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작품 ]

< 때여! 나의 때여 동학의 세상이여!> 5회 -장편서사시 연재- 국보문학 1월호(2022년)

高 山 芝 2022. 1. 3. 11:32

< 때여! 나의 때여! 동학의 세상이여! > -5(20221월호)

                                            - 고 산 지

1부 때여! 때여! 나의 때여!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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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술邪術을 부려 백성들을 현혹시킨다는 이유로

수운水雲이 박대여의 집에서

경주진영慶州鎭營에 의해 체포되자

수백 명의 제자들이 진영으로 몰려들었네.

 

수운水雲의 가르침에는

풍속을 해할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었네.

 

제자들은 석방을 청원하자

민란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를 버리라는 통문通文을 조건으로

경주진영은 6일 만에 수운水雲을 방면했네.

 

포덕布德을 시작한 지 15개월.

10여 개월은 고향을 떠나 몸을 숨긴 수운水雲

경주로 돌아와 포덕布德의 기치를 다시 올렸으나

를 버리라는 통문通文을 제자들에게 발송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의 수는 계속 늘어났네

 

통문通文에 이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도에 대한

입조심을 당부하는 시 한 수를

수운水雲은 제자들에게 가르쳤네.

 

병 속에 선주仙酒가 있으니

백만 사람을 살릴 만하네.

빚어내긴 천 년 전인데

쓸 곳이 있어 간직하였네.

부질없이 한 번 봉한 것 열면

냄새도 흩어지고 맛도 엷어지네.

지금 우리 도를 하는 사람은

입 지키기를 이 병같이 해야 하네

 

주석 : 선주시(仙酒詩)

甁中有仙酒 可活百萬人 釀出千年前 藏之備用處 無然一開封 臭散味亦薄 今我爲道者 守口如此甁

 

(14)

196211월 초 최경상이 용담을 찾아와

매곡[興海 梅山里]의 손봉조孫鳳祚의 집으로

수운水雲을 모셨네

 

수운水雲은 아동들에게

글과 글씨를 가르치면서

동학의 조직의 정비를 하였네.

 

보부상褓負商의 조직을 참고하여

동학교단에 접주接主제도를 도입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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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접주 16명을 임명하고

접주들로 하여금 신도들을 관리하게 했네.

 

같은 접의 도인끼리는 서로 돕는

유무상자有無相資의 전통이 생겼네.

 

1863년 신도수가 3천여 명에

접소接所13개소에 달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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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으로 돌아온 수운水雲

6월경부터 한 번에 30 ~ 40명씩

도인을 모아 개접[開接;집단교화]을 계속했네.

 

723일 수운水雲

돌연 파접罷接 통문을 내고

최경상을 북도중주인北道中主人으로 임명하여

경주 이북 지역을 관할하게 하고

해월海月이라는 호를 최경상에게 내렸네.

 

추석을 앞두고 해월은 용담을 찾았네

 

814일 새벽 해월海月을 불러서

수심정기守心正氣 넉 자를 주면서

오늘부터 도운道運이 그대에게 돌아가고

도법道法이 그대에게 전하여졌으니

이로부터 도의 일을 확장함에

그대가 힘써 나의 마음을

어기지 말라는 수운水雲에게

붓을 잡은 해월은 수명受命두 글자를 썼네.

 

용담의 물이 흘러 사해의 근원이 되고

검악에 사람이 있어 일편단심이로다.”

龍潭水流四海源 劒岳人在一片心

 

라는 결시訣詩로 수운水雲은 해월海月에게

그대의 장래 일을 위한 강결降訣이니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를 했네

 

(15)

동학東學의 신도수가 늘어나자

온갖 소문이 떠돌았네.

 

1860년부터 천주교가

사향가思鄕歌라는 노래로

교리를 쉽게 전파하기 시작하자

영남의 유림은 두려움을 느꼈네.

 

913일 영남의 유림은

동학東學을 흉칙한 무리들이

서학[천주교]을 개두환명改頭幻名한 것이니

빛을 못 보게 넝쿨을 뽑아버려야 한다는

우산서원愚山書院 통문과

12월 도남서원道南書院 통문 등으로

경상감영慶尙監營을 압박했네.

 

11월 하순 유생儒生들과

의 압력이 심해지자

수운水雲은 해월海月에게

지은 글들을 건네주며 출판하라 명령했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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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관宣傳官의 제수를 받은 정운구鄭雲龜

무예별감武藝別監 양유풍梁有豊과 장한익張漢翼

좌변포도청 군관 이은식李殷植 등을 거느리고

경상도 경주에 사는 동학의 괴수를 체포하기 위해

육여이마패六餘二馬牌를 소지하고 성을 나섰네.

 

문경 새재에서 경주까지는 400여 리

 

십수 고을을 거치면서

동학東學의 최선생에 대한 소문을

듣지 않은 날이 없었네.

 

주막집 아낙네도 산골 초동도

주문呪文을 외고 있었네

 

경주에 도착하여 저잣거리나

절간 같은 곳에 드나들며

나무꾼이나 장사치들과 사귀었네.

 

어떤 이는 묻지도 않았으나

먼저 최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했네.

 

이들이 말하는 최선생이란

아명兒名이 복술福述이요

관명冠名은 제우濟愚이였네.

 

현곡면 용담리見谷面 龍潭里에 사는

그는 5, 6년 전에 울산으로 이사 가서

무명[白木] 장사를 하다 근년에 고향으로 돌아왔네.

 

한울에 치성을 드리던 중에

공중에서 책 한 권이 떨어져

을 받은 최제우가

사람들에게 다가가 도를 전했네.

 

를 처음 익힐 때에는

몸과 입을 먼저 깨끗이 한 후

초학주문初學呪文 13자를 받고

다음으로 강령주문降靈呪文 8자를 받고

다시 본주문本呪文 13자를 받았네.

 

을 원하는 사람은 화를 면하고

이 떨어지고 신령이 접하게 된다는

등설[等說=같은 류의 말]로 홀리고 권하여

설사 눈이 있어도 글자를 모르는 부녀자들은

미쳐 날뛰고 어지럽게 뒤섞여 밤낮을 가리지 않았네.

 

[仙藥]을 복용하는 법이 있는데

그 약을 먹으면 마음이 그 학에 기울어져

다시는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생각이 없어지나

금기할 일에 조심하지 않으면

미친 증세가 대발大發하여

남의 눈을 빼먹거나 그도 죽게 된다고 가르쳤네.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돼지를 잡고 과일을 사서

외딴 산속으로 들어가 제단을 차리고

한울에 제사를 드리는데

강령주문을 외면 신령을 내렸네.

 

금년에도 여러 차례

괴수 최가崔家의 집에서 모여 강론講論을 하였네.

 

초학初學 때는

경중과다를 가리지 않고

선생에게 예물을 바쳤고

를 깨닫는 자는

그의 재산을 털어 선생에게 바치는데

조금도 후회하거나 아까워하지 않았네.

 

중회衆會의 강도講道하는 자리에서

최가崔家가 강령주문을 읽으면

신령이 내려 나무칼을 손에 쥐고

꿇어앉았다가 일어나 칼춤을 추며

한 길도 넘게 공중으로 떠올라서

한참 만에 내려오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네.

 

선전관宣傳官 정운구鄭雲龜

황당한 내용도 있어

무예별감武藝別監 양유풍梁有豊

종자인 고영준 등을

최복술崔福述이 살고 있는 곳으로 보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