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작품 ]

동인지 " 시인과 사색" 에 실린 "시작 노트"와 "詩 10편"

高 山 芝 2012. 2. 29. 09:35

    [ 시 작 노 트 ]

나에게는

꿈틀거리는 생각이 있다

꿈틀 꿈틀 꿈틀거리며

꿈(夢)의 틀을 만들어가는

꿈(夢)이 있다

모두들

헛 지랄 한다면서

쓰잘떼기없다고 하였지만

한갑자(一甲子)가 지나고도

버리지않았던 그 생각이

시(詩)가 되어서

지금 내 마음을 뎁히고 있다

꿈틀 꿈틀 꿈틀거리면서

꿈(夢)의 틀을 만들고 있다

 

   [ 피  리 ]

 

늘 푸를줄 만 알았네

산들바람이 내 살갗을 간지럽히고

아침 햇살이

대숲 사이 사이에 끼어드는

평화가 계속되는 줄만 알았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톱날에 잘려진 나에게

"본토와 친척 아비집을 떠나라"는

세미한 음성

들렸네

 

뜨거운 증기(蒸氣)로 나를 삶았네

 

그늘에서 건조한 후 

내 몸에 구멍을 내더니

가늘게 꼰 새끼줄로

가슴 속 묻은 때 벗겨내고

모난 면(面)

사포질로 다듬기를 수천번

 

나는, 나는

당신의 소리를 내는

울림통이 되었네

 

당신의 축복을 전하는

통로가 되었네

 

   [ 하 하 하 ]

 

하 하 하 소리내어

웃어보게나

 

마음을 내려놓고

웃어보게나

 

내려놓은 그 마음

바다가 되나니

 

하 하 하 소리내어

웃어보게나

 

 

하 하 하 큰소리로

웃어보게나

 

웃움꽃  활짝 핀

하해(河海)같은 마음으로

 

살맛나는 무대(舞臺)를

만들어 보게나

 

아름다운 세상(世上)이

펼쳐지리니

 

하 하 하  하 하 하

웃어보게나

 

 

하 하 하  하 하 하

웃어보게나

 

여름처럼 뜨겁게

웃어보게나

 

웃움 띤 얼굴들의

소통(疏通)이 시작되면

 

뜨거운 열기(熱氣)로

세상(世上)이 변(變)하나니

 

하 하 하  하 하 하

웃어보게나

 

   [ 고추의 꿈 ]

 

태양을 닮고싶어

태양을 바라보다

 

한 여름 불볕에

몸을 달구네

 

풋풋한  피부에

우러나는 선홍빛

 

태양을 닮고 싶어

붉게 변하네

 

   [ 엄니의 주름살 ]

 

갈수록

얼아가 되어가는

엄니의 골 깊은 얼굴에는

 

아품과 고통이

미움과 사랑이

덕지 덕지 엉켜있다

 

늙은 아들은 마주 앉아서

엄니의 주름살에 붙어있는

세월의 딱지를

 

핀셋으로 꺼내서

방안에 늘어 놓는다

 

따스한 봄볕 때문일까....

 

아품과 고통의 딱지가

미움의 딱지가 햇볕에 녹고있다 

 

[ 농 다 리(籠橋) ] - 생석기행(生石紀行)

 

검붉은 지네 한마리

세금천(洗錦川)을 가로 질러

잠들어 있네

 

밟으면 꿈뜰거리는데

천년(千年)의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르네

 

세금천(洗錦川)  맑은물에

씻겨셔일까

세월(世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는데

 

검붉은 비늘 위로

눈이 쌓이는

농암모설(籠巖暮雪)  풍광은

상산(常山)의 으뜸일세 

 

   [ 십 일 조 ]

 

내 것인 줄 알았네

내 힘인 줄 알았네

 

내가 땀을 흘렸기에

내가 노력 하였기에

 

내 돈인줄 알았네

내 것인줄 알았네

 

내가 받은 월급 중

"십에 일"을 떼어내서

 

내 돈으로 드렸네

생색내며  드렸네

 

아까운 생각과

인색함이 겹처서

 

기쁨은 사라지고

책임감만 남았네 

 

 " 네 것은 내것인데 생색은 왜 내느냐

  계산하고 주려거던 무당에게 주려무나

  마음없는 재물일랑 우상에게 주려무나 "

 

당신의 음성에

무릎을 꿇었네

 

당신께 받은 은총

당신께 드리네

 

기쁨으로 드리네

감사하며 드리네 

 

하늘문이 열리고

은혜가 쏟아지네

 

받은 평강 누리면서

복된 소식 전하네 

 

[ 대 춘 부(待春賦) ]

 

눈이 내린다

흩날리는 눈 따라

그리움이 쌓인다

 

뼈 속까지 스민

그리움이 얼어붙어

살어름이 된 시내가

 

어름장을 덮고서

잠이 든 기다림을 안고서

시내물이 흐른다

 

   [ 세  상 ]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말들 하지만

하는 것과 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네

 

하다보면 되어지는 세상 일 아니냐 며

바라 보지않고서 달려가는 사람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큰 소리 치면서 

보지않고 달려가다 넘어지더니 

 

바라보며 일을 해야 이룰 수가 있는 것을

일어서도 보지않고 포기를 하네

 

바라보지 않고서는 이룰 수가 없는 것을

바라보며 일을 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을

 

바라도 보지않고 달리는 사람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부추기면서

세상이 끊임없이 달아오르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말들 하면서

바라보지않고서  달아오르네

 

   [ 허 물 ]

 

허물때문에 괴로워 말게나

허물은 벗는 것

벗겨지는 것

벗고나면 그 자리에 새 살이 돋는데

허물도 벗지않고 자책하지 말게나

아직도 할 일 많은 세상이다네

아직은 아름다운 세상이다네

허물을 벗지않고 자책함이 허물이니

허물때문에

허물때문에 괴로워 말게나

 

   [ 양(羊) ]

 

눈이 나빠 먼 곳은 볼질 못하네

보이는 것만 믿는 고집 때문에

찌든 때 묻어도 더러운 줄 모르네

 

유혹에 흔들려서 한눈을 팔다가 

" 한번 쯤은  괜찮곘지 "

속삭임에 이끌려

세상락(世上樂)누리다 발목이 잡혔네

차지않는 욕망(慾望)의 포로 되었네

 

나락으로 떨어져 돌이키고 싶었지만

수치심 때문에 돌이키질 못했네

자존심 때문에 돌아설 수 없었네 

 

피곤하고 지쳐서 넘어지길 수십번

무작정 걸었네

방향없이 걸었네

 

추위와 배고품에 떨고 있던 어느날

귀울림의 소리려니 의심했었네

날 부르는 이

없으려니 믿고 있었네

 

" 내니 두려워말라 "  

찾아온 당신

눈물이 쏟아졌네

울고 말았네

당신 품에 안겨 울고 말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