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뿌리

서고순창경명창의권후(書高淳昌敬命倡義卷後)-이항복(李恒福)

高 山 芝 2011. 5. 31. 19:17

서고순창경명창의권후(書高淳昌敬命倡義卷後)-이항복(李恒福)

순창 고경명의 창의권 뒤에 쓰다-이항복(李恒福)

自余髫齔(자여초츤) :                       

내가 어렸을 때부터


已聞湖南有高霽峯者(이문호남유고제봉자) :

이미 호남(湖南)의 고제봉(高霽峯)은

 
翩翩叔世之騷家者流也(편편숙세지소가자류야) :

말세의 뛰어난 시문가(詩文家)라는 말을 듣고


心欣然慕之(심흔연모지) :

마음 속으로 흔연히 그를 흠모하여,

 
早晚委贄(조만위지) :

조만간에 예물을 받들고 찾아가

 
希一識面爲龍門榮矣(희일식면위룡문영의) :

한번 얼굴을 뵙고서 용문(龍門)에 오르는 영광을 입으려고 희망했었다.


旣決科入仕(기결과입사) :

그러다가 내가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하면서


載筆西廂(재필서상) :

사관(史官)으로 서상(西廂)에 근무할 적에,


時朝廷辨誣選使(시조정변무선사) :

이 때 마침 조정에서 변무사(辨誣使)를 선발하여


賜宴別殿(사연별전) :

별전(別殿)에서 사연(賜宴)을 하게 되자,

 
三使者竢于蕭墻而修容焉(삼사자사우소장이수용언) :

삼사가 소장 밖에서 기다리면서 용모를 가다듬고 있었다.


見有副介一丈人(견유부개일장인) :

그런데 그 중에 부사(副使)인 한 장자(長者)를 보니,


昂然鵠峙(앙연곡치) :

풍채가 마치 우뚝 서 있는 고니와 같았으므로,


余衆中意異之(여중중의이지) :

내가 여러 사람 가운데서 그를 이상하게 여기어

 
問知爲公也(문지위공야) :

물어보고서야 공(公)인 줄을 알았다.


目逆而過之(목역이과지) :

그리고는 공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지나갔다.


及宴罷(급연파) :

이윽고 잔치가 파함에 미쳐서는


以序最後出(이서최후출) :

차례에 따라 가장 뒤에 나오면서 바라보니,


望見公趍退(망견공추퇴) :

공이 종종걸음으로 물러나와


而逡廵止睥睨(이준순지비예) :

머뭇거리며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故久立宣政門下(고구립선정문하) :

짐짓 선정문(宣政門) 아래에 오랫동안 서 있다가


揖余語移日(읍여어이일) :

나에게 읍(揖)을 하였다. 그리하여 한참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便握手陳平生(편악수진평생) :

문득 손을 잡고 평소의 회포를


懽如也(환여야) :

즐겁게 담론하였는데,


氣岸豪爽(기안호상) :

쾌한 기상(氣象)이


可念風流宗也(가념풍류종야) :

뛰어난 풍류(風流)를 상상할 만하였다.


及壬辰之變(급임진지변) :

그 후 임진년의 변란을 당해서


主上鄙在西塞(주상비재서새) :

주상(主上)은 서쪽 변방에 몽진(蒙塵)하여 있었고,


余以不才執中兵旗(여이불재집중병기) :

 나는 부재(不才)한 사람으로 중병의 깃발을 잡고


從扞外役(종한외역) :

외침(外侵) 수비에 종사하였다.

 
時中外食焉者(시중외식언자) :

이때 중외(中外)의 관록(官祿) 먹는 자들이


爭引孥鳥獸匿(쟁인노조수닉) :

서로 다투어 처자(妻子)를 이끌고 조수(鳥獸)처럼 숨어 있었는데,


獨公方解綬家食(독공방해수가식) :

유독 공만은 그때 벼슬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처지였는데도


投袂奮起(투몌분기) :

소매를 떨치고 분발하여 일어나서


卽使人奔問官守(즉사인분문관수) :

즉시 사람을 시켜 달려보내서 관수(官守)에게 상황을 물었다.


余得聞其䂓爲布置(여득문기䂓위포치) :

그때 내가, 공이 사전에 미리 일을 규획(規畫)하고 포치(布置)하는 것과


霆決斧斷(정결부단) :

엄하고 과감하게 일을 결단하는 것을 듣고서,


謂將以有爲也(위장이유위야) :

장차 큰일을 해내리라고 여겼었다.


繼聞師徒有虧(계문사도유휴) :

그런데 이어서 군대가 부족한 탓으로

 
大命隕墜(대명운추) :

전사(戰死)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雖志不克(수지불극) :

비록 그 뜻은 이루지 못하였으나,


就其所畜積可槩也(취기소축적가개야) :

축적하고 있었던 것은 대략 알 수 있는 것이다.


後十餘年(후십여년) :

그로부터 10여 년 뒤에,


得公傳諭諸營檄若文(득공전유제영격약문) :

공이 여러 군영(軍營)에 전유(傳諭)한 격서(檄書)와 통문(通文)을 얻어서


伏而讀之(복이독지) :

삼가 읽어보니,


其倚馬游刃者(기의마유인자) :

짧은 시간에 문장을 자유자재로 여유 있게 구사한 것이


郁郁乎文哉(욱욱호문재) :

 대단히 화려하도다.


何但風雨集而江河流也(하단풍우집이강하류야) :

어찌 다만 풍우(風雨)가 몰아치고 강하(江河)가 거대히 흐르는 듯한 정도일 뿐이겠는가.


若虹霞之流于天而卷舒也者(약홍하지류우천이권서야자) :

 마치 무지개와 놀이 하늘에 펼치어 말았다 폈다 하는 듯한 문장도


盖不足多(개불족다) :

족히 더 훌륭할 것이 없겠다.


而獨家傳義烈(이독가전의렬) :

그러나 그 중에도 유독 가전(家傳)의 의열(義烈)이


都輸在是者爲可貴耳(도수재시자위가귀이) :

온통 여기에 실려 있는 것이 귀중할 뿐이다.

 
然亦公之餘也(연역공지여야) :

그러나 이것 또한 공의 여사(餘事)인 것이다.


夫然後知嚮之所聞於髫齔者(부연후지향지소문어초츤자) :
대체로 이것을 본 다음에야 내가 어렸을 적에 들은 것은


屈於所見於宣政(굴어소견어선정) :

후일 선정문(宣政門) 아래서 본 것보다 못하고,


而見於宣政者(이견어선정자) :

선정문 아래서 본 것은


屈於所得於行事(굴어소득어행사) :

그 행사(行事)에서 얻은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如喫大肉(여끽대육) :

마치 큰 고기를 먹을 적에


嚼之愈多(작지유다) :

고기를 많이 씹을수록


味愈深(미유심) :

맛이 더욱 깊어지고


嗜之愈篤矣(기지유독의) :

즐기는 마음도 더욱 두터워지는 것과 같다 하겠다.


有德者固有言(유덕자고유언) :

덕(德)이 있는 이는 반드시 말을 남기는 것이로되,


言而不文(언이불문) :

말을 해 놓은 것이 아름답게 꾸며지지 않으면


惡能稱於後世者哉(악능칭어후세자재) :

어떻게 후세에 일컬어질 수 있겠는가.

 
若是者(약시자) :

그러니 이와 같은 말은


眞不朽矣(진불후의) :

참으로 썩지 않을 것이다.


向公能克復三京(향공능극부삼경) :

지난날 공이 만일 삼경을 능히 수복하고

 
策勳上公(책훈상공) :

상공(上公)의 관작에 책훈되었더라면


則其軒天地垂宇宙者(칙기헌천지수우주자) :

천지 사이에 드높고 우주 안에 드리운 것이


果如今耶否乎(과여금야부호) :

과연 지금과 같았겠는가.


君子曰(군자왈) :

군자가 이르기를,


太上立名(태상립명) :

“태상(太上)은 이름을 세우고,


其次立功(기차립공) :

그 다음은 공(功)을 세운다.”고 하였으니,

 
然則士之功虧而名立者(연칙사지공휴이명립자) :

그렇다면 선비로서 공은 부족하나 이름을 세운 경우야말로


其又可恨耶(기우가한야) :

또 한이 될 것이 있겠는가.


閑居永日(한거영일) :  

기나긴 날에 한가히 지내면서

 
抱膝一讀(포슬일독) :

무릎을 안고 한 번 읽어보니,

 
覺詞林增氣(각사림증기) :

사림(詞林)에 사기를 더해줌으로써


卞成陽家世太寂寂也(변성양가세태적적야) :

변 성양의 가세는 너무도 적적했음을 깨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