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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어둠을 깨뜨리는 소리 있었네
남의 꿈에 끼어들어 잠이 들지 말라는
어둠을 깨뜨리는 소리 있었네
웅크리고 누워서 발버둥 치자
남이 꾸는 꿈은 내 것이 아니라네
깨어지지 않는 꿈, 꿈이 아니라기에
혼신의 힘을 모아 껍질을 쪼았네
굳어진 껍데기가 너무 딱딱해
쪼아대는 부리에 피멍 들었네
희미한 소리, 당신의 소리가
금이 간 껍질 따라 빛과 함께 들리네
껍질을 제치고 머리를 내밀자
당신은 날개 아래 나를 품었네
품고서 입 맞추며 속삭이는 소리
피투성이라도 살아라
피투성이라도 살아라
살아서 꿈을 꾸며 스스로 꿈을 깨는
빛이 되어 살아라
자유인(自由人)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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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생(生)자는 흙(토·土)에서 풀이나 나무의 움이 트는 모양(싹틀 철·屮)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이고, 받들 명(命)자는 일을 시키기 위해 사람을 모아놓고(삼합 집·亼) 분부하면(입 구·口) 무릎 꿇고 받든다(병부 절·卩)라는 의미의 회의문자다.
절대자의 명령에 의해 주어진 천하보다 귀한 가치가 내재된 생명이기에 이 아침 나는 감히 ‘생(生)은 명(命)이다’라고 외칠 수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 태초부터, 그 분의 의지에 의해 우주를 떠돌며 체험한 흔적들이 연대기적 시간의 형태로 녹아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진실을 깨닫는 순간 전율했고, 내 의지가 아닌 “살아있으라”는 절대자의 명령에 의해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성경은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로 구분하고 있다. 크로노스는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 연대기적 시간이다. 이러한 시간을 타임(Time)이라고 한다. 크로노스는 준비하고 투자하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다가 때가 이르면 모든 사물은 명(命)을 받는다. 전략적 시간이 임한 것이다.
타이밍(Timing)이라고도 말하는 시의적절한 시간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카이로스다. 어미닭이 부화를 위해 알을 품고 있다. 3주 동안 알(란·卵) 속에서 당신의 형상을 닮아가기 시작하는 생명체. 알은 또 하나의 세계다. 빛이 없는 흑암의 세계다. 자유함이 없는 닫힌 세계다.
연한 부리로 껍질을 쪼아보지만 알은 깨지지 않았다. 역부족인 줄도 모르고 두드리는 자유를 향한 끊임없는 외침에 화답을 하는 어미닭. 줄탁동기(啐啄同機), 시의적절한 하나님의 때가 이르자 부리로 알을 쪼아준다. 눈부시게 밀려드는 빛. 깨진 껍질을 딛고 빛 가운데로 나오는 나를 당신은 커다란 날개로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