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시편 - < 역사(歷史) > - 한국문학신문 7월 20일(제554)
< 역사(歷史) >
국부론(國富論)을 신봉(信奉)하면
부국(富國)이 되고
자본론(資本論)을 신봉(信奉)하면
빈국(貧國)이 되네
성선설(性善說)을 믿는 나라
염치(廉恥)로 다스리고
성악설(性惡說)을 믿는 나라
법치(法治)로 다스리네
자유(自由)를 강조하면
파이가 커지고
평등(平等)을 강조하면
파이가 작아지네
능력에 따른 분배(分配)
생산성(生産性)이 높이고
필요에 따른 분배(分配)
생산성(生産性)이 낮추네
역사(歷史)를 성찰하지 못한
나라와 민족(民族)들
이념(理念)에 물들어
소견(所見)대로 행하다
같은 실수 반복하네
국민들이 피곤하네
데이빗 베빙톤(David Bebbington)은 ?역사관의 유형들'(Pattems in History)이라는 책에서 역사관의 유형을 5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 번째, 동양과 고대사회에서 나타난 역사관을 원형사관(圓形史觀)이자 순환사관(循環史觀)이다. 힌두교나 불교의 윤회설과 도교나 유교의 음양오행설 등과 같이 시작과 끝이 맞물려 순환한다는 역사관이다. 원형사관은 역사를 민족과 문명의 생성과 몰락의 주기적인 반복으로 바라본다. 2세기 스토아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는 “합리적인 영혼의 위대한 순환인 재생의 역사적 사건들은 결코 많은 것을 증진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유대교와 기독교의 역사관은 역사를 순환이 아닌 직선(直線)으로 바라본다. 목표를 향해 전진(前進)하는 성경사관(聖經史觀)을 직선사관(直線史觀) 또는 전진사관(前進史觀)으로 부른다. 창조라는 특별한 지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장)”에서 시작한 역사는,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현재 인간이 살아가는 타락하고 부패한 우주 만물은 소멸되거나 하나님의 창조 목적대로 회복되는, 구원받은 자들이 장차 들어가 살게 될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인 새 하늘과 새 땅(계시록 22장)까지 계속된다. 그 사이에 하나님의 간섭이 계속 되지만, 하나님의 약속된 미래 때문에 성경사관(聖經史觀)은 발전적이며 낙관적이다.
세 번째, 진보주의는 18세기 계몽주의 영향으로 나타난 사관이다. 이 사상의 중심 개념은 진보(進步)이다. 기독교 역사 유형의 직선론(直線論)은 지속되나 그 신학적 합리화는 부인된다. 신을 역사의 인도자로 보는 대신에 인간을 역사의 유일한 행위자로 본다. 콩도르세(Marquis de Condorcet)는 “진보는 미래의 인간 모두가 속박으로부터 해방되고 운명의 지배와 적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진리와 덕성과 행복의 길로, 확고하고 확실한 단계로 발전 할 때까지 기술의 면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주의 사관은 19세기에 널리 확산되었다.
네 번째, 역사주의 사관은 18세기 프랑스와 영국에서 성장한 진보사상에 대한 독일의 반발로 일어났다. 역사주의는 역사가 직선적이라는 정의를 거부하는 대신에 그 중심 주제를 “각 민족은 그 민족 특유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사상이다. 이 사상은 역사주의 학파의 선구자인 18세기 이태리의 비코(Giambattista Vico)에게서 수립되어 1780년 낭만주의가 독일을 지배하던 때에 관념론과 함께 정교히 완성되었다.
다섯 번째,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이다. 칼 마르크스(Karl Marx)의 “역사과정은 기본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유물론(唯物論)의 역사관이다. 마르크스는 계몽주의와 역사주의 사상을 조화시킨 헤겔(Hegel)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역사(歷史)에 대한 뜻글자인 한자에는 어떤 의미가 함의되어 있을까? 지날 역(歷) 자는 ‘지나다’나 ‘겪다’라는 의미의 뜻글자이다. 역(歷) 자의 갑골문을 보면 나무 두 그루와 사람의 발자국 모양의 그칠 지(止) 자가 함께 그려져 있다. 지(止) 자는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 있다는 뜻과 발을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의 두 가지로 사용하였다. 금문에서는 나무 목(木) 자를, 벼 화(禾) 자로 바뀌었고, 기슭 엄(厂) 자가 더해지면서 역(歷) 자를 만들었다. 비록 글자의 조합이 바뀌기는 했지만 역(歷) 자는 ‘지나다’나 ‘겪다’, ‘세월’과 같이 지나온 발자취를 의미한다. 사기 사(史) 자는 ‘역사’나 ‘사관’이라는 의미를 가진 뜻글자이다. 사(史) 자는 입 구(口) 자 부수로 지정되었지만 입 구(口) 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가운데 중(中) 자와 손을 형상화 한 또 우(又) 자의 합성어가 사기 사(史) 자이다. 중(中) 자는 제관(祭官)들은 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점을 칠 때 사용하던 주술 도구를 상징한다. 사(史) 자는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객관성을 상징하는 가운데 중(中) 자와 기록을 하는 손을 형상화 한 또 우(又) 자의 합성어로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기록하는 행위를 함의하고 있어 제관이 임금의 언행이나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역사’나 ‘사관’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기원전 5세기 초에 공자(孔子)가 엮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사서(史書) 『춘추(春秋)』는 유학(儒學)의 오경(五經) 중 하나이다. 동양에서는 공자가 편찬한 춘추(春秋)의 정신을 이어받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을 역사기록의 근본정신으로 삼았다. 주자의 성리학(性理學)에서도 춘추필법의 정신은 왕조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정통론이었다. 춘추필법은 사건과 인물에 대한 정확한 묘사와 평가보다, 수사법 자체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완곡어법으로 평가를 대신한다.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사람은 실제보다 작위를 깎아서 기록하는 등의 방식이 그러하다. 예를 들면, ‘죽이다’라는 뜻의 세 한자 살(殺), 시(弑), 주(誅)의 용법 차이를 들 수 있다. 『맹자』 양혜왕(梁惠王) 하편, 역성혁명(易姓革命)과 탕무방벌론(湯武放伐論)을 논하는 부분에서, 제나라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신하가 임금을 시(弑)해도 되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맹자는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하고, 잔적한 사람은 그놈(一夫)이라 하니, 그놈을 주(誅)하였다는 말은 들었으나 임금을 시(弑)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대답한다. 살(殺)이 그냥 죽였다는 뜻으로 중립적이라면, 시(弑)는 아랫사람이 높은 사람을 죽인 것으로서 정당하지 못한 것이며, 주(誅)는 죄 지은 이를 죗값으로 죽음에 처하는 것으로 정당한 것이다. 이렇듯 사용하는 어휘에서 이미 가치판단이 개입되었다. 신채호(申采浩)는 『조선상고사』, 『조선사연구초』에서 춘추필법이 중국 역사가들이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축소해 기록한 중국 중심주의적 곡필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역사는 시간에 따라 전 지구상에서 진행되었다. 이를 지역과 대상에 따라 세계사(世界史)와 각국사(各國史), 동양사(東洋史), 서양사(西洋史)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통사(通史)와 분야별로 다루는 분류사(分類史)도 있다. 분류사에는 정치사·경제사·사회사·사상사·문화사·예술사·문학사·어학사 등 다양한 종류의 역사가 있다. 19세기 History란 용어가 들어오기 동양의 역사는 사(史)·감(鑑)·통감(通鑑)·서(書)·기(記)라는 용어로 쓰였다. 『서구의 몰락』을 저술한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문명 유기체론에서 모든 문명은 생명체와 같이 그 수명이 있다는 비극적인 역사관을 주장했다. 그의 문명 유기체론은 괴테의 역사관에서 힌트를 얻었다. 근대 철학을 완성한 헤겔은 “인간은 한계가 없다, 내가(인간정신) 바로 세계다”는 낙관적인 역사관을 주장했다. “문명은 운동이지 상태가 아니다. 문명은 또한 항해이지 항구가 아니다”는 명언을 남긴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를 저술하면서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주장했다. 역사를 ‘발생ㆍ성장ㆍ해체’ 과정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유기체로 봤던 그는 문명이 발생할 때는 반드시 ‘창조적 소수자’가 나타났으며 창조적 소수자들의 창조력이 소멸되기 시작하면 문명이 쇠퇴한다고 분석했다. 이상은 인간 중심의 역사관이자, 현세(현재) 중심의 역사관이다. 성경적인 역사관은 종말론적 역사관으로 역사의 주관자가 하나님이며, 내세(미래)가 중심이 된다. 기독교인들은 역사를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하나님의 뜻이 역사 속에 나타낸다는 믿음으로 현세의 고난을 이겨낸다.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며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며 전진하기 때문에 역사는 계속해서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