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짠한 당신 ] - 제 2 시 집 -

[ 망 원 동(望遠洞)의 어둠 ] - 제 5 부 -

高 山 芝 2008. 9. 24. 22:21
 
말(言)이 말(馬)이 되어
날뛰는 동안

가슴 조이며
식탁을 훔치던
아내의 파리한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철부지 아이들은
스포츠 중계를 보다 잠이들고

아직은 괜찮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귀에 흘리면서

설마 설마
십여년 전 물난리의
재판은 아닐거라 믿고 있었다

한강 수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도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며
건성으로
아내의 물음에 답하고 있었다

"소양강 댐물이 지금 쯤 도착했을 텐데"
아내가 중얼거리자

동회 확성기에서는
긴급대피 하라는
천둥보다 더 큰 소리가
흘러나왔다

선 잠을 깬 아이들은
울음을 터트리고

볼안해 하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괜찮아 질거야 질거야 질거야"

어둠은 이미 도심을 감싸고
탁류(濁流)는 어지러운
내 의식의 터널을 지나

수심(水深) 보다 더 깊은
수심(愁心)의 나락(奈落)을
체우고 있었다

  記 :  망 원 동 수 문 사 태  때
         1984년 -신문예협회 발간
                   "한꺼플 벗기우는 아품"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