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송백정편(松百井篇)
송백정(松百井)
배롱나무 군락지인 송백정(松百井)은
내 유년의 원천(源泉)이자
상상력(想像力)의 근원지(根源地)이다.
송백정(松百井)이라고도 하고
송백정(松柏亭)이라고도 불리었다
흐드러진 백일홍 꽃이파리
흩날리는 송백정(松百井) 연못 위에
내 유년(幼年)의 편린(片鱗)이 헤엄치고 있다
* 송백정(松百井) * 배롱나무 군락지
여기 배롱나무 군락지는 항일독립운동가이며 제2대, 제5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고영완씨가 1934년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50평 남짓한 작은 연못을 크게 확장하면서 주변에 당시의 희귀목인 배롱나무를 심어 전국 제일의 경관을 이루고 있으며 군민의 자랑 속에보호되고 있다. 섬 가운데 서 있는 소나무와 동백나무는 고영완씨의 고조부 언주(彦柱)씨가 180년 전 연못을 만들어서 심은 것으로 배롱나무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연못을 이루고 있으며 옛 정원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다.
1986년 5월 장흥군
* 記 - 고영완 옹은 1914년 2월 11일 태어났다. 송백정의 확장은 고영완의 부친 고동석(高 東錫) 옹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송백정(松百井) * 1
바람이 불자
나그네 가슴
흔들리네
구불구불
매끄러운 손 길
뿌리치고
방죽에
떨어지는
백일홍 꽃이파리
조각달
거룻배 삼아
하늘 여행 떠나네
송백정(松百井) * 2
송백정(松百井) 가운데
송백정(松柏亭)이 있었네
풍파(風波)를 견디고
기둥만 남았네
우람한 적송(赤松)은
하늘을 가리는데
동백(冬柏)나무 가지
산비둘기 쉬어가는
석달 열흘 꽃이 피는
송백정(松百井). 송백정(松柏亭)에
백일홍 꽃이 지면
올벼가 익는다네
송백정(松百井) * 3
오뉴월 무더위에
속살을 드러내고
간지럼 태우자
웃음을 터뜨리네
꾸불꾸불 뒤틀림엔
부끄럼이 묻어나
차마 바라볼 수 없는 임
물을 통해 바라보네
* 간지럼나무 - 백일홍나무 또는 배롱나무라고도 했지만 우리들은 간지럼나무라 불렀다.
송백정(松百井) * 4
바람기 참지 못한
건들거린 산들바람
겉옷을 벗기고
속살을 만지네
수줍은 배롱나무
하얀 가지 뒤틀며
간지럼 참지 못해
간당간당 간당간당
백일홍 꽃송이
누워 조을던 햇살이
경끼를 일으키며
방죽에 떨어지네
송백정(松百井) * 5
백일홍(百日紅) 꽃잎파리
버물러진 송백정(松百井)
하얀 나비 붉은 나비
너풀너풀 춤을 추네
유치 찬란한
꽃들의 향연(饗宴)에
방죽의 수초들
넋을 잃고 말았네
모듬지에 걸린 하늘
물풀 사이 끼어들자
일렁이는 수면
온갖 색깔 일어나
햇살따라 둥실둥실
춤을 추기 시작하네
송백정(松百井) * 6
송백정(松栢井) 작은 섬에
소나무가 독야청청(獨也靑靑)
엄동설한(嚴冬雪寒) 삭풍(朔風)에도
거칠 것이 없다네
민감한 기상(氣象)은
불의(不義)를 참지 못해
적송(赤松)의 붉은 기개(氣槪)
하늘을 찌른다네
송백정(松百井) 방죽가
백일홍(百日紅)이 독야홍홍(獨也紅紅)
자미수(紫薇樹) 붉은 마음
태양보다 뜨겁다네
미끄러워 오를 수 없는
겉과 속이 같은 나무
자잘한 꽃들이
무리되어 꿈을 꾸네
송백정(松栢井) 작은 섬
독야청청(獨也靑靑) 적송기개(赤松氣槪)
송백정(松百井) 방죽가
독야홍홍(獨也紅紅) 만당홍화(滿堂紅花)
* 청(靑) 홍(紅)을 상징하는 나무 - 태극(太極)은 그 색(色)이 청(靑)과 홍(洪)으로 이뤄져 있는데, 청홍(靑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물(植物)이 소나무와 배롱나무이다. 소나무는 청(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물로 겨울에 독야청청(獨也靑靑)하며, 배롱나무는 홍(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물로 여름에 독야홍홍(獨也紅紅)한다. 청에 소나무, 홍에 배롱나무를 비유할 정도로 배롱나무의 기품이 소나무에 버금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 식물(植物)의 품격(品格) - 다른 꽃이 별로 없는 한여름에 붉은 꽃을 피우는 특성 탓인지
식물의 품격을 1품에서 9품으로 나누고 있는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배롱나무(자미화.紫薇花)를 매화, 소나무와 함께 1품(品)으로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은 등재하였다.
송백정(松百井) * 7
울퉁불퉁
매끈한 가지
붉은 꽃술 하얀 꽃술
어우러져 피어 있네
타고난 자태
원래 부귀한데
해 주변(紫薇省)에 심어 주길
어찌 아니 기다릴까
노옹(老翁)의 속삭임에
얼굴 붉힌 파양수(怕癢樹)
간지럼 타고 있네
부끄럼을 타고 있네
허물을 벗자
맨살 드러낸 수피(樹皮)
놀란 눈길에
붉은 속내 감추네
울퉁불퉁
매끈한 가지
하얀 꽃술 붉은 꽃술
대롱대롱 매달렸네
송백정(松百井) * 8
석달 열흘 꽃이 피고
올벼가 익어 가니
쟁반같이 둥근달이
송백정(松白井)을 찾아왔네
붉은 한과(韓菓) 하얀 한과(韓菓)
방죽에 차려놓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네
산들바람 시새움에
한과(韓菓) 연못 출렁이면
교교한 달빛 따라
자미수(紫薇樹) 춤을 추네
동삿골 맑은 물에
마음을 씻고 보니
무계고택(霧溪古宅) 사랑나무
운우지정(雲雨之情) 한창이네
송백정(松百井) * 9
연초록 푸른 잎
꽃바침 마다 않고
떠난 임 그리움에
백일 동안 피고지네
집착을 벗고 나니
속기(俗氣)마저 사라져간
한여름 땡볕 속에
석달 열흘 꾸는 꿈
두런두런 붉은 송이
꽃망울을 머금고
느릿느릿 쉬엄쉬엄
세상풍파 아랑곳 않네
원추(圓錐) 꽃차례
순서대로 피어나서
붉은 꽃송이
바람에 흩날리자
자미화(紫薇花) 붉은 기운
송백정(松百井)에 가득하네
송백정(松百井) * 10
배롱나무 꽃송이
달빛에 젖어
심숭생숭 꽃잎들이
흩날리며 떨어지네
간지럼 참지 못한
수줍은 꽃그림자
늦바람 난 바람결이
내 마음을 훔치네
송백정(松百井) * 11
억불산(億佛山)에 걸린 달빛
송백정(松百井)을 적시자
붉고 하얀 꽃송이
꿈에서 깨어나네
파양수(怕揚樹) 부끄러워
몸을 비틀고
속내 들킨 건들바람
나그네 가슴
설레이기 시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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