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 San Gi - Interrobang

어처구니

高 山 芝 2016. 3. 18. 09:14
> 뉴스 > 오피니언 > 칼럼 | 고산지의 연자수필

트위터 페이스북 구플러스 네이버밴드 카카오스토리

오피니언
고산지의 戀子隨筆(연자수필)
- 어처구니 -
데스크승인 [ 3면 ] 2016.03.17   금강일보 | admin@ggilbo.com  


   
       고산지 시인
어처구니


어처구니없는 날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처구니없는 논쟁(爭) 하고 있다


모두가 제각각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누구 한 사람 어처구니가 되려 하지 않는다


 

밑돌이 “누가 일구어 논 땅인데” 목청을 높이면


윗돌은 “수구 꼴통들이 역사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삿대질만 하고 있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난마(亂麻)처럼 엮어있는데


어처구니없이
어처구니없는 일로 세월을 낭비하고 있다

 

갈아야 할 식량(糧)들이
산처럼 쌓였는데


누구 한 사람 어처구니가 되려 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날


 

철부지 인간들이 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 때문에


헤어나기 어려운 나락() 속으로

떨어질 줄 모른다는 두려움이
어처구니없게도 나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어처구니의 어원을 백과사전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어떤 일을 겪고 나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처구니가 없다’ 또는 ‘어이가 없다'는 말을 한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어처구니는 명사이니까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물건을 가리키는 듯한데,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문헌적 근거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런 주장이 있다. 맷돌은 아래와 위의 두 돌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위쪽에 난 구멍으로 콩을 넣으면 맞물린 두 돌의 틈으로 콩이 빠져 나오면서 갈리게 된다. 그런데 아래와 위의 돌이 꽉 맞물려 있지 않으면 헛돌거나 어긋나게 된다. 그래서 아래쪽 돌의 가운데 부분에 물림 장치를 해서 위쪽 돌의 구멍과 맞물리게 한다. 어처구니란 바로 맷돌의 아래·위를 연결시켜 주는 장치를 가리킨다. 이밖에도 ‘맷돌의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몸은 한 지체(肢體)뿐만이 아닌 다수의 지체로 이뤄졌다. 만일 발이 “나는 손과는 다르니 몸에 붙어있지 않겠다”고 우겼다면 사람의 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눈이 아니니 얼굴에 붙지 않겠다”고 귀가 계속 고집을 했다면 사람의 얼굴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그러나 상호 유기적 관계로 선을 만들어가는 창조주께서는 눈이 손에게 “너는 쓸 데가 없다”고 하거나, 머리가 발에게 “너는 가치가 없다” 하지 못하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약하게 보이는 지체를 도리어 요긴하게, 상대적으로 덜 귀히 여겨지는 지체에게 오히려 가치를 부여해 서로가 서로를 돌보게 했다.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다른 지체가 함께 고통을 느끼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다른 지체 또한 함께 즐거워하는 몸과 지체의 역할 속에 담긴 오묘한 진리를 묵상하다가 어쩌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유기적인 에너지가 혹시 어처구니가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이 아침 해본다. 

 

 

블      로    그 -  http://blog.daum.net/zeroko2000 

블로그  제 목 -  Ko San Gi - Interrobang

e-mail 주소 - zero-ko@hanmail.net

 

     2016년 3월 17일 금강일보 3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