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시편 - < 표지석(標識石) > - 한국문학신문 2022년 6월 8일(제548)
< 표지석(標識石) >
타오르는 불꽃
불붙은 떨기나무
불에 타지 않고 있네
어찌하여 타지 않나 가까이 보려하자
모세야, 모세야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떨기나무 가운데서 하나님 말씀하네
두려움에 떠는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라 명령하네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넌지 석 달 째
시내 산에서 모세와 언약을 세우신 하나님
친히 기록한 계명을 주시려고
그를 불러 40주야를
시내 산에 머물게 했네
40주야를 하나님과 함께 한 모세
표지석(標識石)을 받았네
십계명(十誡命)이 적힌
경고석(警告石)을 받았네
여호와의 손가락이 돌에 십계명을 새겨 모세에게 주었다고 출애굽기는 기록하고 있다. 장소는 시나이 산이고, 시기는 히브리 노예들이 이집트를 탈출한 지 석 달이 지날 무렵이었다. 1계명에서 4계명까지는 하나님에 대해 인간이 지켜야 할 계명이다. 5계명은 부모에 대한 계명이며, 6계명에서 10계명까지는 이웃에 대한 계명이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① 나 이외에 다른 신들을 섬기지 말라. ② 우상을 만들지 말라. ③ 여호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④ 안식일을 지키라. ⑤ 부모를 공경하라. ⑥ 살인하지 말라. ⑦ 간통하지 말라. ⑧ 도둑질하지 말라. ⑨ 거짓으로 증언하지 말라. ⑩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 십계명은 하나님이 직접 쓰신 표지석이다. 첫 표지석을 받아 시나이 산에서 내려온 모세는 이스라엘인들이 우상인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 앞에서 질탕하게 놀고 있는 것을 보고 표지석을 깨뜨려버렸다. 모세는 다듬어진 돌 판에 하나님이 다시 새긴 십계명의 표식판을 받음으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었다. 십계명은 하나님이 직접 쓰신 최초이자 마지막 표지석이다.
회의문자 알 식(識=적을 지, 깃발 치) 자는 ‘알다’나 ‘지식’, ‘표시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알 식(識) 자는 말씀 언(言) 자와 찰흙 시(戠) 자가 결합한 글자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단순히 창 과(戈) 자에 깃발이 걸려있는 모습만이 그려져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에는 긴 창이나 막대기에 깃발을 매달아 부대나 종족을 구별했었다. 알 식(識) 자에 아직도 ‘깃발’이나 ‘표시’라는 뜻이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알 식(識) 자는 본래 이러한 표식을 그렸지만, 후에 말씀 언(言) 자와 소리 음(音) 자가 차례로 추가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말(言)과 소리(音)를 통해서도 식별한다는 뜻을 전달하고자 했다.
표할 표(標) 자는 ‘표하다’나 ‘나타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표할 표(標) 자는 나무 목(木) 자와 불똥 튈 표(票) 자가 결합한 글자이다. 불똥 튈 표(票) 자는 튀어 오르는 불똥을 손으로 잡으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나무가 타면 그 열기로 인해 불똥이 하늘 높이 올라가게 된다. 표할 표(標) 자는 불똥을 뜻하는 표(票) 자에 목(木) 자를 더해서 불똥이 나무 끝까지 다다른다는 의미에서 ‘나무의 끝’을 뜻하게 되었다. 표할 표(標) 자는 이외에도 어느 목표의 정점을 뜻하기도 하는데, ‘나무의 끝’을 목표지점에 다다른 것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표(票) 자는 ‘표’나 ‘증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표(票) 자는 보일 시(示) 자와는 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표(票) 자의 소전을 보면 시(示) 자가 아닌 불 화(火) 자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소전에 나온 표(票) 자를 보면 화(火) 자 위로 정수리 신(囟) 자를 감싸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정수리 신(囟) 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불똥’으로 응용되었다. 소전에 나온 표(票) 자는 날아오르는 불똥을 손으로 잡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것은 재가 날아오르듯이 매우 가볍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표(票) 자의 본래 의미는 ‘가볍다’였다. 하지만 후에 동전보다 가벼운 ‘지폐’를 뜻하게 되면서 본래의 의미로는 잘 쓰이지 않고 있다. 고대에 지폐라는 것은 서명이 들어간 ‘증서’를 뜻했다. 그래서 표(票) 자는 ‘가볍다’라는 뜻에서 ‘지폐’나 ‘증서’라는 뜻이 확대되었다. 표(票) 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가볍다’라는 뜻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