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실명[ 陋室銘 ]
중국 중당(中唐)의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지은 자계(自戒)의 글이다.
유우석은 자가 몽득(夢得)이며, 21세에 진사가 되었다. 중앙정부의 젊은 관료로서 왕숙문(王叔文)·유종원(柳宗元) 등과 함께 정치 개혁에 나섰으나 실패하여 지방의 하급관리로 좌천되었다. <누실명>은 이 무렵 지은 작품으로서 전문은 다음과 같다.
"산은 높아서가 아니라 신선이 살면 이름을 얻는다. 물은 깊어서가 아니라 용이 살면 영험한 것이다. 이 누추한 방에는 오직 나의 향기로운 덕이 있을 뿐이다. 이끼는 섬돌을 따라 푸르고 풀빛은 주렴에 푸르게 비친다. 훌륭한 선비들과 담소를 나누고, 비천한 자들은 왕래하지 않으니, 거문고 연주하고 금경을 읽기 좋다. 음악 소리 귀를 어지럽히지 않고, 관청의 문서를 읽는 노고도 없으니, 남양 땅 제갈량의 초려요, 서촉 땅 양웅의 정자로다. 공자도 말하였지, '군자가 살고 있으니 무슨 누추함이 있으리오'라고.(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斯是陋室, 惟吾德馨. 苔痕上階綠, 草色入簾靑. 談笑有鴻儒, 往來無白丁. 可以調素琴, 閱金經. 無絲竹之亂耳, 無案牘之勞形. 南陽諸葛盧, 西蜀子雲亭. 孔子云, 何陋之有)"
'누실(陋室)'은 '누추한 집'이라는 뜻이며, '명(銘)'은 대개 쇠북이나 솥, 비석 따위에 스스로 경계하거나 남의 공덕을 길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지은 문장의 한 종류를 말한다. 작자는 누추한 집에 살지만 덕(德)의 향기로 가득 채우겠노라며 자신이 놓인 초라한 환경에 굴하지 않는 기개를 드러내면서, 일세를 풍미한 촉나라의 제갈량(諸葛亮)과 한나라의 양웅(揚雄)이 살던 초라한 집을 언급하여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마지막 구절에서는 공자(孔子)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을 그와 같은 군자(君子)로 끌어올리고 있다. 《논어(論語)》의 <자한(子罕)>편에 공자가 구이(九夷) 땅에 거하려고 하였을 때 누군가 누추한 곳에서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자 공자는 "군자가 사는 곳에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말한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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