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의 戀子隨筆] 산상수훈(山上垂訓) * 1 -포로(捕虜)된 자, 자유하게
- 금강일보 승인 2020.12.01.
선(善)을 행하려다 종(從)이 되고 말았네
편리함에 길들여져 자유를 상실하고
좋아하는 것들의 포로(捕虜)가 되었네
날마다 주입되는 매체(媒體)의 힘이었네
있어야 할 것 다 있고 없어야 할 것 없었는데
기분이 이완되는 물질의 탐닉(耽溺)과
스트레스 완화하는 보상의 경험이
남용(濫用)을 부르자 구갈(口渴)을 초래했네
균형(均衡)이 깨진 자리
망상(妄想)이 자리 잡고
주인 행세 하고 있네
의존(依存)이 심해졌네
예수 아니면 헤어나지 못하고
진리 아니면 자유롭지 못하네
중독에서 자유로운 복(福)된 소식 여기 있네
포로가 된 자, 해방되는 진리(眞理)의 말씀이네
중독은 ‘특정 행동이 건강과 사회생활에 해가 될 것임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하고 싶은 강박’이다. 중독은 처음에는 쾌락을 주거나 고통을 완화하는 긍정적 보상 경험에서 시작한다. 고된 업무를 마친 뒤에 마시는 한 잔의 술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씻어 주는 청량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하루 일과와 함께 시작하는 커피나 담배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좀 더 산뜻하게 만들어준다. 주식 매매나 복권 또는 경마나 카지노에서 큰돈을 따는 경험은 사람들에게 강렬한 쾌감을 선사한다. 지루한 학교 공부 뒤에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온라인 게임이나 오랜 절식 뒤에 맛보는 달콤한 간식도 쾌감을 자극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처음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 기분을 이완해 주는 알코올, 불쾌한 기분이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 기분이 좋아지는 폭식은 그와 관련된 상황이 되면 반복되기 쉬워진다. 이 과정에서 신체가 내성(Tolerance)을 발달시켜 종전과 같은 만족을 경험하려면 더 강한 강도나 지속 기간의 자극을 요구하고, 그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내성은 남용과 중독(의존)을 구분 짓는 기준 중 하나일 만큼 중독의 핵심 증상이다.
남용은 일상적인 양보다 많은 양의 물질을 섭취하고 그로 인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콜라를 매일 한 병 정도 마신다면 남용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에 페트병 2개를 마시는 사람은 콜라를 남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통상적인 1인분의 몇 배를 한 번에 복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남용이다. 의존의 특징적인 첫 번째 증상은 내성이다.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양이 늘거나, 물질 혹은 행동을 원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예전에는 진통제를 12시간 간격으로 1알만 먹으면 통증이 가라앉았는데, 이제는 6시간 간격으로 2알은 먹어야 한다면 내성이 생긴 것이다. 두 번째 증상은 제시간에 섭취하지 않으면 경험하는 심리적·생리적 금단 증상이다. 생리적 금단 증상은 물질이 작용하던 생물학적 기전이 멈춰지면서 역작용이 일어난다. 나른함을 느끼게 하는 약물은 흥분과 초조 또는 불안을, 짜릿함을 주는 약물은 나른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금단 증상은 무척이나 괴롭기 때문에 끊거나 줄이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다시 그 물질을 복용하게 만든다. 그래서 중독된 사람은 그것을 찾아 헤매고, 편안히 복용하거나 사용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온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이를 구갈(Craving)이라고 한다.
헬라어 프로코페(Prokope)는 진보(Advancement)로 번역된다. 힘들여 노를 저어 배를 전진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이 단어를 신약성경은 믿음의 진보와 악성 종양(이단)의 퍼져 나감이란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한다. 진보가 인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지만 한편으론 유혹으로 인한 파멸을 경계하라는 뜻이 함의돼 있다. 다양한 가치기준으로 선과 악이 뒤섞이면 사람들은 자신의 유익에 따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금단 현상을 앓게 된다. 약물의 오남용도 문제이지만, 이념에 편향된 사람들의 이데올로기 남용으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개혁을 성취하기 위해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건 자신을 성찰하는 행위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절차의 정당성만이 민주주의를 지탱해 준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다. 전체주의 하에서 인간은 존엄성을 상실한 도구로 전락한다. 지옥으로 가는 모든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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