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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산지의 戀子隨筆] 사랑하기 위하여
데스크승인 [ 2면 ] 2017.10.10 금강일보 | admin@ggilbo.com
< 사랑하기 위하여 >
사랑하라 사랑하라 구속했는데
사랑받을 자격 있다 교만 떨었네
가난한 자 아픔을 외면함도 모자라
병든 자 약한 자 무시했었네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사랑하라 사랑하라 사랑하라네
사랑받기 위한 자 세상에 넘치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너무 부족해
사람들은 모두들 사랑받기 원할 뿐
사랑하는 일에는 인색하다네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사랑하라 사랑하고 사랑하려네
두려움 떨치고 길을 떠났네
사랑하기 위하여 길을 떠났네
상처준 당신 미워할 수 없고
고통준 당신 비난할 수 없네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네
도산하기 직전의 두려움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막상 부도를 내고 감옥에 들어간 사람은 발을 뻗고 잠을 편히 잔다. 죗값을 치름으로 얻는 평안이라고 할까?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레버리지(Leverage)는 부채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투자기법이다. 그러다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투자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 ‘빚진 죄인’이란 속담처럼 빚은 우리의 몸과 맘을 구속하는 족쇄와 같기 때문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빚의 덫에 빠진 사람들은 빚이 죄와 같은 의미로도 사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자다. 인간은 모두 원죄(原罪)라는 빚을 지고 태어난 죄인들이다. 그런 인간의 죗값을 대속(代贖)이라는 절차를 통해 자유케 한 사람이 예수다. 그분은 스스로 대속의 제물이 돼 십자가에 매달렸다.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자와 음을 나타내는 팔 매(賣)자가 합쳐진 속죄할 속(贖)자는 빚진 것이나 지은 죄를 씻기 위한 돈·물품·노력 등으로 대신 갚는 행위나 재물 등을 의미한다.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의(義)의 단서라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을 미워한다는 의미의 수오지심은 올바름에서 벗어난 것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수오지심이 안정돼 형성된 덕(德)이 의(義)이다. 올바름에 대한 지향, 올바름 자체를 뜻하는 정의에 벗어나는 일을 용납하지 않는 마음은 부끄러움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적 이익을 추구해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넘보거나,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지위를 남용 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게을리하는 일 등은 부끄러움과 감사(感謝)가 사라진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은혜를 망각하거나 빚을 갚지 않은 사람들이 도리어 목청을 높인다. 시편기자(詩篇記者)는 ‘악인(惡人)은 꾸고 갚지 아니하나 의인(義人)은 은혜를 베풀고 주는도다’라고 노래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복음성가도 있지만 필자는 인간을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로 정의하고 싶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세상에 되돌려주는 사명의 빚이 우리에겐 있다. 그런데도 신세지기 싫어서, 부담주기 싫어서 사랑받기를 거절하는 사람들이 주위엔 의외로 많다. 사랑은 거절하는 것이 아니고 받아서 세상으로 흘려보내는 강물이다. 우리는 단지 사랑의 흐름에 걸림돌이 되지 않고 사랑의 흐름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받은 존재에 불과하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는 성경 말씀처럼 사랑의 빚을 갚는 사람이야말로 율법을 온전히 지키는 사람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니라”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 사랑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어질 때를 소망하며 오늘도 두 손을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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