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작품 ]

< 때여! 나의 때여 동학의 세상이여!> 4회 -장편서사시 연재- 국보문학 12월호(2021년)

高 山 芝 2021. 12. 3. 13:31

(10)

186110월 경주관아의 명령이 떨어지자

용담을 떠나 11월에 남원에 도착한 최제우는

교룡산성 안의 선국사善國寺 은적암隱寂菴

거처를 정하고 8개월 동안 동학東學의 경전經典을 저술했네

 

주석 : 선국사善國寺의 덕밀암德密庵이라는 암자 이름을 스스로 자취를 감춘다는 뜻으로 은적암隱蹟庵이 라 하였다

 

달빛도 얼어붙은 은적암의 겨울 밤

지리산 노고단의 윤곽이 어렴풋이 보이자

타오르는 시심詩心을 억제할 수 없어

용담龍潭에서 득도한 용천검龍泉劍으로

오만년 무극대도無極大道 칼춤을 추었네

 

무수장삼 떨쳐입고 목검을 들고

드넓고 어두워 아득한 세상에 지금 비록 한 몸이나

부르는 칼의 노래 일월을 희롱하니

이내 신명身命 좋을시고

이내 신명 좋을시고

 

천주님을 모시면 정해진 조화이치로

영원히 잊지않을 만사를 알게 되네

지금 그 능력이 내게 크게 임하니 원하던 천주의 강림이네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 至氣今至 願爲大降

 

시천주侍天主 주문을 흥이 나게 외웠네

 

포덕布德의 결의를 다진 검결劍訣

서학西學을 음으로 동학東學을 양으로 보는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면

주문과 칼춤으로 물리치는 칼춤의 노래였네

 

시호시호 이내시호 부재래지 시호로다

때여 때여 이 나의 때여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때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오만년지 시호로다

만세에 한번 밖에 태어날 수 없는 장부로서 오만년의 때로다

용천검龍泉劍 드는 칼을 아니 쓰고 무엇하리

용천검 잘 드는 칼을 쓰지않으면 무엇하리

무수장삼 떨쳐입고 이칼저칼 넌즛들어

무수장삼[춤출 때 입는 소매 긴 적삼]을 떨쳐입고서 이 칼 저 칼 넌지시 들어

호호망망 넓은천지 일신으로 비껴서서

아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천지에 한 몸으로 비켜서서

칼 노래 한 곡조를 시호시호 불러내니

칼 노래 한 곡조를 때여, 때여 불어대니

용천검 날랜 칼은 일월을 희롱하고

용천검 날랜 칼을 해와 달을 희롱하고

게으른 무수舞袖 장삼長衫 우주에 덮여있네

천천히 움직이는 무수장삼은 우주에 덮혀있네

만고명장 어디있나 장부丈夫 당전當前 무장사라

만고에 명장이 어디 있는가 장부 앞에는 장사가 없네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 신명身命 좋을시고<검결劍訣>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 나의 신명 좋을시고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감회를

온밤이 지나도록 억제하기 힘이 들어

외로이 누어서 뒤척거리다

중견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경계의 글인 도수사道修詞를 지었네

 

18621월에는

권학가勸學歌와 논학문論學文을 저술했네

 

외세의 침략 위기로 인한 국가의 쇠운衰運

군자들이 동귀일체同歸一體하여

역사의 주체가 되어야 극복할 수 있다면서

무극대도無極大道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을 권하는 권학가勸學歌

 

서학西學으로 몰려

고향을 등지고 떠도는 자신을

땅이 동서東西로 나뉘었는데

西를 어찌 동이라 하며

을 어찌 서西라 하겠는가

 

에서 태어나 동에서 받았으니

는 천도天道라 하나

은 동학東學이라며

논학문論學文을 통해

동학東學과 서학西學의 다른 점을 밝혔네

 

바람 지나고 비 지난 가지에

바람 비 서리 눈이 오는구나.

 

바람 비 서리 눈 지나간 뒤

한 나무에 꽃이 피면 온 세상이 봄이로다

風過雨過枝 風雨霜雪來 風雨霜雪過去後 一樹花發萬世春, 偶吟.

 

수운水雲은 오는 봄을 이렇게 노래했네

 

18626월 저술한 수덕문修德文을 통해

그는 동학東學과 유도儒道와 대동소이함을 밝혔네.

 

동학의 수행요체인

의 요점을 설명하면서

믿을 신자를

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따지는 신로 해석했네.

 

1862[임술년] 6월 저술한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에서

임술민란을 바라본 수운水雲

풍수지리설과 도참설을 원용하여

진인이 나타나 태평성세가 이루어지고

새 시대 후천 개벽開闢의 도래를 선언했네.

 

태양에서 뻗친 살기가

수운水雲의 왼쪽 허벅지에 닿자

화기火氣로 변해 사람 인자를 그렸네.

 

깜짝 놀라 깨어 보니

허벅지에 보라색 흔적이 남아있네.

 

3일이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았네.

 

죽음을 예견한 수운水雲

은적암을 떠나 경주를 향했네.

 

7월 초순에 경주에 도착한 수운水雲

백사길白士吉과 강원보姜元甫의 집을 거쳐서

박대여의 집에 묵고 있었네.

 

(11)

지배층의 수탈과 삼정문란三政紊亂

동기가 된 임술민란壬戌民亂

단성[02.04]과 진주[02.14], 함양, 장수를 거쳐서

삼남三南으로 번졌네

 

춘궁기에 나눠 주었던 환곡還穀

가을에 원곡가元穀價의 두 배나 붙여

수탈한 폭정의 책임을 지고

영의정 김좌근이 물러났네[1862. 04.19]

 

삼정이정청三政釐整廳 설치[1862.05.26.]되자

8월부터는 민란이 수그러들었네.

 

(12)

18616월 최경상[35]

경주 용담으로 수운을 찾아갔네.

 

한 달에 두세 번씩 수운水雲에게

직접 도를 배운 최경상은

남들은 독공篤工할 적마다

한울님 말씀을 들었다고 하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을

정성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했네.

 

1861년 겨울 개울의 얼음을 깨고

두 시간 씩 매일 밤 목욕했네.

 

살갗이 에이는 추위가 가시고

따뜻해지기 시작했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찬물에 갑자기 들어앉는 것은 몸에 해롭다는 말이

공중에서 들려 얼음 목욕을 중지했네.

 

1862년 임술년 정월부터

밤새도록 등잔불을 켜 두었네.

 

21일 밤이 지났는데도

기름이 줄지를 않았네.

 

반 종지 기름이 그대로였네

 

영덕에 사는 이경중이

한 종지의 기름을 가져와

그날 밤 등잔불에 기름을 부었더니

등잔불의 기름이 줄어들었네.

 

를 수련한지 8개월여 만에

종교적 경험을 하게 된 최경상은

궁금한 점이 많아 수운水雲이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네

 

임술년 3월 초순

좌수座首 백사길白士吉이 최중희崔仲羲를 시켜

수운水雲의 의복과 편지를 가지고

용담에 들어가는 것이 완연하게 보였네.

 

수운水雲의 조카 맹윤孟倫의 집에 찾아갔으나

수운水雲의 근황을 모른다 하네.

 

본읍[경주] 이무중李武中의 집에서도

백사길의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네

 

길을 가면서 묵상하자

박대여朴大汝의 집에 좌정해 계신 것이 완연하네.

 

박대여의 집을 향해 가는데

백사길이 따라오면서 지금 어디 가느냐고 물었네.

 

수운水雲 선생님이 박대여의 집에 계시므로

그 집에 간다고 대답했네.

 

박대여의 집 앞에 이르자

수운水雲의 주문을 염송念誦하시는 소리가 들렸네.

 

기쁨을 이기지 못한 최경상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네.

 

경오警悟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에게 물었는가.”

하며 손을 마주 잡아 주는 수운水雲

 

마음에 자연한 느낌이 있어 온 것입니다

대답한 최경상은

얼음 목욕을 하다 들은 말씀과

21일 동안 등잔 기름이 마르지 않았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수운水雲은 이렇게 말했네.

 

이는 한울의 스스로 그러하게 되는 이치自然之理

그대는 큰 조화를 받았으니

다만 마음으로 기뻐하고 자부하라

 

수운水雲으로부터

포교에 힘쓰라는 명을 받은 최경상은

영해·영덕·상주·흥해·예천·청도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포교 활동을 계속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