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고몽송(丁固夢松) >
들일을 한 후 피곤해 잠이 들었네.
복부(腹部)에서 무성히 자란 소나무
얼굴에 땀을 흘리며
가위에 눌린 아들 깨운 어미
아들의 꿈 이야기를 들었네.
송(松) 자를 파자(破子)한 어미
‘십팔공(十八公)’이니 18년 후에는
공(公)이 될 수 있다고 아들을 격려했네.
청운의 뜻을 품고
열심히 공부한 정고(丁固)
18년 후에 삼공(三公)의 지위에 올랐네.
사기(史記)는 “송백(松柏)은 백목의 장으로서 황제의 궁전을 수호하는 나무”로, 왕안석(王安石)의 자설(字說)은 "소나무에게 공(公)의 작위를, 잣나무에게 백(伯)의 작위를 주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서(漢書) 또한 "소나무는 유공(猶公)과 같고 잣나무는 유백(猶伯)과 같다"고 했다. 중국 사람들은 소나무를 십팔공(十八公)이라고 하여 수목 가운데 으뜸으로 친다. 이는 소나무 송(松) 자를 파자(破字)해서 부른 말이다. 오지(吳志)의 손호전(孫皓傳)이나 시가집성(詩歌集成)에는 이에 관해서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 있다. 오(吳)나라의 정고(丁固)는 매우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 일찍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일을 하며 궁핍한 생활을 했다. 어느 날 들에 나가 일을 하다가 피로하여 잠이 들었는데 자기의 배(腹)에서 소나무가 자라나고 무성한 것을 보았다. 함께 일을 하던 어머니가 얼굴에 진땀을 흘리며 가위가 눌린 그를 깨웠다. 어머니는 정고의 꿈 이야기를 듣고 '송(松)'자는 '십팔공(十八公)'이니 18년 뒤에 공(公)이 될 수 있다며 그를 격려했다. 그 말을 듣고 그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열심히 노력을 해 18년 뒤에는 삼공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것을 정고몽송(丁固夢松)이라고 한다.
속리산 가는 길에는 정이품(正二品) 소나무가 있다. 수관(樹冠=나무의 줄기 위에 있어 많은 가지가 달려 있는 부분)이 삿갓(笠) 또는 우산을 편 모양을 닮았다. 세조 10년(1464년)에 왕이 속리산 법주사(法住寺) 복천암(福泉庵)으로 행차했다. 타고 가던 연(輦)이 소나무 밑을 지나게 되었는데 나무의 가지가 아래로 드리워져 통과하기 어려웠다. 이때 “연이 걸린다.”라고 말하자 이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서 연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이 후부터 이 소나무를 ‘연걸이 소나무’라고도 불렀다. 세조는 이 소나무의 신이함에 탄복하여 그 충절에 대한 보답으로 정이품 벼슬을 내렸다. 소나무가 서 있는 앞마을의 이름을 진허(陣墟)라고 부르는데, 당시 세조를 수행하던 군사들이 진을 치고 머물렀다는 데서 유래되었다.
고려시대에도 소나무에 작위를 준 이야기가 전한다. 예전 서대문 밖 의주가도(義州街道) 서편에 천연동(天然洞)이 있었고 그곳에 반송정(盤松亭)이 있었다. 반송정의 남쪽에 모화관(慕華館)이 있었다. 반송정의 소나무는 아름답게 굽은 줄기를 자랑하며 녹음이 무성했다. 어느 날 한양에 행행(行幸)한 왕은 이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했다. 왕은 소나무가 고마워서 장군 벼슬을 내렸다. 반송정의 소나무는 조선 초기까지 남아 있었다.
소나무에 작위를 준 이야기는 중국에도 있다.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는 미녀 3천 명을 거느리고 산동성의 태산(泰山)에 소풍을 갔다. 그런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와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마침 그 근처에 큰 소나무가 있어 그 밑에서 비를 피했다. 한참 만에 비가 그치자 황제는 “이 나무는 큰일을 했다. 바로 작위의 상위(上位)를 수여한다.”며 오위(五位)의 관에 봉하였다. 이 일이 있고서부터 이 소나무를 사람들은 오대부(五大夫)라고 불렀다.
소나무는 기교가 없고 교태를 모르며 항상 고요하고 변하지 않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칠지라도 이를 받아들여 이겨내는 꿋꿋함을 유지한다. 선비들은 이러한 소나무를 군자(君子)에 비유하고 집안이나 정자 주위에 심어 소나무를 바라보며 소나무의 품성을 배웠다. 강희안(姜希顔)은 〈화목구품(花木九品)〉에서 소나무를 일품에 올려놓았다. 소나무는 큰 나무로 자라고 또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사는 나무이다. 송수천년(松壽千年)이요, 송백불로(松栢不老)라는 말처럼 소나무는 장수(長壽)를 상징한다. 송교지수(松喬之壽)는 적송자(赤松子)와 왕자교(王子喬)라는 중국의 신선(神仙)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사자성어이다. 도교(道敎)에서는 소나무의 송실(松實)·송지(松脂)·송엽(松葉)은 불로장생하고 몸이 가볍게 되어 마침내 날개가 생겨 하늘에 올라 신선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식품이라고 믿었다.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강희안(姜希顔)은 “잎이 다섯 개 있는 산자송(山子松)은 송진이 땅속에 들어가 천 년이 지나면 복령(茯苓:버섯)이 되고 또 천년이 지나면 호박(琥珀)이 된다. 큰 소나무는 천 년이 지나면 그 정기가 청우(靑牛)가 되고 복귀(伏龜)가 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복령(茯苓)이나 호박(琥珀)은 모두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선약(仙藥)의 일종으로 장수를 누리게 해준다. 《본초강목》에서도 복령(茯苓)의 약효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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