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시 련(試鍊) ] - 1995년 8월 21일 -

高 山 芝 2013. 10. 22. 15:04

연일 찜통같은 무더위. 견디어내기 힘든 날씨다.

고쿠분지(國分寺)의 주유소 현장의 작업이다.

늦게 출발했어도 될 것을 일찍 서두른 덕분에 30분이나 기다렸다.

주유소 사장과 아사히(旭)건설 전무와 함께 하는 일.

철근에 작업복이 걸러 찢어진 줄도 모르고 일을 하였다.

아사히(旭)건설 전무는아버지와는 별도로 독립체산제로 일을 하고 있다.

농담으로 한 말이려니 하고 웃어넘기었지만 한국인과 조선인을 구분짓는 그의

의식이 불쾌했다. 자기는 베트남인과 조선인을 데리고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은근히

자기의 우월성을 내보이는 속내가 거슬렸다.

안도사장이 하치오지에 있는 스나쿠 "사랑해"에 다나는 아가씨와 외박을 했다

어제 무사시가 데리고 온 아가씨로 안도사장이 자기를 잡아먹을려한다는 말이

사실이 된 셈이다. 

"안도사장 안돼요 직원들 봉급은 제 때주지 못하면서 기집질은 하고 나녀요"라는

도지마상의 비양거림이 나를 더욱 슬프게 했다.

사모가 가출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을 피우는 그의 도덕성이 메시껍다.

결이는 오늘 개학이고 아라는 내일 개학한다. "가정 그 선한 싸움의 현장"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우리 큰딸. 막내 요한이에게 "요즘 왜 편지가 뜸하니?" 했더니

"이사해 우체통이 멀어진 것"이 이유란다.

"얼마나 멀어졌느냐"는 나의 물음에 "걸어서 10정도"라고 대답하는 요한이.

"그래 아빠에 대한 우리 막내의 사랑이 걸어서 10분도 채 못되는구나" 했더니

황급하게 "알았어. 알았어"하는 요한이때문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