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작품 ]

무궁화1. 2. 3. 5, 맨드라미 - 서울문학인 2016 봄호 발표 시 5편

高 山 芝 2016. 5. 16. 06:03

 서울문학인 2016 봄호 발표 시 5편 


   [1] 무 궁 화(無窮花) * 1

 

한여름 뙤약볕에

얼굴을 드러내며

백일(百日)동안 피고지는

겨레의 꽃, 무궁화(無窮花)

 

뜨는 해 기원(祈願)하며

꼭두새벽 피어나서

하루 뿐인 영화(榮華)를

스스로 누리네

 

햇덧에 잠이 드는

짧디 짧은 삶 속에는

천년(千年)이 하루 같은

무궁(無窮)함이 배어 있네

 

날마다 죽는 몸

서러울 법(法) 하건만

날마다 새로워지는 꿈

반만년(半萬年)을 이어왔네

 

해돋는 근역(槿域)땅에

아름다운 목근화(木槿花)

붉고 하얀 꽃술 속에

민족(民族) 얼이 살아있네

 

 

   [2] 무 궁 화(無窮花) * 2

 

새벽이슬로 낯을 씻고

햇귀의 붉은 기운 들이키니

 

빛나는 청정(淸淨)함은

고운 아침(朝鮮) 빛이 되네

 

뜨는 해 바라보며

얼굴을 드러내고

 

내일(來日)은 내 것이 아니라며

 

최선(最善)을 다하네

오늘을 불 사르네

 

새로운 꽃들에게

내일(來日)을 맡기니

 

날마다 새로워지는 변화(變化) 속

영생(永生)이 있네, 진리(眞理)가 있네.

 

‘아침에 득도(得道)하면 저녁에 죽어 여한(餘恨)없다‘

 

군자(君子)의 깨달음

꽃이 되어 피어났네

 

삼동(三冬)에 꽃피우란

황제(皇帝)의 명(命) 거역한

 

훈화초(薰華草) 굳은 기개(氣槪)

목근화(木槿花)가 되었네

 

군자국(君子國)에 만발하는

무궁화(無窮花) 되었네

 

 

   [3] 무 궁 화(無窮花) * 3

 

속취(俗臭)와 요사(妖邪).

망집(妄執)과 오만(傲慢)에 사로잡혀

흐드러진 자태(姿態) 자랑하던

화사한 벚꽃과 요염한 장미(薔薇)

화려한 꽃잎 흩날리자

미련만 남아 난분분(亂粉粉)하네

 

삼동(三冬)을 견뎌낸 순화(舜華)

봄바람 살랑거려도

흔들리지 않더니

한여름 뙤약볕에 기개(氣槪)를 드러내며

자미수(紫薇樹) 벗 삼아

환한 얼굴 드러내네

 

그믐과 초승을 볼 수는 없지만

잠들기 전(前) 단정하게

오무린 꽃송이들,

세상의 모든 업(業)

가슴에 묻어두고

꼭지가 빠지자 흙으로 돌아가네

 

천년(千年)을 산다는 소나무

마침내 이그러지고

스스로 영화(榮華)를 이룬다는

하루뿐인 목근화(木槿花)

날마다 새로워지니

그 끝이 무궁(無窮)하네

 

 

   [5] 무 궁 화(無窮花) * 5

 

피고 지네 피고 지네

영원토록 피고 지네

 

피고 지는 것만 바라보면

인생의 덧없음 노래할 법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궁한 파동소리

 

영원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네

 

햇귀 따라 태어나서 햇덧에 지지마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삶으로 실천하네

 

다섯 갈래 갈라진 늘 푸른 잎사귀와

아름답게 어우러진 다섯 장의 꽃잎파리

 

수(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천지조화 상징하는 오행(五行)이 담겨있네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무궁한 순환 속에

어둠을 모르는 순결한 마음과

 

잠들 수 없는 경이롬, 꽃으로 피어나네

 

피고 지네 피고 지네

영원토록 피고 지네

 

피고 지는 것만 바라보면

인생의 덧없음 노래할 법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궁한 파동소리

 

영원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네

 

 

   [6] 맨드라미

 

진리를 외치고자

새벽닭이 울었네

 

나라를 넘보던

지네와의 투쟁

 

찢긴 벼슬

선혈이 낭자했네

 

피 먹은 땅

해방의 함성

한송이 꽃이되어

장독대에 피었네

 

진리를 맨드는 꽃

마음에 합당해서

 

꽃술과 꽃술이

주름으로 연합

 

자주색 벼슬을

곧추세웠네

 

아직도 넘보는

지네 있다며

 

경종을 울리는

추상같은 기개(氣槪)

 

삼복 더위와

초겨울 무서리

 

계관화(鷄冠花) 붉은 열정

꺽을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