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수필(戀子隨筆)

바닥짐

高 山 芝 2017. 5. 19. 08:01





오피니언


[고산지시인의 戀子隨筆] 바닥짐


데스크승인 [ 2면 ] 2017.03.21  

금강일보 | admin@ggilbo.com


 (고산지 시인)


어둠이 찾아오고 두려움 일렁이면
덧없는 인생 길 풍랑(風浪)에 요동치네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인생 길
짐 때문에 곤고(困苦)하다 탓하지는 말게나


 바람 불고 풍랑 일면 흔들리는 인생 길
바닥짐이 아니라면 뒤집히고 만다네


 십자가 지기 싫어 곁눈 팔지 말게나
사명(使命)의 짐 지기 싫어 외면하지 말게나


 말씀을 부여잡고 십자가 등에 지면
폭풍우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다네


 믿음으로 설계하고 소망(所望)으로 용접하여
사랑으로 건조한 삶 창파(滄波)에 배 띄우면


말씀의 바닥짐이 평형수(平衡水)가 되나니
우리 모두 어우러져 십자가(十字家) 함께 지세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서두르면 안 된다. 무슨 일이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걸 알면 굳이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다. 마음에 욕망이 생기거든 곤궁(困窮)한 때를 생각하라.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이다. 분노를 적(敵)이라고 생각하라. 승리만 알고 패배를 모르면 그 해(害)가

자기 몸에 미친다. 자신을 탓하되 남을 나무라면 안 된다. 미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친 것보다 나은 것이다.”


인내(忍耐)로 천하를 얻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남긴 명언이다. 소망이란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기다림이 있는 인내는 목표가 분명한 사람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방정식이다.

그러나 기다림이 없는 인내는 바라볼 곳이 없어 절망하고,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에 체념과 포기로 이어진다,

약속을 믿는, 바라볼 곳이 있는 사람은 그 소망 때문에 환란(患亂)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자유인이 된다.

 노예는 굴종하지만 자유인은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 선체를 물속에 더 잠기게 할 목적으로 화물 이외에 싣는 중량물을 밸러스트(Ballast)라고 한다.

공선 또는 적화량이 적을 경우 배수량을 증가시켜 선박의 복원력을 향상시키고, 추진기를 충분히 물속에

침하시키기 위해 출항하기 전 배 밑바닥의 밸러스트 탱크에 해수를 채우거나, 쇠붙이나 모래 등의 중량물을 싣는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배 밑에 채운 이러한 바닥짐(Ballast)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무겁게 느껴지는 바닥짐, 즉 사명(使命)이 있어야 환난을 극복할 수 있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위대한 탐험가이자 선교사인 데이비드 리빙스턴은

“바다의 항로에서 우리의 배가 무사히 항해하기 위해선 배 밑에 엄청난 바닥짐을 실어 균형을 잡아주면 된다.

이처럼 우리 인생의 항로에도 이러한 바닥의 짐을 짊어지게 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분의 손길이 있기 마련이다”

라는 고백을 했다.

 
사도 바울은 군인과 운동선수, 농부를 통해 제자도를 설명했다. 군인의 본분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데 있다.

아무리 탁월한 군인이라도 지휘관의 명령을 어기고 전쟁터에서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그 부대는 위험에 빠진다.

정해진 규칙 속에서 경기를 하는 운동선수에겐 발군의 능력보다 앞서는 것이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규칙을 어기는 운동선수는 경기에서 패하고 만다. 농부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수고에 앞서서 때를 분별하고, 때를 지켜야 한다. 씨를 뿌릴 때, 피를 뽑을 때, 추수할 때를 지키면서

 합당한 수고를 하는 농부가 진정한 농부다. 하는 일은 각기 다르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명령을 지키고,

규칙을 지키고, 때를 지키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이자 십자가다.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사순절을 거룩하게 보내고자 다짐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이 아침,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