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수필 - 앙코르왓 여행기

앙코르 왓 - 제1회랑 * 랑카전투

高 山 芝 2013. 12. 6. 13:31

상세내용
랑까(Laṇkā) 전투(The battle of Laṇkā)

1. 배경

랑까 전투는 인도를 대표하는 유명한 서사시 『라마야나(Rāmāyaṇa)』의 핵심사건으로서, 주인공 라마(Rāma) 진영과 락샤사(Rākṣasa, 아수라보다 더 낮은 위치에 있는 악마)들의 왕인 라와나(Rāvaṇa) 진영 간의 치열한 싸움을 말한다.

10개의 머리를 가진 라와나는 오랜 고행 끝에 창조의 신 브라흐마(Brahmā)로부터 모든 신이나 악마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그는 점점 사악해지고 교만해져서 신들과 인간을 괴롭힌다. 이에 고통 받던 신들의 부탁으로 유지의 신 위슈누(Viṣṇu)는 인간으로 태어나 라와나를 죽이기로 한다. 애초에 라와나는 그가 하찮게 여긴 인간과 원숭이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은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 아름답고 평화로운 꼬살라(Kosala) 왕국의 훌륭한 왕, 다샤라타(Daśaratha)는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아들이 없었다. 그는 마사제(馬祀祭)인 아슈와메다(aśvamedha)를 통해 아들을 기원한 끝에 위슈누의 힘으로 세 명의 왕비 사이에서 라마, 바라따(Bharata), 락슈마나(Lakṣmaṇa), 사뜨루그나(Satrughna) 왕자를 얻는다. 왕비들이 마신 물을 통해 비쉬누는 네 명의 왕자로 분리되어 태어나지만, 그 물의 절반 이상을 마신 이는 바로 라마의 어머니였다.

왕이 될 예정이었던 라마는 자신의 아들이 왕위를 계승받길 바라는 바라따의 어머니 까이께이(Kaikeyi)의 음모에 때문에 14년간 단다까(Daṇḍaka)숲을 떠돌며 생활하기로 약속하고, 평소 그를 가장 잘 따르던 동생 락슈마나와 아내 시따(Sītā)와 함께 왕국을 떠난다. 시따는 위데하(Videha)의 왕이며 현자인 자나까(Janaka)의 딸이자, 우유바다를 휘저을 때 창조된 위슈누의 부인 락슈미(Lakṣmī)의 화신이다. 성자 위슈와미뜨라(Viśvāmitra)에게 신들의 주문인 아스뜨라(astra)를 배운 라마는 위슈누의 활과 번개의 신 인드라(Indra)의 화살통 2개, 갑옷과 창을 가지고, 숲 속에서의 여정 동안 수많은 락샤사들을 물리친다.

그러던 어느 날 숲을 배회하던 라와나의 여동생 수르빠나카(Sūrpanakha)가 라마에게 반하여 청혼을 하지만, 시따를 사랑하며 다르마(Dharma, 법도)에 충실한 라마는 이를 거절한다. 무례하고 집요한 구애를 하다 쫓겨난 수르빠나카는 복수를 결심하고 오빠인 라와나에게 시따를 유혹하라고 말한다. 라와나는 결국 시따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그의 왕국인 남쪽의 섬, 랑까로 시따를 납치해 가는 데 성공한다. 그때부터 시따를 되찾기 위한 라마의 노력이 시작된다.

2. 내용

랑까 전투에서 라마의 편으로 활약한 대표적인 인물에는 라마, 락슈마나 외에도 원숭이(Vānara) 왕국의 왕 수그리와(Sugrīva)와, 부하 하누만(Hanumān)이 있다.

수그리와는 형 왈리(Vāli)와의 오해 때문에 왕국에서 쫓겨나 숨어사는 신세였으나, 라마가 왈리를 죽이고 그에게 왕위를 얻게 해준다. 이 은혜로 원숭이 부대가 라마에 합류하게 되며 수그리와 역시 전투에서 사력을 다해서 싸운다.

하누만은 바람의 신 와유(Vāyu)의 아들로, 브라흐마로부터 어떤 무기로도 살해될 수 없다는 축복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라마야나』에서 용기와, 지혜, 언변, 무예가 뛰어난 것으로 묘사되며 랑까 전투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라마 일행은 랑까로 가기 위하여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세우는데, 이것은 인도대륙과 스리랑카 사이에 있는 암초지대, ‘라마세뚜(rāmasetu, ‘라마의 다리’ 라는 뜻)’라고 전해진다. 랑카에 도착한 라마는 라와나의 용맹한 부하들과 인드라의 주문인 인드라스뜨라(Indrāstra)에 능한 라와나의 아들 인드라지뜨(Indrajit)에 이어 라와나의 형제들까지 모두 쳐부순다. 격렬한 전투에서 심한 부상을 입어 의식을 잃기도 하지만 하누만이, 산의 왕이며 히말라야의 신인 히마완(Himavan)의 꼭대기까지 날아가 약초를 뽑아와 라마와 락슈마나를 되살린다. 그들이 다시 정신을 잃었을 때, 하누만은 산봉우리를 통째로 뽑아오는 괴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전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라마와 라와나의 싸움이다. 8마리의 말이 이끌고 모든 종류의 무기로 가득 찬 전차 뿌슈빠까(puṣpaka)를 탄 라와나는 락샤사들의 아스뜨라를 쓰면서 라마를 공격한다. 라마 역시 인드라가 보내준 전차를 타고 신들의 아스뜨라로 라와나를 대적한다. 라마는 활과 창으로 라와나의 손발을 꿰뚫고 10개의 머리를 잘랐지만, 그는 죽지 않고 머리는 재생된다. 마지막으로 라마는 브라흐마의 주문인 브라흐마스뜨라(Brahmāstra)를 이용해 불패의 비밀이 간직되어 있는 라와나의 가슴에 화살을 쏘았고, 라와나는 마차에서 떨어지면서 최후를 맞이한다.

3. 의의

랑까 전투는 라마가 부인 시따를 구출해내기 위해 벌인 전쟁이지만 결국 라와나를 죽이기 위해 신들이 벌인 전쟁이기도 하다. 그리고 위슈누의 화신이자 전쟁의 영웅인 라마는『라마야나』에서 용모, 인품, 무예, 지혜 등 모든 면에서 눈부시게 뛰어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약속한 14년을 모두 보내고 결국 꼬살라 왕국으로 돌아가 훌륭한 왕이 되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수리야와르만(Sūryavarman) 2세는 왕이 곧 신과 동일하며, 완전무결한 존재라는 사실을 나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신과 동일한 왕은 무사계급일지라도 브라만 계급보다 우위에 있으며, 왕권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는 수리야와르만 2세의 통치이념에도 부합한다. 동시에 왕은 이러한 라마를 통해 어떤 적에 맞선다 하더라도, 타고난 능력과 신들의 축복으로 승리할 수 있는 강자로 그려질 수 있었을 것이다.

※ 참고문헌
『라마야나』, 주해신, 민족사, 1993
『Ramayana』, C. Rajagopalachari, Bharatiya Vidya Bhavan, 1990
『앙코르, 장엄한 크메르 문명』, 마릴리아 알바네스, 생각의 나무, 2003

u

[네이버 지식백과] 앙코르와트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앙코르와트),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