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작품 ]

연자수필 - < 종시(終始) > - 금강일보 2022년 1월 13일 15:55

高 山 芝 2022. 1. 17. 10:34

< 종시(終始) >

 

빛을 밝히려면

어둠은 필요했네

 

끝에서 시작으로

순환하는 하늘의 도()

 

우리의 시간은 종시(終始)였네

 

끄트머리 붙잡고

한 해를 여는 동이족

 

잠이 들면 눈썹이 셀까봐

그믐밤을 지새네

 

어둠의 장막이 터지네

 

칠흑 어둠을 헤치고

붉게 타오르는 태양

 

하늘이 열리네

새해가 밝았네

 

한민족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이 새해 첫날이었다. 새해 첫날을 의미하는 글자로는 정초(正初), 신원(新元), 원일(元日), 원단(元旦), 세시(歲時), 세수(歲首), 세초(歲初), 연시(年始), 연두(年頭), 연수(年首) 등의 한자가 있다, 정월 초하룻날의 순수한 우리말은 설(설날)이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새해 첫날인 (설날)’의 어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전해 오고 있다.

 

첫 번째. 지나간 해는 계속 살아왔던 해이기에 익숙하지만, 새로 맞이하는 새해는 처음이기에 낯설다는 의미의 이다“”는 설이다. ‘설다’ ‘설익다’ ‘낯설다에 들어있는 처음’ ‘시작의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기본어형이 설다역어유해하편 44의 용례에서 선 것(生的)’이 나온다. 바로 (설 생)’ 자이다. ‘()’은 새싹이 땅위로 생겨나는 모습을 본뜬 글자로 생겨나다(生出, 發生)’는 의미이지만, ‘날 것, 익히지 아니하다등의 뜻도 있다. 고어 설다()’에서 그해의 맨 처음(正初)을 뜻하는 설이 나왔다고 보는 설이다.

 

두 번째. “한 해가 지나감에 따라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고, 나이를 더 먹으면 그만큼 늙기 때문에 늙는 것이 섧다.’ 하여 이다는 설이다. 그러나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섧다와는 관련이 먼 것 같다. 세 번째. 새해 첫날을 일컬어 근신하며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말라는 뜻으로 신일(愼日)’이라 하였다. 신일이 변하여 이 되었다는 설이다. 네 번째. 나이를 세는 단위의 이 옛날에는 이었다는 설 등이다.

 

()이 바른 즉 천리와 인사가 증합하여 복이 되고, 력이 바르지 못한 즉 천수가 어그러져 괴리되어 화가 된다는 적고 있는 한민족의 상고사 부도지(符都志)는 신라 눌지왕 때 박제상이 저술한 징심록의 일부이다. 박제상은 부도지에서 력()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천도(天道)는 돌고 돌아 종시(終始)가 있고, 종시가 돌고 돌아 4단씩 겹쳐서 다시 종시가 있다. 1종시의 사이를 소력(小曆), 종시의 종시를 중력(中曆), 네 번 겹친 종시를 대력(大曆)이라 한다” “한민족의 고유력(固有曆)1(=)13개월(祀有十三期)이며, ()의 종일(終日)은 복(=1)이다. 1(=)4요복(曜服) 28일이니 1요복은 7일이다. 1(1)13(13개월) 52요복(52)으로 364일이지만, 매사의 시작에 대사(大祀)의 단()이 있으니 365일이 된다. 3()의 반()에 있는 대삭(大朔)의 판()은 사의 2 분절이다. 이 때문에 4년째 중첩이 되는 대력(大曆)은 하루(閏日)가 추가 되어 366일이 된다.”

 

한민족의 고유력인 마고력(麻姑曆)을 복원한 이정희 작가는 작은설을 음차(音借)한 이두식 표현이 소설(小雪)이 아닐까? ()과 관련 없는 설을 한자로 음차(音借)한 것이 소설(小雪)이 아닐까 라는 의문을 품었다. 문제는 대사(大祀)의 단()’대삭(大朔)의 판()’에 대한 해석이었다. 이정희 작가는 소설(小雪)을 기준으로 한, 1개월이 28일이며, 1년이 13개월인 책력을 만들었다. 28일씩 13개월이면 1년이 364일이다. 섣달(13개월)의 첫날, 단일(旦日)을 별도의 하루로 생각하자 1년이 365일이 되었다. ‘대삭(大朔)의 판()’은 윤일(閏日)을 뜻함으로 4년에 한번 씩 돌아오는 윤년에는 섣달이 30일이 된다. 매년 동지(冬至)11일이 되고 하지(夏至)가 백중(百中)과 같은 1년의 정중앙이 되는 한민족의 고유력이 복원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