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다 하면서 나눌 줄 몰랐네
받는 것 좋아할 뿐 나눌 줄 몰랐네
조금만 불편해도 나눌 기분 아니라며
조금만 손해 봐도 기분 나빠했었네
당신은 생명을 값없이 주셨는데
당신은 사랑을 값없이 주셨는데
값없이 주신 사랑, 당연하다 생각했네
값없이 주신 은혜 잊고 살았네
세상이 날 더러 움켜쥐고 살라기에
나눌 기분 아니니 짜증내며 살라기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파 외면하고
남 잘 되는 꼴 보기 싫어 기분 나빠했었네
욕망의 밧줄이 나를 동이고
짜증과 원망으로 나를 묶었네
지치고 허기진 나를 찾아와
“세상사는 재미를 모르구나” 하신 당신
“빚 갚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신 당신
은혜의 빚, 사랑의 빚 갚으면서 살라하네
거저 받은 사랑이니 기분 좋게 나눠주고
거저 받은 은혜이니 감사하며 나누라네
“돈 벌어서 남 주나” 세상은 말하지만
“남 주기 위해서 돈을 벌라” 하신 당신
“돈 벌어서 남 주라”는 당신의 뜻을 따라
기분 좋게 나누네 감사하며 나누네
욕망의 동아줄이 터지기 시작하네
짜증과 원망이 끊기면서 누린 자유
나눔으로 나눔으로 자유 얻었네
빚 갚는 재미 누리며 자유 얻었네
숨과 바람 등 공기 모양으로 천지(天地)와 인체를 채우고 있는 기(氣)는 생명의 근원이다. 기가 형체를 이루면 체(體·기체)가 되고, 기가 고착화 되면 질(質·기질)이 된다. 기가 모이면 생명이 탄생하고 기가 흩어지면 생명이 사라진다. 육체에서 기가 빠져나간 상태를 우리는 죽음이라고 한다. 혼(魂)과 백(魄)은 기(氣)의 또 다른 말이다.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날아가고, 백은 땅에 흩어진다.
이런 기를 나누는(分 나눌 분) 마음이 곧 기분(氣分)이다. 기를 나눠주고 싶은 마음의 상태를 ‘기분 좋다’라고 표현한다. 기분이 좋아 자신의 기를 내뿜는 행위, 기를 몸에서 내뿜는 기쁨이 샘솟는 마음은 나눔에서 비롯된다. 즉, 생명의 나눔이 있기에 기분이 좋은 것이다. 이와 반대로 나눠주기 싫은 마음을 ‘기분이 나쁘다’라고 말한다. ‘좋다’, ‘나쁘다’는 이성이 아닌 감성의 문제다. 아무리 옳은 일도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게 사람이다. 나눔의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조금만 더, 하나라도 더 움켜쥐기 위해 오늘도 아귀다툼을 하는 세상은 ‘기가 막혀 죽는 사람’, ‘얼빠진 사람’, ‘넋 나간 친구’들로 가득 차 있다.
‘생(生)은 명(命)이다’라고 설파했던 윤석철 교수처럼 우리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창조자의 명에 따라 살아 존재하는 귀한 피조물이다. 그렇다면 창조자가 우리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는 것이 자유라면서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창조자의 말씀처럼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고 그 부름에 부응하면서 나눔의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자유인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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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일보 2013년 10월 3일 개제 블로그 주소 - http://blog.daum.net/zeroko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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