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1. 2. 3. 5, 맨드라미 - 서울문학인 2016 봄호 발표 시 5편
서울문학인 2016 봄호 발표 시 5편
[1] 무 궁 화(無窮花) * 1
한여름 뙤약볕에
얼굴을 드러내며
백일(百日)동안 피고지는
겨레의 꽃, 무궁화(無窮花)
뜨는 해 기원(祈願)하며
꼭두새벽 피어나서
하루 뿐인 영화(榮華)를
스스로 누리네
햇덧에 잠이 드는
짧디 짧은 삶 속에는
천년(千年)이 하루 같은
무궁(無窮)함이 배어 있네
날마다 죽는 몸
서러울 법(法) 하건만
날마다 새로워지는 꿈
반만년(半萬年)을 이어왔네
해돋는 근역(槿域)땅에
아름다운 목근화(木槿花)
붉고 하얀 꽃술 속에
민족(民族) 얼이 살아있네
[2] 무 궁 화(無窮花) * 2
새벽이슬로 낯을 씻고
햇귀의 붉은 기운 들이키니
빛나는 청정(淸淨)함은
고운 아침(朝鮮) 빛이 되네
뜨는 해 바라보며
얼굴을 드러내고
내일(來日)은 내 것이 아니라며
최선(最善)을 다하네
오늘을 불 사르네
새로운 꽃들에게
내일(來日)을 맡기니
날마다 새로워지는 변화(變化) 속
영생(永生)이 있네, 진리(眞理)가 있네.
‘아침에 득도(得道)하면 저녁에 죽어 여한(餘恨)없다‘
군자(君子)의 깨달음
꽃이 되어 피어났네
삼동(三冬)에 꽃피우란
황제(皇帝)의 명(命) 거역한
훈화초(薰華草) 굳은 기개(氣槪)
목근화(木槿花)가 되었네
군자국(君子國)에 만발하는
무궁화(無窮花) 되었네
[3] 무 궁 화(無窮花) * 3
속취(俗臭)와 요사(妖邪).
망집(妄執)과 오만(傲慢)에 사로잡혀
흐드러진 자태(姿態) 자랑하던
화사한 벚꽃과 요염한 장미(薔薇)
화려한 꽃잎 흩날리자
미련만 남아 난분분(亂粉粉)하네
삼동(三冬)을 견뎌낸 순화(舜華)
봄바람 살랑거려도
흔들리지 않더니
한여름 뙤약볕에 기개(氣槪)를 드러내며
자미수(紫薇樹) 벗 삼아
환한 얼굴 드러내네
그믐과 초승을 볼 수는 없지만
잠들기 전(前) 단정하게
오무린 꽃송이들,
세상의 모든 업(業)
가슴에 묻어두고
꼭지가 빠지자 흙으로 돌아가네
천년(千年)을 산다는 소나무
마침내 이그러지고
스스로 영화(榮華)를 이룬다는
하루뿐인 목근화(木槿花)
날마다 새로워지니
그 끝이 무궁(無窮)하네
[5] 무 궁 화(無窮花) * 5
피고 지네 피고 지네
영원토록 피고 지네
피고 지는 것만 바라보면
인생의 덧없음 노래할 법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궁한 파동소리
영원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네
햇귀 따라 태어나서 햇덧에 지지마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삶으로 실천하네
다섯 갈래 갈라진 늘 푸른 잎사귀와
아름답게 어우러진 다섯 장의 꽃잎파리
수(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천지조화 상징하는 오행(五行)이 담겨있네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무궁한 순환 속에
어둠을 모르는 순결한 마음과
잠들 수 없는 경이롬, 꽃으로 피어나네
피고 지네 피고 지네
영원토록 피고 지네
피고 지는 것만 바라보면
인생의 덧없음 노래할 법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궁한 파동소리
영원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네
[6] 맨드라미
진리를 외치고자
새벽닭이 울었네
나라를 넘보던
지네와의 투쟁
찢긴 벼슬
선혈이 낭자했네
피 먹은 땅
해방의 함성
한송이 꽃이되어
장독대에 피었네
진리를 맨드는 꽃
마음에 합당해서
꽃술과 꽃술이
주름으로 연합
자주색 벼슬을
곧추세웠네
아직도 넘보는
지네 있다며
경종을 울리는
추상같은 기개(氣槪)
삼복 더위와
초겨울 무서리
계관화(鷄冠花) 붉은 열정
꺽을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