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지
시 인

민들레 꽃씨 하나 

홀연히 날아와 

겨우내 밭이랑에

뿌리 내리네.

 

아른대는 아지랑이

 연한 순 돋더니 

꽃샘 시샘 땅에 누운

안질방이 잎사귀 

꽃 대궁 하늘로

올려 세우네.

 

총포 위 꽃눈 따라 

혀꽃 통꽃 어우러져

햇귀에 피어나서

햇덧에 잠이 드는 볕뉘 받아

함초롬히 하얀 꽃차례 

꽃을 보낸 그 자리 

그리움 솟아나네.

 

그리움과 허전함이 

부풀리고 부풀려져

해무리 달무리 

관모(冠帽) 쓴 포공구덕(蒲公九德).

민들레 꽃씨 되어 

바람결에 날아가네.

 

* 안질방이 - 민들레의 다른 이름.

* 꽃대궁 - 꽃대.

* 총포 - 꽃대의 끝에서 꽃의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

* 혀꽃 - 꽃잎이 합쳐져서 1개의 꽃잎처럼 된 꽃.

* 통꽃 - 잎 전체가 서로 붙어 있거나 밑동 부분이 서로 붙어 있는 꽃.

* 햇귀 - 해돋이 때 처음으로 비치는 빛.

* 햇덧 - 해가 지는 짧은 동안.

* 볕뉘 -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 함초롬히 - 젖거나 서려 있는 모습이 가지런하고 차분한 모양.

* 꽃차례 - 꽃대에 다린 꽃의 배열.

* 관모 - 벼슬아치들이 쓰는 모자.

* 포공구덕 - 우리가 배워야 할 민들레의 아홉가지 덕목.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들의 딸들에게 미혹돼 함께 살아가자 하나님의 신(神)이 아들에게서 떠나게 된다. 하나님의 영(靈)이 떠난 사람의 생각과 계획은 항상 악해 그들이 범한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게 됐다.

땅위에 사람 지음을 한탄한 하나님은 악한 세상을 홍수로 멸망시키기로 작정한다. 의로운 사람 노아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120년 동안 건조한 방주. 하나님은 노아의 식구 8명과 암수 동물 한 쌍씩을 방주에 들어가게 한 뒤 40일 동안 세상에 밤낮 없이 비를 내렸다. 땅에 발이 붙어있는 민들레는 두려움에 떨면서 야속한 하늘만 바라봤다. 넘실대는 흙탕물이 허리까지 차오르자 겁에 질린 민들레가 “하나님 보잘 것 없는 저를 구원하소서, 살려주소서” 눈물을 흘리며 간구하는 동안 머리가 하얗게 새버렸다. 그때 창일하는 물결 따라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꽃을 버리고 뿌리를 떠나가라. 여벌의 옷은 물론 전대도 갖지 말고 지시할 땅으로 떠나가라.” 바람이 불어와 민들레 꽃씨를 날려 보냈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진 아랏산 중턱 양지 바른 곳에 민들레 노란꽃이 피어났다. 구원해준 은혜에 감사해 아침에는 활짝 피었다가 해가 지면 꽃잎을 접는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민들레의 한방명은 포공영(蒲公英)이다. 9가지 덕(德)이 있다 하여 서당 주위에 심어놓고 민들레의 덕을 가르치던 훈장을 포공으로 부른 연유도 이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도 견디며[인(忍)의 덕], 말라버린 뿌리도 땅에 심고 기다리면 싹이 돋는 모습에서[강(剛)의 덕], 우리는 역경을 이겨내는 강인함을 배우고, 돋아나는 잎 수대로 꽃대가 올라오며 한 꽃대 피고 져야 다음 꽃대의 꽃이 피는 순서를 지키면서[예(禮)의 덕], 어린 잎은 나물로 무치고 뿌리는 김치를 담그고 꽃은 술이나 차로 쓰이는 쓰임에서[용(用)의 덕], 예와 용의 덕을 깨우친다. 찾아온 벌과 나비에게 꿀을 줘 보내는 정[정(情)의 덕]과 잎이나 줄기에 상처가 나면 하얀 빛의 젖이 나와 상처를 감싸는 자[자(慈)의 덕] 또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다. 민들레를 끓인 물에 머리를 감으면 흰머리가 검게 돼 늙은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고[효(孝)의 덕], 종기에 민들레의 즙을 바르면 새살이 돋아나며 달여 복용하면 열이 내리는 치유의 효과[인(仁)의 덕]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번식하는 모험[용(勇)의덕] 등 9가지 덕을 포공구덕이라 하여 칭송한다.

 

금강일보 2014년 4월17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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