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수필(戀子隨筆)

[고산지의 戀子隨筆] 염치(廉恥) - 금강일보 승인 2019.04.10 18:31

高 山 芝 2019. 5. 9. 20:25

[고산지의 戀子隨筆] 염치(廉恥) - 금강일보 승인 2019.04.10 18:31

 

지 배부르니 남 배고푼 줄 모르는 윗분들

본인 생각대로 백성 형편 헤아리네

법관(法官)이 법관답지 못하고 선량(善良)이 선량답지 못하니

몰염치(沒廉恥), 파렴치(破廉恥), 후안무치(厚顔無恥) 판을 치네

 

자기를 다스리는 마음으로 백성을 헤아리고

자기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하는데

하늘 이치 거역한 오만한 우에분들

법과 질서 무시하고 바벨탑을 쌓고 있네

 

부모답게, 자녀답게, 사람답게 살다보면

자기가 싫어하는 일 남에게 시키지않네

자기 마음 미루어 이웃을 헤아리고

자기 마음 그대로 이웃을 사랑하네

 

마음을 다스리고 헤아리는 추기급물(推己及物)

염치(廉恥)가 살아나는 배려의 혈구지도(絜矩之道)

미루어 헤아리길 힘써하면 인(仁)이 되네

서로를 존중하고 화평케 하는 사랑이 되네

 

1970년대 말에 미국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액설로드는 자연 선택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죄수의 딜레마를 위한 전략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 게임 이론의 전문가를 토너먼트 게임에 초청했다.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과 만날 때 어떻게 협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규칙을 정한 참가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각각의 최상의 전략으로 상대와 게임을 벌였다. 이 게임의 최후 승자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게임 이론가이자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emma)』라는 책을 저술한 아나톨 라포포트가 만든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 응수하기)’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들은 이 결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이 티포탯 전략이 너무나 단순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의 시작은 협조다. 그 뒤에는 상대방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상대가 협조하면 협조하고, 속이면 똑같은 방법으로 보복을 한다. 그러면서 때때로 용서를 한다. 액설로드는 다음 토너먼트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게임이론가 뿐만 아니라 생물학, 물리학, 사회학 연구자들도 참여시켜 그들에게 이전 게임 승자인 팃포탯 전략을 자세히 설명해 새로운 전략을 짜도록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팃포탯 전략이 또다시 승리했다. 액설로드는 “다른 전문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관용의 미덕을 발휘하지 않은 것이 패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

자공간왈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자왈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

논어(論語)의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자공(子貢-공자의 제자)이 공자에게 질문하였다. ""일언(一言)으로 종신토록 행해야 할 말씀(좌우명)이 있습니까?" 공자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서(恕), 그 한마디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 유교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도 이와 비슷한 가르침이 있다. “윗사람을 섬기면서 싫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며, 아랫사람을 부리면서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의 싫었던 것으로 뒷사람에게 하지 말며, 뒷사람의 싫었던 것으로 앞사람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에게 싫었던 것으로 왼쪽을 사귀지 말며, 왼쪽에게 싫었던 것으로 오른쪽을 사귀지 말라. 이를 혈구지도(絜矩之道)라고 한다.” ‘모날 구(矩)’자는 목수들이 사용하는 기역자 모양의 직각 자(尺), 곱자를 가리킨다. 곱자의 의미는 ‘정확하고 바르다’는 뜻이다. ‘헤아릴 혈(絜)자’와 ‘모날 구(矩)’자가 합쳐진 사자성어 ‘혈구지도(絜矩之道)’는 ‘옳고 바름을 헤아리는 도’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내가 당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대접하지 않는 것은 ‘옳고 바른 일’이라는 의미의 내용은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과 일치할 뿐 아니라 상황까지 특정해 놓은 구체적인 내용을 닮고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은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눅6/31)’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우리는 황금률(黃金律)이라고 부른다. ‘황금률’은 3세기 로마 황제였던 알렉산더 세베루스(Alexander Severus)가 이 말씀을 황금으로 새겨서 왕궁과 주요 공공건물에 벽에 걸어 논 것에서 유래되었다. 세베루스는 이전의 황제들과는 달리 로마제국 영토내의 모든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는 유화정책을 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제국을 건설한 후 헬레니즘 시대를 열었던 알렉산더를 본받으려던 시도였다. 그의 이름이 ‘알렉산더’ 세베루스인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기독교뿐 아니라 유대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들을 모두 인정했다. 기독교가 존중받을 수 있기 위해 다른 종교들을 존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베루스 황제는 특히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하라’는 경귀를 생활과 통치의 지침으로 삼기까지 했다. 그는 아침마다 개인 예배실에서 새벽 예배를 드릴 때마다 이 가르침을 묵상했다. 죄인을 처벌할 때는 재판 서두에 정리를 시켜서 큰 소리로 이 계율을 암송하게 했다. 그러나 세베루스의 황금률은 성경의 가르침을 변형한 것이었다 영국의 프랜시스 쌔커레이(Farncis Thackerary) 목사의 <로마 황제 치하 고대 영국 교회와 정치 상황에 대한 연구>라는 저서에서 세베루스가 남긴 황금으로 새긴 계율이 “남에게 받고 싶지 않은 대접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 (Do not to another what you wish him not to do to you.)"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접받고 싶은대로 대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과 “대접받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대접하지 말라”는 세베루스의 황금률은 내용상 같으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어떤 이들은 ‘긍정적 표현’인 성경의 가르침과 ‘부정적 표현’을 사용한 세베루스의 황금률에 차등화해서 성경의 가르침을 ‘금률’, 세베루스의 황금률을 ‘은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협력하지 않으면, 협조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협력이나 협동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데서 출발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지않는 동물은 별종하고 만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닫고, 자기 말만하는 사회에서 부끄러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는 부끄러움이 회복된다. 부끄러울 치(恥)자는 귀 이(耳)자와 마음 심(心)자가 결합한 글자이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부끄러워서 얼굴이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을 형상화 한 글자가 부끄러울 치(恥)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