 라마야나 요약 참조. 비교적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갤러리를 한 바퀴 돌고 온 관광객들은 지쳐서 쉬 포기하는 쉬운 곳이기도 하다. 10)의 내용 중에서 최종 결전의 장면만 그린 부조이다. 아내 시타를 되찾기 위해 라바나의 왕궁이 있는 랑카(스리랑카)로 찾아간 라마 왕자의 최종 반격이 시도된다. "인간도 신도 라바나를 죽일 수 없다"는 신탁을 피해 원숭이족과 동맹을 맺은 라마 왕자. 중앙을 보면 비슈누 신의 화신인 인간 라마 왕자와 라바나의 대적 구도가 알아보기 쉽게 새겨져 있다. 라마 왕자가 원숭이 왕국의 수그리바 왕자의 어깨에 서 있으며 주변에는 그의 상징적인 무기인 화살과 동생 락쉬마나가 서 있다. 그리고 부근에는 라마의 숙적인 악마의 왕 라바나(머리 10개에 팔 20개가 달린 용맹스런 전사의 모습으로 표현)가 사자가 끄는 전차를 타고 있다. 둘 사이에는 라마 일행을 위해 히말라야에서 돌을 옮겨와 라바나의 왕궁이 있는 랑카(현재의 스리랑카 섬)까지 돌다리를 놓은 충성스런 원숭이 용장 날라(Nala)가 두 마리의 사자 머리를 내놓고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원숭이 왕자는 자신과 악마를 땅에 내동댕이친 코끼리의 상아를 분지르고 있다. 이 전투에서 결국 원숭이족의 화살을 맞고 라바나는 죽음을 맞고 정의는 실현된다. 신계와 인간계에 불의나 쟁점이 발생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의무인 비쉬누 신. 그의 상징인 권선징악, 사필귀정의 원리는 언제나 실현된다. 아니, 실현 시켜야하는 것이 비쉬누 신봉파들이 추구하는 교리이다. 비쉬누 신의 절대적 신봉자들인 바가바타 파(派)의 영원불멸의 전설 「라마야나」는 이렇게 한 편의 대서사시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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