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 San Gi - Interrobang

시인의 사모곡

高 山 芝 2015. 2. 24. 17:57

> 뉴스 > 사회 > 사회일반

사회
불효의 금강일보시대 적신 '시인의 사모곡'
고산지 시인, 모친米壽(88세) 맞아…헌정문집 '규중보람 규중간독' 출간
데스크승인 [ 1면 ] 2015.02.06   최일 | choil@ggilbo.com  
   
▲ 화월당 박혜남 여사와 장남 고산지 시인이 다정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 일 기자

‘나의 영원한 본향이신 어머님, 당신은 끝나지 않은 그리움입니다.’
자식이 부모의 등에 비수를 꽂는 패륜(悖倫)의 시대, 어머니의 여든여덟 번째 생신을 맞아 의미있는 헌정(獻呈) 문집을 출간한 효심 깊은 아들이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대전 한국원자력기술㈜ 관리본부장인 고산지(高山芝·본명 고영표) 시인이 그 주인공으로, 모친인 화월당(花月堂) 박혜남(朴蕙南) 여사의 미수(米壽)를 기념해 그는 ‘규중보람 규중간독(閨中寶覽 閨中簡牘)’이란 헌정문집을 펴냈다.

“팔십팔(八十八)을 겹치면 쌀 미(米)자가 된다고 해서 일컫는 미수(米壽),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고(忍苦)의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는 험난한 시대에 5남매를 건강하게 양육하시고, 성가(成家) 시키셨습니다. 여든여덟 번째 생신을 맞으시는 어머니께 자식된 도리로 무엇을 해드릴까 고민을 하다가 당호(堂號)를 지어드리고, 문집을 만들어 헌정하게 됐습니다.”

시인은 어머니의 고향인 전남 해남군 화산면(花山面) 월호리(月湖里)에서 한 글자씩을 따 ‘화월당’이란 당호를 지어드렸다. 또한 어머니가 처녀 시절 학습했던 규방문집(閨房文集) 2권을 편철해 책으로 만들었다. 규중보람은 당시 규방에 전해오던 이야기, 규중간독은 편지글 등을 엮은 것으로 아직 발굴된 적이 없는 규방가사(閨房歌詞)도 여러 편 포함돼 있다.

한학자이자 서예가이신 시당(時堂) 박장수(朴章洙) 옹의 셋째 딸로 태어난 박혜남 여사는 초등학교 졸업 후 공주사범에 합격했으나 여자라는 이유로 학업의 꿈을 접고 집에서 규수(閨秀) 수업을 받았다. 부친은 딸의 학습을 매년 점검하면서 그녀가 쓴 글을 책으로 만들어 주셨고. 이것이 ‘규중보람 규중간독’이 됐다.
규중보람은 ‘사향곡(思鄕曲) 답(答)’, ‘여자란가’, ‘귀여가(貴女歌)라’, ‘회심곡(回心曲)’ 등 10편의 글, 규중간독은 ‘시모셔’, ‘소상장(疏上狀·상중의 상제에게 올리는 편지)’, ‘리룡해전이라’ 등 12편의 글로 구성됐다.

   
 
정종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소설가)은 “규방문학의 전형을 보여주는 글들을 담은 ‘규중보람 규장간독’은 사대부집에서 사용했던 한글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자 국문학사의 귀중한 사료”라고 평했다.
1949년 혼인을 올리고 14년 만인 1963년 부군(고우석 선생)이 타계하자 홀로 5남매를 키운 화월당은 온갖 풍상(風霜)을 겪으며 고통과 아픔을 감내, ‘장한 어머니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장남인 고산지 시인은 1950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이번 문집에는 ‘사모곡(思母曲)’, ‘엄니의 주름살’, ‘어머니’ 등 화월당을 향한 그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시도 담겨있다.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회원으로 금강일보에 칼럼 ‘연자수필(戀子隨筆)’을 연재하는 그는 시집 ‘비비고 입 맞추어도 끝남이 없는 그리움’(1979), ‘짠한 당신’(2007) 등을 출간했고, 1993년 사업 부도로 고난과 환란에 직면해 일본으로 건너가 막노동자로 생활하면서 겪은 일용직 노무자의 애환과 독실한 종교적 의지를 보여준 간증 일기 ‘안개 속-차명의 세월 첫 번째 이야기’(2010), ‘연단(鍊鍛)-차명의 세월 그 두 번째 이야기’(2011)를 발표했고, 세 번째 이야기를 준비 중에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