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명(借名)의 세월 - 3 ]

[ 시 련(試鍊) ] - 1995년 4월 1일 -

高 山 芝 2013. 6. 12. 12:34

사월 초하루 만우절이다.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시인은 노래 했는데 작년처럼 일감이 없어서

세월을 낚는 어부처럼 초초한 시간을 보내지는 않아야 할텐데 걱정이 된다.

초초함을 달래려고 숙소 앞에 흐르는 강가에서 돌을 줍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겨우내 입었던 내의를 오늘부터 벗었다.

집사람이 보내준 내의로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빨아도 기름 때가 지지는 않았지만 겨울을 위해서 가방속에 집어넣었다

일을 하면 모든 것을 잊고 몰입하게 되는데 아직도 살아남은 자존심이 가끔 짜증으로

또는 울컥 부아로 치밀곤 했다. 그러면서도 츠치야 사장의 아들에 대해 기분 나빠하는

요시다(吉田)에게 수양한다는 각오로 낮아지는 연습을 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새벽까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던 아시다츠(足立)가 오늘 숙소를 떠났다.

출근 하기 전 아시다츠의 방에 들렸다. 술을 토한 모습 그대로 잠을 자고 있는 아시다츠.

아직도 술이 덜 깨어 술냄새를 풍기는 그에게 건강하라는 인사를 하고 빌려준 돈에

대하여서는 알아서 맡기고 가곘지 하고 그를 믿었으나 말없이 그냥 숙소를 떠났다.

이렇게 헤어지고 나면 배신감 때문에 한동안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기가 힘이 든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은 또 남아 생활하는 것이 노가다 숙소의 생리려니 생각하자.

작업을 끝내고 숙소에 돌아와서 샤워를하고 있는데 일본인 나가이(長井)상이 말을 걸어왔다.

마흔아홉살인 그는 부인이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한국사람이나 일본사람이나 사람은 다 똑 같다 고 자기는 생각을 하고 하는데 숙소에 있는

한국인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면서 당신은 어떻냐며 단도직입적으로 나의 의견을 물어왔다

나도 나가이상(長井) 당신 생각과 같다. 일본인은 원래 한국에서 건너왔다.  문화도 한반도에서

전래된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나가이상 당신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악수를 청해왔다.

병역문제도 걱정을 했는데 잘 해결되었다는 훈이가 다시 왔다. 

오가와상이 아파트비용으로 월 7만엔을 부담하면 혼자사는 중년부인들이 같이 살자고한다는

이야기를 하자  나같은 사람은 술값보다 싸게먹히곘네 하면서 웃는 무사시.

참 일본이라는 나라 요지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딸 아라가 편지를 보내왔다. 지 생일날 쓴 편지다.

' 어느덧 너무 커버린 큰딸 아라"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믿음직한 우리 큰딸이, 그리고 집사람과 애들이 보고싶다.