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다리 걷어차기 ] - 금강일보 2019년 9월 3일
[ 사다리 걷어차기 ] - 금강일보 2019년 9월 3일 1
불의(不義)는 참아도 불이익(不利益)은 못참는
약육강식의 복잡계
수순(手順)이 바뀌면 죽음에 이르는
선혈이 낭자한 제로섬 게임
명분보다 실리, 최선 보다 차선을 추구하던
등소평(鄧小平)이 사라지자
죽창을 들고 선동하는 의인(義人)이 나타나
국민의 삶은 제쳐둔 채 의로움을 앞세우네
자기 자식들 자사고(自私高) 졸업하자
사다리 걷어차고 평등을 주장하네
‘좋아요’ ‘싫어요’ ‘싫어요’ ‘좋아요’
호기심 끌어내는 감성팔이 연출로
관음증에 취한 익명(匿名)을 동원하여
사실을 왜곡하네, 진리를 타살하네
- 필자의 졸시 < 요지경 >
수순은 순서다. 순서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진다. 바둑을 정석부터 배우는 이유도 수순을 알기 위해서이다. 수순의 착오는 패착으로 이어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다. 국정은 임상실험하는 곳이 아니다. 모름지기 국가의 지도자란 국민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자존심, 신념까지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1978년, 문화대혁명 이후 극적으로 정치에 복귀한 등소평은 적대국인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닛산자동차 공장을 견학, 자본주의 현장을 확인한 후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를 북경으로 초청했다. 하이에크 박사는 사회주의와 같이 정부가 모든 것을 계획하는 경제는 망할 수 밖에 없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자’로, 사회주의 붕괴를 정확하게 예측한 노벨 경제학상 수장자였다. “하이에크 박사. 중국은 세계에서 인민이 제일 많고, 매년 식량 부족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나라가 인민들 먹는 문제까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만 활성화시키면 됩니다.” “아니 대책치고는 너무 간단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집단농장에서 똑같이 생산하고, 정부가 모두 거둔 후 똑같이 나누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일정 비율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얼마를 생산하든 일한 사람이 가져가게 해 ‘시장’에서 서로 사고팔도록 하면 됩니다.” 하이에크와의 만난 등소평은 농지를 임대제도로 바꾼다. 놀랍게도 중국의 식량 생산량은 불과 2년 후 26%가 증가했으며 시장자본주의를 도입하자 기아문제에서 해방된다. 그 후 중국은 흑묘백묘이론을 통한 개방정책을 추구하여 G2 일원이 되었다. 1990년 초, 향후 50년간 중국은 힘자랑을 하지말고 도광양회(韜光養晦) 할 것을 정권을 이끌 젊은 인재들에게 반드시 지키라고 가르친 등소평, 사망한 모택동이 격하운동에 휩싸일 때, 문화혁명으로 자신의 아들이 장애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모택동을 변호했던 등소평이 왜 우리에게는 없는 것일까...... 서글퍼진다
2004년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그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선진국들의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들이 자신들을 뒤따라 올라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동이라는 주장을 폈다. 경제학자가 아닌 나는 그의 경제학 이론은 바로 알지는 못하나,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 평등이란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다리 걷어차기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사고와 외고에 자신의 자식을 보낸 조희연 교육감 등의,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교육 사다리 걷어차기, 강남 아파트가 급등하자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한 장하성의 부동산 사다리 걷어차기, “모두가 용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이미 용이 된 어떤 의인(義人)의 트위터 등은 평등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신분을 확고히 하려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백미이다. 이념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위선자(僞善者)의 진면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