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네 피고 지네
영원토록 피고 지네
피고 지는 것만 바라보면
인생의 덧없음 노래할 법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궁한 파동소리
영원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네
햇귀 따라 태어나서 햇덧에 지지마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삶으로 실천하네
다섯 갈래 갈라진 늘 푸른 잎사귀와
아름답게 어우러진 다섯 장의 꽃잎파리
수(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천지조화 상징하는 오행(五行)이 담겨있네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무궁한 순환 속에
어둠을 모르는 순결한 마음과
잠들 수 없는 경이롬, 꽃으로 피어나네
피고 지네 피고 지네
영원토록 피고 지네
피고 지는 것만 바라보면
인생의 덧없음 노래할 법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궁한 파동소리
영원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네




   
       고산지 시인
‘새벽 해가 주렴을 비추면서 돌아 오르니 / 흐르는 빛에 곱고 밝은 모습 드러나네 / 인생의 젊음이 쉽게 가고 마는 것이 / 이 꽃의 영화와 다를 바가 없구나’라고 노래한 송나라 시인 구양수(歐陽修)는 새벽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서 오므라들기 시작해 해가 질 무렵에는 땅에 떨어지는 무궁화의 삶을 통해 인생의 세속적인 행복과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상기시킨다.
 
‘피고 지는’ 지엽적인 행위만을 놓고 본다면 구양수의 성찰은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그는 ‘피고 지는’ 끊임없는 순환 속에 담겨있는 무궁화의 영원한 생명력을 보지 못했다. 생명의 영속(永續)은 대를 이어가는 행위를 통해 이뤄지고,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망각해선 안 된다.

원줄기에서부터 한 마디에 세 개의 가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무궁화의 속성에는 천지인(天地人)을 뜻하는 삼재(三才)가 있고, 다섯 장의 꽃잎은 천지조화의 오행을 상징한다. 우주와 인간 세계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이면서 그 변화의 동인(動因)으로 작용하는 천지인의 삼재와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 다섯 가지 원소의 상관관계를 통해 현상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오행설(五行說)은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가 담고 있는 태극사상의 요체다.

중국의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은 ‘군자국(君子國)에는 훈화초(薰花草)가 있는데 훈화초는 무궁화다. 훈화초의 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든다. 이 나라의 지방(地方)이 천리이고 훈화초가 무성하다’라고 우리나라를 소개한다. 이 글은 무궁화에 대한 가장 오래된 전거(典據)다. 본래 무궁화는 꽃피는 기간이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100여 일 동안 길고, 낱개의 꽃은 이른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기 때문에 날마다 신선함을 느끼게 하며, 며칠이 지나면 먼저 핀 꽃은 떨어지고 새로운 꽃이 뒤를 이어 피어난다.
 
아름다움을 겉으로 발산하지 않고, 안으로 함초롬히 머금고 있어 가히 군자의 꽃임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격조 높은 품위를 지닌 꽃이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다. 피고 지는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을 다음 세대에게 맡기는 영속의 진리를 무궁화를 바라보면서 묵상해 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