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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의 연자수필> 연(鳶) / 2013.12.26. 금강일보 2면

연자수필(戀子隨筆)

<고산지의 연자수필> 연(鳶) / 2013.12.26. 금강일보 2면

高 山 芝 2014. 12. 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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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산지의 연자수필> 연(鳶)
데스크승인 [ 2면 ] 2013.12.26   고산지 

나 혼자서는 날을 수가 없네
바람에 곤두박질 뒹굴고 말았네

내 힘으로는
내 힘으로는 일어설 수 없었네

지쳐서 쓰러진 나를 찾아와
당신은 나에게 매달리라 하네

연줄에 매달려서
솟구치라 하네

누림은 누리는 자의 몫이라며
하늘 나는 자유를 누리라 하네

탱탱한 연줄에 매달린 나
바람을 가르며 창공을 날았네

모든 염려 맡기고 누리는 자유
팽팽한 연줄에 나를 맡기네

구속(救贖)의 연줄에 평강이 흐르고
사랑의 희열이 나를 감싸네

‘지연(紙鳶)을 바람 속에 날려 버린 소년에게 그것은 생애 최초로 겪는 하나의 좌절이다. 그의 손에서 사라진 것은 연이 아니라 하나의 꿈이었으며 비상(飛翔)의 의지였다. 그것이 어떻게 해서 겨울바람 속에서 끊어져 버렸는지를, 그리고 또 어떻게 돌아오지 않고 소실되어 버렸는지를 그는 안다. 끊어진 것은 연줄이 아니었다. 하늘의 구름과 땅의 흙들을 이어주고 있는 것들. 우주의 그 공간과 나를 어어주고 있는 것들. 지평선 너머 참으로 먼 그 세계들과 바람 부는 이 언덕을 어어주고 있는 것들, 어머니와 나를, 제사 때 이야기로만 듣던 그러나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먼 조상들의 체온과 나를 이어주고 있는 것들, 이웃 친구와 강아지, 토끼, 노루, 사슴, 참새, 눈 속에서도 파랗게 자라는 무슨 이상한 풀들, 강가의 조약돌, 가시 위에서도 피는 꽃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이어주고 있는 그러한 끈이다.’ (이어령의 ‘겨울에 잃어버린 것들-1’ 중에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구속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위가 자유다. 그러나 자유를 누리기 위해 관계의 단절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하나님과의 단절 속에서 누리는 자유를 절망이라 하고 이웃과의 단절 속에서 누리는 자유를 소외라 부른다.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지향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하나님과 관계가 단절된 저변에는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교만이 자리잡고 있기에 관계의 단절을 죄라고 성경은 말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친히 매달림으로 수직적인 하나님과의 관계가 복원되고 수평적인 이웃과의 관계 또한 회복됐다. 이것이 십자가의 사랑이다. 그분에 메인 구속의 자유, 연줄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질서의 자유를 생각나게 하는 시간이다.

   

 고산지
시 인

 

금강일보 2013년12월26일 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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