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두 가지 반응이 있다. 하나는 포기하여 절망하는 것이고, 하나는 그것을 극복하여 새로운 계기로 삼는 것이다. 새로운 계기로 삼는 것은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자신에게서 탈피하여 새로운 자기를 창조하는 것으로 이렇게 하기에는 포기하여 순응하기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다. <목차> 1부 - 인내忍耐 예레미아 선지자가 말씀한 자고새가 나 아닐까... 다른 새의 알을 품고 산다는 자고새. 일구어 놓은 모든 것을 내어 놓고 이국땅을 헤매고 있는 원인이 내가 있음을 깨닫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채찍인 줄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푸스킨의 시처럼, 내게 주어진 시련을 주님의 뜻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지금 쉬고 있는 이 시간도 하나님이 주신 값진 시간이다. 2부-사명(使命) 감각에 붙잡힌 상태에서 자유로워 진다는 것 감각의 어두운 밤은 우리를 정욕의 지배자로 만들고 맛과 육체의 쾌락과 무절제와 방종으로 인도한다 영혼의 어두운 밤은 우리를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게 한다 "주님 이 시간 제게 지혜를 주소서 당신께로 돌아가는 저의 출애굽 노정(路程)을 사랑의 언어로 쓰게 하소서 하여서 수 많은 생명이 당신의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3부-연단(鍊鍛) 준비하지 않고 시작한 일 때문에 실패했던 많은 일이 이 구절을 읽어면서 떠 올랐다. 막무가내로 우선 저질러 놓고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이 실패의 원인이었다/하나니께 기도하고 다음일을 하나님께 맡기지 못했던 나의 과거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되겠지가 아닌 하나님을 믿고 맡기고 메딜리는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했다. 4부-순종順從 “금년 한해만 그대로 두소서.”라는 과원지기의 간구로 기회를 갖게 된 무화과나무처럼 과거에 실패를 했더라도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이시다. 금년에는 열매를 맺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습니다. 기도하자. 그동안 나는 요나처럼 물고기 뱃속으로 도망치지는 않았는가, 베드로처럼 닭 우는 소리를 듣고도 깨닫지 못했지 않는가, 새해에는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자. <작품 일부> -1994년 5월 4일 –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재미있게 읽었다. 3권으로 된 소설은 『불모지대』에서 느꼈던 독서의 재미를 일깨워주었다. 중세의 역사와 경제 그리고 현대의 종합상사를 버물어서 실감 있게 그려낸 오세영의 노고에 경이를 표한다. - 송도의 개성상인이 임진왜란 때 일본군의 포로로 붙잡혀서 노예로 팔린다. 이탈리아에 간 그는 자유인이 되고 중세의 길드 베니스상인으로 입신하는 과정을 역사적인 배경과 함께 자세히 묘사한 소설이다 - 400여 년 전 중세의 화가 루벤트가 그린 「한복을 입은 베니스상인」이란 신문기사와 이탈리아의 ‘꼬레아’라는 성씨의 집성촌의 이야기를 소재로 상상력을 통하여 확대 재생산하는 작가의 능력은 분명 하나님이 주신 축복임이 틀림없다. 중세시대의 신교 구교 간의 이념투쟁 그리고 우리들이 즐기는 카드의 문양이 중세시대에 활약했던 유럽왕가의 문양임을 소설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하트는 프랑스의 브르봉왕가의 문양이며 스페이드는 독일의 합스브르그 왕가, 다이아몬드는 영국의 스츄어드왕가, 클로바는 스웨덴의 구스타프왕가의 문양이다. 당시의 세력 판도는 스페이드, 다이야몬드, 하트, 클로바 순이였다. 『이사야서』를 오늘부터 읽고 있다. 교만한 자에 대한 경고를 알기 쉽게 얘기하고 있다. 연장이 어찌 그 주인보다 높다고 할 것이며 도끼가 어찌 찍는 자에게 스스로 자랑하겠으며 톱이 어찌 켜는 자에게 스스로 큰 체하겠느냐는 이사야 선지자의 음성이 나를 사로잡고 있다. -1994년 7월 12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야간작업을 해야 하니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나오라는 츠치야(土屋)사장, 귀가 길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작업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오늘로 츠치야(土屋)작업은 끝이 난다. 금년 여름이 지리한 졸임의 계절이 안 되길 바라고 있지만 지은 죄가 많아서 하나님이 시험하신다면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을 주께 맡긴 이상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 참으로 변덕스런 날씨다. 샤워를 하고 잠시 눈을 부쳤다. 츠치야(土屋)건설의 야간작업은 처음이다. 츠치야(土屋)사장과 깨진 징코를 보수하는 작업, 미유끼구미의 일이다. 자정까지 1개를 보수했다. 이렇게 보수하고도 돈이 남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일을 하면서도 간식을 자기들끼리만 먹는 일본인들. 후루가와(古川)가 요즈음 먹는 것이 시원찮아서 힘을 쓸 수가 없다며 투덜댔다. - 1994년 8월 16일 어제는 일본인들의 추석인 오봉이었다.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발을 하려고 역에 나갔더니 역 앞이 한산했다. 잇센다이(一千代) 파칭코장이 모닝을 주지 않자 숙소는 쉬는 동료로 북적인다. 모닝을 없앤 것은 자기 돈을 내고 파칭코장을 찾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장이 무사시(武藏)에게 맡겨 논 5만엔을 받았다. 가네다(金田)에게 빌려 준 돈을 달라고 하니 이것밖에 없다면서 2 엔을 내놓는다. 우선 7만엔이라도 송금을 해야지 하면서도 이곳 상황이 불투명해 망설여진다. 사장을 만나려고 사무실을 찾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직원들에게 받을 식대 등과 밀린 급여를 확인하자고 하는 사모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직원들은 식대 가불 등은 생각하지 않고 밀린 급여만을 생각한다. 밀린 급여는 7-80만 엔이지만 받을 돈은 2-40만엔 정도였다. 내가 가장 많은 71만엔 제일 말이 많은 마에가와(前川)는 10만 엔 데라(卓씨)가 20만엔이다. 데라(卓씨)는 어젯밤 나에게 사장이 한국으로 돈을 빼돌렸다면서 혈압을 올렸다. 집사람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저녁식사 후 훈이를 데리고 역에 나갔다. 오랜만에 통화가 된 집사람이 울먹이면서 전화를 받았다. 너무 힘이 들어 도망가고 싶다는 아내를 달래느라 카드를 3장이나 사용했다. 그 와중에도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안 되니 송금을 하지 말라는 집사람. 아이들의 울먹이는 소리에 내 눈자위에 눈물이 돌았다. - 1994년 9월 24일- 비 예보에도 불구 작업을 나갔다. 그제 작업을 한 곳과 징코(人孔)를 연결하는 작업을 4명이 했다. 사장이 포크레인으로 흙을 굴착하다 그제 매설한 하수도관 하나를 깨뜨렸다. 깨진 관을 빼내고 기리관을 포함 6개의 관을 내가 주관하여 매설했다. 관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도 기술이다. 비가 오는 최악의 조건에서 헤따들을 데리고 한 작업은 2시경 끝이 났다. 명율(名栗)현장으로 모두 개를 잡으러 가고 나와 하라(原)만 숙소에 있다. 아침식사 중에 사장이 무사시(武藏)을 부추긴 사실을 사모가 눈치를 챈 모양이다. 사모가 믿는 미신은 개를 절대로 못 잡게 한다. 지난번 굿을 했던 장소를 소도처럼 신성시하고 있는 사모. 일본인들은 개고기를 유난히 혐오한다. 그럼에도, 사모 몰래 개고기를 잡으라고 한 사장에게 잘못이 있다. 개고기는 내일 먹기로 하고 야모모토(山本)가 보관을 하고 있었다. 개고기 때문에 야마모토(山本)방에서 술을 한잔 씩 마신 모양이다. 술에 취해 내 방에 건너와서 횡설수설을 하는 야마모토(山本), 지난번 사장에게 구타당했을 때 자기 방에 한 번도 안 왔다며 찍는 소리를 했다. 임집사가 바자회를 하고 남은 옷을 작업복을 하라면서 준다. 책이 먼저 올 줄 알았는데 결이 편지와 함께 약이 먼저 왔다. 아로나민골드는 부치지 말라고 했는데 한사코 보내는 아내. 이것이 부부의 정인 모양이다. -1994년 10월 22일- 성수대교가 무너져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는 긴급뉴스가 속보로 전해졌다. 집사람의 말에 의하면 무학여고생이 많이 희생된 모양이다. 건설된 지 20년도 안된 교각의 붕괴는 가시적 허상을 쫓는 인간의 욕망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는 것 같다. 일본강점기 일본인들이 건설한 한강철교는 아직도 튼튼한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으냐는 일본인 친구들의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본사람들은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다리를 건설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는 이들의 코멘트가 나를 더욱 부끄럽게 했다. 『민수기』를 읽기 시작하면서 하나님은 일단 택한 백성은 누구나 구원하여 주시나 성도일지라도 죄를 범하면 그에 상응한 형벌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말씀 속에 담긴 의미를 묵상해 본다. 광야에서의 40년의 생활은 징벌의 뜻도 있지만 에굽의 생활에 길든 이교도적 습관과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세대를 육성하기에 필요한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 실패한 삶, 하나님의 징계를 받고 가족과 헤어져서 일본에서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을 그분의 뜻에 합당한 가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재일교포 장씨는 조총련이라며 안도(安藤)사장은 시미즈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전쟁 후 북한은 일본에 조선인학교를 설립하고 조은은행을 통하여 가난한 한국인들에게 주택자금과 사업자금을 제공했다. 당시 교포들 중에는 자식들 교육 때문에 한국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조총련에 가입한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조총련이라는 이름 때문에 고향에 갈 수가 없었다. 시미즈상은 “한국은 나쁜 나라다.”라고 한마디로 말했다. 돈이 있어서 고향에 투자하고 싶어도 못하게 하는 제도가 나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서귀포가 고향인 그는 7살에 일본에 와서 건설업으로 돈을 벌자 한국정부에 4번이나 비자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부인과 사별한 후 홀로 되어 재산을 탕진한 지금은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됐다는 시미즈상은 어쩜 역사의 희생자인지 모른다. “주님 오늘도 건강한 하루를 허락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일이 없어서 쉬고는 있지만 분명 주님의 뜻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소망을 갖고 진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붙들어 주시고/항상 준비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역사하여 주옵소서/이 시간은 장모님과 처형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비록 그분들이 주님을 모르고는 있지만 성령께서 역사하시면 택함을 받으리라 믿습니다/일찍 홀로되셔서 영자 내외와 살고 있는 장모님 정옥선 성도를 기억하여주시고/신경통으로 고생하고 있는 그분에게 소망의 의미를 알게 하시고 병마로부터 지켜주옵소서/셋째 처형 김인자 가정을 주여 기억하소서/너무나 큰 신세를 제가 졌고 지금도 신세를 지고 있나이다/이제라도 이 가정이 주님을 영접하여 소망과 사랑이 풍성한 삶을 누리게 하옵소서/넷째 처형 김춘기 가정과 막내 처제 김영자 가정/강릉의 두 분 처형가정도 기억하여 주소서/이들에게 주님의 뜻을 알게 하시고 소망의 삶을 사랑의 삶을 누리게 하옵소서/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1994년 11월 29일- 배도 고프고 피곤한 하루였다. 잔업을 4시간 하고 나니 9시가 넘었다. 한국 같으면 간식이라도 먹여가면서 일을 시킬 텐데 냉정하다 못해 인색한 이들이다. 옥상이 감기로 쉰 오늘은 나와 동갑인 모리(森)과 함께 작업을 했다. 일당 만 삼천엔으로 5가족을 부양한다는 그는 보너스와 퇴직금을 받는다지만 적은 일당 때문에 갈등이 많은 친구다. 믿음 소망 사랑이란 말이 내 생각을 사로잡은 하루였다. 믿음은 자기의지의 한 방법이다. 혼자서 하는 행위이다. 다른 사람에 의하여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단으로 믿음이 생기고 불신도 생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규범이 믿음이다. 확실한 대상에 대한 믿음에서 사랑과 소망이 자라나고 꽃을 피운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나 부모형제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도 믿음이라는 초석 위에서 자라나는 생명체다. 사랑이 없는 믿음은 가능하지만 믿음이 없는 사랑은 불가능하다. 사랑이 없는 믿음은 율법적이고 비정한 행동을 수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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