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수필 - 앙코르왓 여행기

고산지 팀의 앙코르 여행기 - 31 * 바푸온(Baphuon)

高 山 芝 2013. 12. 2. 20:58

바푸온(Baphuon)

 

바푸온은 힌두교 최고의 신 시바신에게 바쳐진 사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시바신을 못 만나고 왔다. 복원 중이어서 방문자의 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복원 기간만 30여년을 소요할 계획이었는데, 킬링필드 시대에 중단이 되었었다고 하니 복원은 더욱 느려지겠다. 복원을 맡은 프랑스가 한국에 용역을 준다면 아마 3년이면 족하지 않을까?

 

들어가지 말라면 더 궁금한 것, 이 기회에 이 사원의 주인 시바신에 대해 이런저런 기록들을 뒤져봤다.

신이 숫자가 인간만큼 많은 것이 힌두문화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힌두교의 절대 권력의 신 삼총사는 브라흐마, 비슈누, 그리고 시바인데, 시바는 창조의 신이자 죽음과 파괴의 신이라 전한다. 10개의 팔과 4개의 얼굴을 지닌 광폭한 성격의 시바는 미간에 눈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에선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레이저를 뿜는다고 한다. 소를 타고 호랑이 가죽을 두르고 히말라야를 누비는가 하면 음악과 춤을 사랑하고 섹스(생식)를 관장했다고도 한다. 로맨티스트 모습도 보였다나? 하여간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신 시바는 복잡하고 이해하기가 난해한 힌두 최고의 신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앙코르 유적에서 걸핏하면 비슈누, 브라흐마, 시바의 이야기와 그들의 형상과 활약상을 그린 그림을 보았다. 관세음보살과 자야바르만 7세까지 지천으로 만났다. 씨엡립의 성당에서 만난 예수님과 성모님까지 만났으니 참으로 영광이 아

닐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두가 머리 모양으로 통일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바푸온으로 가는 길에 바푸온의 역사와 인물을 기억하고 있을 숲과 연못을 만났다. 그즈음 몇 방울의 비가 스쳤던가, 물결이 일렁였다. 연꽃도 연잎도 물에 비췬 그림자도 함께 일렁였다. 숲이 고혹적인 이끼색으로, 연못이 일렁이는 물결로 앙코르 제국의 역사와 인걸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안 류태하 스테파노 형께서 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 중에는 거기에서 크메르어를 읽어낼 사람이 없었지만... 바푸온이여! 시바신이여 섭섭하이~ (섭섭하이는 캄보디아어 '안녕하세요'인데 함께 여행을 한 일행끼리 여행중 내내, 아니 돌아와서도 우스개말로 사용하곤 한다.) 

 

코끼리 테라스

 

유적지에서 유적지로 갈 때마다 우리는 반드시 문을 거쳐야 했다. 대갓집 소슬 대문이 아니라 안채보다도 훌륭한 문들이었다. 이 문은 피미아나카스에서 코리리 테라스와 연결된 문이다.

 

왕의 위치에서 바라본 코끼리 테라스. 테라스 벽면이 코끼리 조각으로 이루어져서 붙여진 이름.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길이 승리의 문과 연결된 길이다. 우리가 가지 않았던 길이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가지 않은 길이다. 

 

윗쪽 사진 두 컷은 테라스 좌우. 아래의 두 컷은 테라스의 조각들.

 

왼쪽은 꽁지가 빠진 사자상이다. 엉덩이가 풍만해서 일까? 사람들의 손때가 두터웠다. 꼬리가 훼손된 것은 후반기 꼬리가 금과 보석으로 장식되었던 탓이라 했다. 오른쪽은 크메르어로 기록된 크메르의 역사다. 참 아쉬웠다. 글자도 꼬불꼬불한데 약한 재질의 돌에 저리 얕게 새겨 놓았다니… 앙코르 왓이나, 바이욘 회랑의 부조들과는 영 딴판이다. 문자 그대로 읽혀지고 해석이 되고말 언어적 기록보다는 적나라한 묘사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그림을 선호한 것이 틀림없다.  

사진 문연 류태하

글 인재 손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