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애초부터 공평한 게 아닌 것을
공평하단 속삭임에 귀가 멀어 따라갔네

절로 흘러가는 물길, 둑이 있고 담이 있어
둑 때문에 담 때문에 흐를 수 없다면서

굽이굽이 도는 길은 생각지 않고서
짜증내며 불평하는 목소리만 키웠네

모일수록 부풀려져 가벼워진 언어로는
목마름과 허전함을 해결할 수 없었네

가질수록 갖고 싶은 허기진 욕망을
멈출 수 없었네, 채울 수가 없었네

세상은 애초부터 공평한 게 아닌 것을
사람들은 잊고 있네, 세상이 잊고 있네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과 즐거움,
나눌수록 작아지는 슬픔과 고통을
너와 나 우리 되어 누리면서 사는 법
세상은 잊고 있네 사람들이 잊고 있네

부대끼며 어우러져 견디면서 사는 법을
들어주고 배려하며 사랑하며 사는 법을


   

       < 고산지 시인 >

분배와 교환은 전혀 다른 경제활동이다. 분배란 개인 또는 집단이 총생산량 중에서 얼마만큼의 비율을 받게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다시 말해 생산과정에 제공된 개인이나 집단의 노동력에 대한 대가, 또는 생산의 다른 요소들에 대한 통제 때문에 개인이나 집단에 생산물이 돌아가는 배당이나 보수체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교환은 분배에 의해 개인에게 배당된 몫을 개인이 소비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자와 용역의 순환을 뜻한다. 분배에는 공정한 룰이 작동되는 과정에 의한 공평한 결과가 필수적이지만 교환은 공정한 룰이 만들어가는 경쟁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평과 공정을 혼동해 사용하고 있다. 공평은 결과의 평등에 의미를 두지만 공정은 과정의 평등에 방점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정한 룰이 존재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기회의 평등을 이룰 수 있는 건강한 사회란 공정한 룰이 만들어 내는 사회다. 동기부여가 사라진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다. 경쟁이 무서워 수월성 교육을 포기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중·고교를 추첨에 의해 결정하는 공평(?)한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실력보다는 운이 미래를 결정하는 불확실성이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분배다. 분배가 복지라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복지정책에 공평의 잣대를 들이대는 정치인들은 도덕을 법으로 포장한 기상천외한 법을 양산해 내고 있다. 앞으로는 정치인들이 공평한 법이 아닌 공정한 법을 입안해 줬으면 한다. 자유경쟁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자율의 멍석을 깔아줬으면 한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어렵다는 말이 있다. 동기부여, 인센티브야말로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복지는 분배가 아닌 나눔을 통해 만들어가는 양선(良善)임을 잊어선 안 된다. 종교가 감당해야 할 영역까지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는 완고한 프레임을 깨뜨리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복지 영역이 확장될 수 있도록 종교단체에 동기부여를, 기업에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토양을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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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  제 목 -  Ko San Gi - Interro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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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 2일 금강일보 2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