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안개처럼 살다

무계 고영완의 삶과 정신 정리한 일대기 - 광남일보 2017년 6월 8일

高 山 芝 2017. 7. 14. 20:25

무계 고영완의 삶과 정신 정리한 일대기

2017. 06.08(목) 17:10확대축소
고산지 시인 ‘계곡의 안개처럼 살다’ 출간



전남 장흥 출생 시인이자 칼럼리스트인 고산지(본명 고영표)씨가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였던 무계 고영완(1914∼1991)의 삶과 정신을 정리한 일대기를 최근 펴냈다.

한국판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로 불리는 무계를 올곧게 조명하기 위해 7년여 동안 저자가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단행본으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계곡의 안개처럼 살다’(배문사 刊)라는 표제로 출간된 이 일대기는 연희전문학교 학생과 일본 유학생이 중심이 된 항일결사조직 조선학생동지회의 독립운동에 여동생 고완남과 참여, 옥고를 치르는 등 무계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무계는 말과 글, 이름을 남기지 않은 독립운동의 철칙을 지켜낸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초대 감찰위원회에 참여해 농림부장관 조봉암의 양곡매입비 조작유용 사건과 상공부장관 임영신의 수뢰 및 국가재산남용사건을 밝혀낸 뒤 이승만 대통령이 이들의 파면을 거부하자 감찰위원장 정인보와 함께 물러난 진정한 공인(公人)이었다.

또 무계는 해방 후 빈약한 국가재정으로 인해 턱없이 부족한 교육시설의 현실을 감안해 장흥공립중학교에 논 100두락(마지기)을 쾌척했고, 6·25 전쟁 중 전북 정읍군 고부면 부역자들을 구출했다. 이처럼 생전 무계는 꿋꿋한 신념으로 힘없는 사람들과 죄없는 사람들을 위한 삶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일대기는 조선학생동지회 약사를 비롯해 고영완의 가계와 가문의 전설, 고영완의 스승들, 고영완의 농촌계몽운동과 평화마을의 노래, 멘토인 고하 송진우·위당 정인보·유석 조병옥, 해방정국, 미군정, 정치인 고영완, 고영완과 감찰위원회, 제2대 국회의원 고영완, 6·25전쟁과 고영완, 장흥농업기술학교와 고영완, 민주당 창당과 고영완 등 27장으로 구성됐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서문을 통해 “고영완 선생과는 정치를 함께 한 적은 없지만 본인이 기자였던 1974년 동아일보에 ‘제1공화국 제8화 국민방위군 사건’을 연재, 의정활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진정한 공인이자 정의를 세우기 위한 선생의 용기있는 행동은 후배 정치인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며 “모든 독자의 가슴에 울림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생전 무계는 조선학생동지회 사건으로 여동생과 함께 체포돼 함흥형무소에 수감됐고, 1945년 건국준비위원회 장흥지부장, 미군정하 초대 장흥군수, 제2·5대 민의원(국회의원), 장흥농업기술학교 설립, 민주당 중앙 상무위원, 신민당 지도위원 등을 두루 역임했다. 1982년 독립유공자 대통령 표창과 1986년 국가유공자 대통령 표창이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