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회 복(回復) ] - 1996년 4월 16일 -

高 山 芝 2014. 5. 28. 09:56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호우로 변했다

일본에서 세번째 맞는 귀 빠진 날인 오늘,

내가 세상에 태어난지 꼭 46년이 되었다.

누구 한사람 기억해주지 않는 삭막한 생일,  왠지 마음이  쓸쓸하고 허전하다.

자기는 일인 3역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짜증을 내는 집사람에게 어떨 때는 서운해지기도 한다

나도 이곳에서 고생을 하고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 많다.

일본에 오라고 그렇게 권해도 아직까지 여권을 만들지 않고 있는 아내.

건강에 주의하라면서 필요한 것이 없느냐 해놓고

책이니 옷가지를 사놓고도 부치지 못했다는 집사람.

생일에 맞추어 도착 할 수 있도록 보내주는 배려도 사라진 것 같다.

지난번 아이들을 놓고 집을 나가곘다고 소동을 피운 것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이런 생각에 집착하면 안되는데 암귀가 내 마음을 휘젓고 있으니 큰일이다.

 

비가 심해지자 꿀착한 곳에 시트를 덮기 위하여 나간 오모리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탁한 시트를 사기 위하여 무사시 무라야마까지 갔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흙탕물에 젖여 떨고 있는 가네코와 후쿠다.

옷을 입은체로 소변을 본 후쿠다가 '아 ! 따뜻하다' 해 웃었다.

밤 10시경 현장에서 야마가 났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아시바가 무너진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현장 뒤쪽에 쌓아논 콘크리트와 흙이 가다와쿠를

때리는 소리에 놀라 꽃집 사람들이 피난을 갔다.

설계사무소까지 출동을 한 현장. 이만하기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