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목이 말라
물을 좋아하는
너는
너는 나를 닮은 줄
알랑가 몰라
타는 목마름 자제 못해
단비에 젖어들면
연한 상추잎
녹아버린 줄
너는 알랑가 몰라
새벽이슬 머금고
자라난 상추잎
싱싱함이 좋아서
나누는 즐거움을
너는
너는 알랑가 몰라
뜯어낸 상처
젖 피 흐르면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는 사랑을
너는 너는
혹시 알랑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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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하자면 펄펄 뛰는 집사람이 몇 년째 주말농장을 하며 텃밭을 가꾸고 있다. 덕분에 싱싱한 푸성귀로 한여름 식탁이 풍성하지만 허리의 통증 때문에 아내는 병원에 다닌다.
병원에 다니면서도 한다는 소리, “내가 가족들의 건강을 위하여 주말농장을 하고 있는지를 당신은 알랑가 몰라?”
상추잎을 뜯어야 한다는 집사람의 성화 때문에 텃밭을 자주 찾다보니 상추의 생리를 조금은 알게 됐다. 큰비가 내리면 상추잎이 물러 먹을 수가 없고, 상추잎을 제때 뜯어주지 않아도 싱싱한 상추잎을 얻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드러내기 위해 한 일은 아니지만 알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배어있는 넋두리, “알랑가 몰라”는 일종의 넛지(Nudge)다. 강요가 아닌 깨달음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민족의 슬기가 ‘알랑가 몰라’라는 말에 담겨 있다. 몇 년 전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 또는 ‘주위를 환기시킨다’는 뜻의 넛지가 시카고대학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에 의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론으로 각광 받은 적이 있다.
만약 탈러 교수가 당시 ‘알랑가 몰라’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면 ‘옆구리를 살짝 찌르다’는 뜻보다는 ‘주위를 환기시킨다’는 의미의 ‘알랑가 몰라’라는 우리말을 인용하지 않았을까?
‘강남스타일’이라는 곡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가수 싸이가 후속곡 ‘젠틀맨’을 발표하면서 후렴 노랫말로 우리말 ‘알랑가 몰라’를 넣어 화제가 됐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면서도 따라 부르며 어깨춤을 들썩이는 세계인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알랑가 몰라’가 아닌 마냥 좋아서 흥얼거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말 ‘알랑가 몰라’에 내재돼 있는 수줍음의 속내가 젠틀맨 노랫말로 인해 탈색되지는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주위를 환기시키면서 깨달음을 주는 우리들의 넛지인 ‘알랑가 몰라’, 하소연이라 해도 좋고 넋두리라고 치부해도 좋다. 그동안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속내를 이 아침 우리 함께 드러내 보자.
당신은 나의 속을 알랑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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