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짠한 당신 ] - 제 2 시 집 -

[ 청 동 거 울 ] - 제 4 부 -

高 山 芝 2008. 9. 20. 07:48
 
그날  밤

당신의 형상 대로
날 빚으시고
생기(生氣)를
넣어 주신 이여

당신은
내 영혼의 문설주에

청동거울 걸어 놓고

당신 만
바라보며 살라 합니다

당신의 형상을
닮아 가라 합니다


어느 날 오후

권태(倦怠)가
나를 찾아와

보암직한 안목(眼目)으로
유혹 합니다

먹음직한 정욕(情慾)으로
속삭 입니다

" 단 한번 뿐인데 뭘"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그렇지 않아"

머뭇 거리는 사이

청동거울에는
푸르슴 한 기운이
피어 났읍니다

안목의 꽃대는
불평과 짜증의 꽃망울을
머금고 있읍니다

욕망의 꽃대는
환락과 쾌락의 꽃망울을
터 뜨리고

분열의 꽃대는
시기와 질투가
저승꽃으로 피어 나
푸른 빛을 내고 있읍니다

자아(自我)의 화신(化身)이
동녹(銅綠)으로 화(化)하자
당신의 형상은
이그러 집니다

극심한 통증과 함께
찾아 온 당신 앞에
걷잡을 수 없는 충격으로
무릎을 꿇었읍니다

그칠줄 모르는 눈물이
거울 위에 떨어 졌읍니다

나는 엎드린 체
말씀의 걸레를 들고서
밤을 세워
거울을 닦았읍니다

새벽 녘
거울 속에서
당신의 형상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