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수필(戀子隨筆)

[고산지의 戀子隨筆] 유슬람의 고백 - 금강일보 승인 2020.05.19 18:34

高 山 芝 2020. 6. 7. 20:06

다음 세대는 달라야 하네

나보다 나아야 하네

그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생각만은 나와 같기를 원했네

 

가난을 경험하지 못한

결핍을 느껴보지 못한

아들은 나와 생각이 달랐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해가는 세상

 

업그레이드 되지 못하고

자식을 바라보는 우리는 유슬람

아들은 다른 세대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데

 

호롱불도 모르고

보리 고개 알지 못한 자식에게

“왕년의 나는” “니가 무얼 안다고”

씹선비 꼰대질로 부아만 돋구었네

 

멘토가 되지 못한 꼰대의 잔소리

펑크 난 권위權威를, 주의主義 앞에 세워놓고

설명충이 되었네

주야장천晝夜長川 설교했네

 

심은 대로 거두고

보는 대로 생각하며

생각대로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위즈위그, 위즈위그, 위즈위그, 위즈위그.

 

한국 사회는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MZ세대로 나뉜다. 베이비붐 세대는 6·25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반공세대로 고도 경제성장과 1997년 IMF 외환위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마지막 주산(珠算) 세대이자 컴맹 1세대다. 무관심·무정형, 기존 질서 부정 등을 특징으로 하는 1965~1976년 사이에 출생한 X세대는 캐나다의 소설가 더글러스 쿠플랜드(Douglas Coupland)가 1991년 출간한 장편소설인 ‘Generation X’에서 유래됐다. 한국에서는 쿠플랜드의 X세대가 가진 개념과 다르게 ‘신세대’라는 의미로 통용됐다. 부모들이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갖고 있는 이들은 기성세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탈권위주의적이고 자유로운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MZ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다. 모바일 기기를 잘 다루는 세대다.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습득하는 세대이며,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정보를 넘겨주는 세대다. MZ세대는 앞 세대와는 다르게 선택과 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예의는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한 말투나 몸가짐이며, 매너는 일상생활의 행동하는 방식이나 자세를 의미한다. 예의가 수직적이라면 매너는 수평적이다. 예의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요구하는 의전인 반면에 매너는 세대, 상하, 남녀 상관없이 사회 전 계층에서 고루 통용되는 합의되는 기준이다.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버릇없다는 소리를 듣지만 매너에는 그런 감정적 찌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보는 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예의를 따지는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가 매너를 더 중시하는 MZ세대를 마주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음 세대가 아닌 다른 세대와의 충돌이다. 명분을 내세우는 베이비붐 세대, 균등을 강조하는 X세대, 공정을 따지는 MZ세대의 사고기준이 서로 다르다.

 

‘유슬람’은 유교와 이슬람이 합쳐진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한 젊은이들의 신조어다. 장유유서와 남존여비, 그리고 남성의 가사 참여율이 이슬람 국가 수준에 불과하다는 풍자의 산물이다. ‘씹선비’는 도덕적으로는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개성을 인정하지 못 하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천편일률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에 대한 비속어다. 설명과 벌레의 합성어인 ‘설명충’은 딱히 풀이할 필요가 없는 사안까지도 진지하게 설명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위즈위그(WYSIWYG)’는 ‘What You See Is What You Get’(보는 대로 얻는다)의 줄인 말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다. 위즈위그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다. ‘당신이 보는 것이나 생각하는 것이 당신이 얻는 것’이라는 뜻으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결코 해낼 수 없다는 의미가 함의돼 있다.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