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작품 ]

연자시편 - < 갈등 > - 한국문학신문 2021년 11월 24일(제523호)

高 山 芝 2021. 11. 26. 19:57

< 갈등(葛藤) >

 

(1)

스스로 줄기를 세울 수 없네

 

땅을 기다가 마주친 식물의 줄기를

의지하여 위로 감아 오르네

 

칡넝쿨은 왼 쪽으로 감아 오르고

등 넝쿨은 오른 쪽으로 기어오르네

 

왼 쪽을 끼고 오르나

오른 쪽을 끼고 오르나

오르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서로가 틀리다며 양보를 하지 않네.

 

(2)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네

 

아담의 독처(獨處)를 악()으로 본 여호와

그를 돕는 배필, 하와를 지으셨네.

 

합력하여 선을 이루라 했지만

생각이 항상 악()한 사람들

 

보수와 진보, 자유주의, 전체주의

얼기설기 얽힌 민주주의, 사회주의

 

방법이 틀리다고 생각이 틀리다고

양보는 하지 않고 갈등(葛藤)만 유발 하네

 

합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데

합력하여야 선()을 이룰 수 있는데

 

콩과 식물에 속하는 칡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 생명력이 워낙 왕성하여 뿌리를 내린 후에는 주변의 숲을 점령한다. 일단 선점을 하고나면 하는 짓이 망나니다. 허락도 받지 않고 이웃 나무줄기를 빙글빙글 감고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넓적한 잎을 수없이 펼침으로 점령한 나무들은 광합성을 할 수 없어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고사(枯死)를 하고 만다. 공생(共生)이라는 산림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주범이 바로 칡이다. 그런데다가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전선을 얼기설기 엮어 놓는 바람에 비 오는 날에는 전기합선을 일으키는 원흉이 칡넝쿨이다. 한국전력공사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전봇대를 지탱하는 철사 줄에 커다란 고깔모자를 뒤집어씌워 더 이상 올라가지 못 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근(葛根)이라 불리는 칡뿌리는 우리 선조들에게는 부족한 전분을 공급하는 대용식과 갈근탕을 비롯한 여러 탕제(湯劑)에 쓰였다. 질긴 껍질을 가진 칡 줄기는 삼태기를 비롯한 생활용구로 널리 이용되었고, 크게는 다리와 배를 만들고 성을 쌓은 데도 활용된 예도 기록에 남아 있다. 이뿐만이 아니고 임금이나 부모의 상을 당한 상주들의 상복을 매는 허리띠는 다듬어진 칡을 사용했다. 길게 자라는 칡 줄기는 끝부분은 겨울 동안에 말라 죽지만 뿌리는 살아남아 봄이 되면 지면이나 다른 나무를 타고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는 넝쿨 식물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면 쉼터 여기저기에서 연보랏빛의 아름다운 꽃이 수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등()나무. 오른쪽 감기가 전문인 등나무는 짙푸른 잎으로 한여름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우리에게 선사할 뿐 더러, 보드라운 털로 덮인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는 너무 짙푸른 등나무 잎사귀의 느낌을 부드럽게 해준다. 콩과 식물이라 거름기 없이도 크게 투정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것이 등나무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사랑에 취함이라는 꽃말에 얽힌 사연은 우리의 마음을 잠시 숙연하게 한다.

 

한 마을에 사는 옆집 청년을 짝 사랑하고 있던 두 자매는 서로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전쟁터에 나가게 된 청년을 만나러 갔다가 서로가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자매. 전쟁터에 나간 청년의 전사 소식을 전해들은 두 자매는 마을 앞 연못에 함께 몸을 던졌다. 이 후 연못가에 자란 두 그루의 등() 나무를 사람들은 사랑에 취함이라는 꽃말을 만들어 불렀다.”

 

칡넝쿨처럼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피나는 경쟁을 하여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다른 나무의 등걸을 감거나 타고 올라가 어렵게 확보해놓은 이웃나무의 광합성 공간을 독식해 버리는 등나무의 특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옛 선비들은 등나무를 소인배로 비유하고, 사람 사이의 다툼을 칡과 등나무가 서로 엉키듯 뒤엉켜 있다고 하여 갈등(葛藤)이라는 문자를 만들었다. 그러나 으리의 선조들은 등나무 줄기로 지팡이를 만들었고, 가는 가지는 바구니를 비롯한 생활도구 등을 그리고 등나무 껍질은 매우 질겨 종이의 원료가 되었다. 송나라 사신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백접선(白摺扇)은 대나무를 엮어서 뼈대를 만들고 등지(藤紙)를 말아서 덮어씌운다고 하였다. 부산 범어사 앞에는 천연기념물 176호로 지정된 등나무 군락이 있는데, 이는 스님들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기른 등나무 군락이다.

 

6일 동안 천지와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매일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해 보시기 좋았더라라는 코멘트를 남긴다. 하나님은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말씀하고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한 후 그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여자(하와)를 만들어 아담을 돕게 했다. 세월이 흐른 후 사람들이 땅에 번성하였다. 하나님 아들들이 사람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들을 취하여 모두 아내를 삼으니 하나님의 영이 사람을 떠났다. 하나님의 영이 사람을 떠나자 사람들의 마음이 악한 생각으로 가득해 세상은 죄악으로 가득했다. 하나님은 땅 위에 사람을 지으셨음을 한탄하고 40일 동안 홍수의 심판을 내려 사람들과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지면에서 쓸어버렸으나 노아와 그 가족들은 은혜를 입었다.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경배를 드린 노아와 그 가족들을 축복하신 하나님은 살아있는 동물을 채소와 같이 너희가 먹되 동물의 고기를 피 째로 먹지 말 것을 명령하셨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었기 때문에 생명의 피를 먹는 사람에게서 그의 생명의 피를 찾겠다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다시는 모든 생물을 홍수로 멸하지 아니할 것을 약속하신 하나님은 언약의 징표로 이 땅에 무지개를 주셨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 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하나님은 여자를 창조하면서 서로 돕는 배필지으리라말씀했다. 서로 돕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합력하여 선을 이룰 때 이 땅은 천국이 된다. 칡넝쿨과 등 넝쿨도 한번은 왼쪽, 한번은 오른쪽으로 순번을 정하여 오르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데도, 서로가 먼저 오르려는 생각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는 시끄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